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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단숨소설(짧은 콩트)41

첫날밤에 비명횡사한 신랑의 원수를 찾아 ☆옛날에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란 이야기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기분전환 하시라고 올린다. 한 마을에서 부잣집 큰아들이 장가를 간다. 신랑도 잘 생기고 신부도 요조숙녀다. 신부 집에서 결혼식이 끝나고 동네 사람이 다 와서 잔치음식을 먹고 밤이 되자 신랑 신부는 신부가 사용하던 별당의 신방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신방을 엿보기 위해서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문의 창호지에 묻히고는 문질러서 구멍을 뚫고 본다. 동네 아낙들이 뚫어 놓은 문구멍으로 신랑이 신부의 옷 벗기는 것을 보고는 그만 까르륵 소리 내어 웃고 만다. 웃음소리가 커서 신랑신부가 얼른 촛불을 꺼 버린다. 방안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동네 아낙들이 물러간다. 아침에 일어난 신부가 신랑을 보니 머리가 없다. 함께 배었던 베개에는 피가 낭자하다. 신부가 .. 2020. 8. 8.
생각의 차이 생각의 차이 생생연 지을 때 내가 옆의 공터에 쌓아둔 흙더미에서 돌을 골라 집으로 나르는 것을 본 지나는 할머니가 나에게 -아이고 얼마나 받기에 그렇게 힘들게 돌을 날라?- -제가 쓰려고 하는데요.- -집에 있는 돌도 가져다 버리는데 그걸 어디에 쓰려고 힘들게 날라.- -돌길도 만들고 .. 2016. 5. 7.
째려보는 소녀를 때리고 집에 가니... 째려보는 소녀를 때리고 집에 가니... 한 소년이 길을 가는데 옆에서 자기를 째려보고 있는 소녀가 있다. 자기도 째려보는데 영 기분이 나쁘다. “왜 째려보냐?” 묵묵부답으로 그냥 기분 나쁘게 비스듬히 전신주에 기대선 체 입술까지 찡그리며 응시한다. 그냥 가려다가 껄렁껄렁한 성격.. 2015. 11. 26.
무덤 속 두 목숨 살린 도둑 단숨소설2 무덤 속 두 목숨 살린 도둑 어릴 적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무덤 털어 먹고 살던 한 도둑이 부잣집에 초상이 났다는 소문을 듣고 조문객으로 찾아와 마당에서 한상 받고 자잘한 심부름도 해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수집한 결과 젊은 며느리가 급사를 해서 노잣돈도 넉.. 2015. 11. 18.
“어메! 어메! 누구 ㄱ자 할머니 못 보셨어요?” “어메! 어메! 누구 ㄱ자 할머니 못 보셨어요?” 아침에 창문을 여니 가랑비가 온다. 오늘이 장날인데 또 공치는 사람 많겠다. 시장 속은 지붕이 잘 되어 있어 비나 눈이 와도 맞을 일이 없다. 모자를 눌러쓰고 잽싸게 시장 속으로 들어가 어슬렁어슬렁 걸었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시장 .. 2010. 12. 29.
큰 언니 큰 언니 엄니는 마루에 앉아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면서 한숨을 짓고 뇌까리듯 혼잣말을 한다. -내가 무슨 죄가 있어 딸을 많이 낳게 하는가?- 엄니 옆에 앉아 함께 달을 보려고 방에서 마루로 나오던 큰 딸이 엄니가 달을 보고 하는 말을 듣는다. -왜 딸 넷이 많아요. 누가 낳으래요.- -막내는 이제 어리니 이렇게 달 밝은 밤에 죽으면 묻기도 쉽겠다.- -그런 소리 자꾸 하면 그냥 딸 넷이 한꺼번에 죽을게 아들만 데리고 잘 살아요.- 큰 딸이 눈을 째리며 앙칼지게 대꾸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주먹만 해서 마치 산 인형처럼 보이는 막내의 자는 얼굴을 본다. 사람들이 너무 작아서 커도 사람 구실을 못할 거라고들 말했다. 막내가 작은 데는 엄니의 책임이 크다. 46세에 아이를 갖자 일가친척과 이웃사람들이 나온 배를 .. 2009. 12. 26.
현대판 고려장??? 현대판 고려장??? 시장통 할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게 문을 열기 시작하기도 전에 시장 한 바퀴 휘익 돌고 와서 누워 이 생각 저 생각을 한다. 텔레비전을 켠다. 좋아하는 프로가 나오지 않으면 끈다. 일어나 걸레를 빨아 여기저기 닦는다. 하루에도 몇 번을 쓸고 닦아서 먼지가 전혀 없는데도 다시 쓸고 닦고를 한다. 피로해진다. 그럼 다시 자리에 눕는다. 아침을 대충 먹고 시장으로 나간다. 가게마다 문이 활짝 열리고 물건들이 할머니를 맞이한다. 가게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오고 가는 사람들 구경한다. 가게 주인은 할머니가 가게 앞에 떠~억 앉아서 가게를 지켜주니 좋다. 잠간씩 볼일 보러 갈 때도 할머니가 가게를 봐 주니 안심이다. 가게에 손님이 많이 오면 슬쩍 일어나 자리를 내어 주고 다른 가게로 간.. 2009. 11. 14.
동주 엄마가 사랑한 사람은? 동주 엄마가 사랑한 사람은? 생생연 옥상에 올라서 빙둘러 있는 이웃집들을 바라 보다가 감나무 하나에 눈길이 멈추웠다. 문득 어릴 적에 이웃에 살던 동주 엄마가 생각났다. 대문 밖 골목길 담너머 북쪽에 동주네가 살았다. 옷감에 물도 들이고 물감도 팔아서 우린 동주네를 물집이라 불렀다. 남편은 해리에서 살았는데 병약한 조강지처가 있고 딸을 셋인가 두고 큰 가게를 가지고 있으면서 논밭이 많아서 부자였지만 오직 그가 그렇게도 바라는 아들이 없었다. 이미 조강지처는 아파서 누워서만 지내고 혈기 왕성한 동주 아버지는 중매쟁이를 통해서 열여덟에 청상과부가 된 동주 엄마를 소실로 맞아 들였다. 동주 엄마가 소실로 들어가서 조강지처를 형님으로 모시고 지극정성으로 간병을 하니 조강지처가 동주네의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 2008. 6. 14.
살아있는 아들을 사망신고한 아버지 살아있는 아들을 사망 신고한 아버지 내가 정릉시장에 가면 나를 어슴푸레 기억하고 있는 약간 치매 끼가 있는 할머니가 있다. 나는 그 할머니를 잘 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나를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서 흐릿하게 기억하는 것 같다. 시장에서 나를 만나면 그 할머니는 내 옆구리를 툭 치고 갈 때가 있고 무의식 속의 의미 없는 미소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돈을 주면서 "반찬 좀 사 주어?" 라고 말한다. 그럼 "아주머니가 사!" 하고는 다시 할머니에게 돈을 준다. 내가 할머니를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옛날 코끼리 약수터에서 할머니를 아주머니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그때의 기억으로 조금이라도 정신이 들었으면 해서다. 그 할머니가 정신이 조금 나가게 된 사건이 수년 전에 발생했다. 할머니의 남편은 지방.. 2008.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