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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단숨소설(짧은 콩트)

첫날밤에 비명횡사한 신랑의 원수를 찾아

by 임광자 2020. 8. 8.

☆옛날에 어머니로부터 들은 <한 씨 전>이란 이야기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기분전환 하시라고 올린다.

 

한 마을에서 부잣집 큰아들이 장가를 간다. 신랑도 잘 생기고 신부도 요조숙녀다. 신부 집에서 결혼식이 끝나고 동네 사람이 다 와서 잔치음식을 먹고 밤이 되자 신랑 신부는 신부가 사용하던 별당의 신방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신방을 엿보기 위해서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문의 창호지에 묻히고는 문질러서 구멍을 뚫고 본다. 동네 아낙들이 뚫어 놓은 문구멍으로 신랑이 신부의 옷 벗기는 것을 보고는 그만 까르륵 소리 내어 웃고 만다. 웃음소리가 커서 신랑신부가 얼른 촛불을 꺼 버린다. 방안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동네 아낙들이 물러간다.

 

아침에 일어난 신부가 신랑을 보니 머리가 없다. 함께 배었던 베개에는 피가 낭자하다. 신부가 머리 없는 신랑의 몸을 보자 그만 까무러쳐 기절을 한다.

 

아침이 되어도 인기척이 없자 신부의 몸종이 신방 앞에 가서 헛기침을 하였는데도 아무 대답이 없자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고 본 몸종은 마루에서 기절을 한다.

 

지나던 신랑의 몸종이 마루에 널브러져 있는 신부의 몸종을 보자 이상히 생각하고 방문을 여니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얼굴에 경련이 일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비틀거리며 안채로 달려간다.

“마님! 마님!” 부르고는 그냥 달달 떨고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한다.

“무슨 일인가?” 마님이 물어도 혀가 돌지 않아서 말은 못 하고 그냥 달달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팔을 뻗어 손가락으로 별당 쪽을 가리킨다.

 

이상한 생각이 들은 마님이 별당으로 득달 같이 달려간다 하인들이 뒤 따른다. 돌쇠는 마님에게 보고를 하고는 다시 사랑채로 달려가서 영감님께 신랑의 머리가 없어졌다고 고한다. 신부의 아버지는 무슨 말이냐며 깜짝 놀라서 별당으로 달려간다.

 

마님과 영감이 별당에 도착하니 피비린내가 난다. 신방 앞마루에는 꽃님이가 기절해 있고 열린 문으로 방을 보니 신부가 기절해 있고 신랑은 머리가 없고 이브자리에 피만 낭자하다. 이런 광경을 본 마님이 기절을 한다. 영감은 얼른 의원을 불러오게 해서 신부와 마님과 꽃님이를 진맥케 한다. 너무 놀라서 잠시 기절한 것뿐이라고 한다. 의원이 신랑의 자려진 목을 보고는 칼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이 저지른 솜씨라고 일러준다.

 

신랑 집으로 달려간 돌쇠를 보고는 신랑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새벽 같이 웬일이냐고 돌쇠에게 묻는다. 돌쇠가 첫날밤을 치른 신랑이 머리가 없어졌다고 보고를 하자 득달 같이 신부 집으로 온다.

 

신부는 너무 충격이 커서 죽도 먹지 못하지만 머리 없는 신랑의 관과 함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 소복을 입고 시댁으로 갔다. 집 밖에서 죽었다고 집안으로는 관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집 밖에서 장례를 치른다. 49제를 치르고 신부가 우물로 가서 빠지려고 하다가 시아버지한테 들킨다.

“네가 죄가 없다면 누명을 벗고 죽어라!” 말 하고는 뒤 돌아간다.. 그래서 신부는 3년 상을 치르고 죽으리라 마음을 먹는다.

 

첫날밤에 비명횡사케 한 신랑을 둔 죄로 하인처럼 시어머니는 일을 시켰다. 우물에 가면 동네 아낙네들이 수근 거린다.

“저 청상과부에게 혼인 전에 남자가 있었대야. 그 남정네가 신랑을 죽였대야.” 쑥덕쑥덕 이다. 증거가 없으니 어떠할 것인가. 분하고 억울하고 원통해도 3 년상은 치러 주고 떠나리라 굳게 마음을 다잡고 귀 막고 눈감고 그냥 일만 죽어라 하면서 살다 보니 세월은 유수 같이 흘러 3 년상을 치르게 되었다.

 

남편의 무덤 옆에 있는 소나무 가지에 목매달을 천을 매달았다. 목을 매려는데 시아버지가 뛰어 오시며 집에 없기에 혹시나 하고 아들 무덤에 왔단다.

“아가야! 네가 시집오기 전에 박물 장사를 시켜서 네 품행을 조사했다. 너는 아주 얌전한 아이였다고 들었다. 나는 너를 믿는다. 네가 우리 집을 떠나고 싶다면 지금 떠나거라.”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박물장수에게 자기의 뒷조사를 시켰다는 말이 귀에 딱 들어온다. 그래서 박물장수가 되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원수를 찾기로 결심을 한다.

“아버님 지금 떠나렵니다. 제가 박물장수가 되어 전국을 돌며 꼭 원수를 찾겠습니다.”

“아가야! 박물장수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할 것 아니야 이것 갖고 가거라. 네가 올 때까지 내가 기다리겠다.”

시아버지는 말을 하고는 허리춤에서 전대를 끌러 며느리에게 준다.

“자 받아라! 네가 언제든 떠나겠다고 하면 주려고 가지고 다닌 것이다. 가끔씩 네 소식이나 들었으면 좋겠구나?”

“제가 꼭 서방님의 원수를 찾아오겠습니다.”

며느리는 서방님 무덤을 향하여 세 번 절을 하고 시아버님께 큰절을 올리고 무덤 앞의 흙을 파서 얼굴에 바르고 비녀를 풀어 머리를 정수리에 묶고 시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떠난다.

가다가 뒤돌아서 시아버님을 얼굴을 한번 보고는 쏜살 같이 달려서 멀리멀리 사라져 갔다.

 

며느리는 한씨다.

한 씨 녀는 얼굴에 검댕이 칠 하고 머리에는 초립동 모자를 쓰고 남장을 하고 박물 봇짐을 지고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며 물건을 팔고 밤이 되면 물건을 주고 하룻밤 재워 주기를 청했다. 그럭저럭 십 년이 지났다. 일구월심 빌고 빌면서 서방님 원수 찾아 주오! 달님에게 빌고 북두칠성님께 빌고......

 

하루는 어느 동네에 이르러 우물가에 앉아서 빨래를 하는데 동네 아낙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윗동네에 사는 어느 부인을 욕하는 소리였다. 동네 사람 일을 시키면서 품삯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단다. 십년 전에 이사 왔는데 한 아낙의 친정 동네에서 살던 작자들인데 갑자기 어디서 돈이 생겼는지 부자가 되어 이 마을로 이사를 와서는 떵떵거리며 올챙이 적 생각을 안 한단다. 한 씨 녀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친정동네에서 살았다는 아낙에게 하룻밤 자게 해 달라고 했다. 박물장수를 재워주면 생기는 것이 많으니 그 아낙은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집에 가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낙의 친정 동네가 시집과 가까운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씨녀는 첫날밤에 신랑의 목을 잘라가고 놓고 간 살인자의 칼을 항상 품고 다녔다. 그 칼을 꺼내서 아주 잘 들게 시퍼렇게 갈았다. 그리고 다시 품속에 감추고 저녁때가 되자 십 년 전에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는 그 집으로 가서 하룻밤 재워 줄 것을 간청을 했다. 좋은 물건을 내놓으며 하룻밤 묵어가는 대가로 내놓겠다고 하니 아주 좋아한다..

 

저녁을 잘 먹은 후에 한 씨 녀는 남의 이야기처럼 어느 동네에 갔더니 첫날밤에 신랑의 목이 없어져서 신부가 혼인 전에 바람을 피워서 그 사내가 새 신랑을 죽였다고 소문이 나서 신부도 목매달아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을 하니 주인장 여편네 얼른 하는 말이

“신부가 참 불쌍하네요.” 한다.

“신부가 혼인 전에 정분난 사내가 있으면 둘이 도망갈 것이지 혼인은 딴 놈하고 해서 죄 없는 신랑만 죽게 했으니 목 매달아 죽어도 싸지요.” 한 씨 녀가 그들을 떠 보는 말을 한다.

“아녀! 아녀! 우리가 그 동네에서 가까운데 살았는데 그 신부 참 얌전하기로 소문이 났어요.” 아낙이 말한다.

“그래도 소문은 그렇게 나지 않았어요. 엉큼한 신부군요.”

“신랑 어머니가 계모여..” 말하려고 하는데 남편이 눈을 부라리며 한마디 한다.

“자네가 무얼 안다고 자꾸 말하는가.”.” 하고 나무라자 아낙이 입을 다문다. 한 씨 녀는 신랑의 어머니가 계모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시동생 하고도 세 살 터울인데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는데.....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한 씨 녀는 밖으로 나와 보름달 구경을 하다가 한밤중이 되자 사랑채로 갔다. 살며시 문을 열고 품고 있던 칼을 꺼내 사내의 목에 댔다. 그리고 재빨리 굵은 끈으로 사내의 두 손을 묶었다. 그리고는 방문 앞으로 끌고 와서는 드리대고 있는 칼을 보라고 사내에게 말했다. 칼을 보자 사내는 깜짝 놀란다. 그 칼은 대장간에서 특별히 맞춘 칼이었다.

사내가 놀라는 표정을 놓치지 않고 본 한씨녀는

“네가 바른대로 말하면 목숨도 살려주고 내가 입을 다물겠다. 이실직고 하라!”

“당신은 뉘시오?”

“내가 바로 네가 죽인 신랑의 아내다.”

“나는 일생을 너 때문에 망쳤다. 그런데 너는 이렇게 아들 딸 잘 낳고 잘 살고 있구나.”

“내가 신랑을 죽이지 않았어도 다른 사람한테라도 신랑은 죽었을 거요.”

“누가 시켰느냐?”

“당신 시어머니요.”

“왜 그랬느냐?”

“시어머니가 계모요. 전처소생이 죽어야 자기 아들이 장자가 되어 재산을 물려받고 장손 역할을 한다고 나더러 논 스므마지기 값을 주겠다고 사정사정을 해서 그만 돈에 눈이 멀어서.... 나는.... 죽여주어도 되는데 아내와 자식들은 살려 주시오.”

“신랑의 머리는 어디 있느냐?”

“항아리에 넣어서 시댁의 부엌에 붙은 마루 밑에 내가 묻어 두었지요.”

한 씨 녀는 사내의 목의 튀어나온 부분을 칼로 도려냈다. 즉. 성대를 잘라 버린 것이다. 그 사내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오징어 뼈를 지붕 위에 던져 두었다가 가루 내어 만든 지혈제를 바르고 천으로 목을 감았다.

 

한 씨 녀는 짐을 챙겨서 몰래 그 집을 빠져나와 밤낮으로 걸어서 시댁으로 왔다. 시댁에 들어서자 시어머니가 그녀를 알아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서방 죽이고 사내 따라 간 년이 왜 돌아왔느냐?”?”

시어머니가 지르는 소리에 시아버지가 나온다. 며느리가 온 것을 본 시아버지가 달려 나와서 반긴다.

“어서 들어오너라!” 며느리를 사랑채로 들어오게 하여 그동안의 자초지종 이야기를 듣는다. 며느리와 함께 부엌으로 가서 한편에 달린 마루 밑을 파니 항아리가 나온다. 항아리 속에는 큰 아들의 머리가 들어 있는데 십 년 동안에 전혀 썩지를 않아서 얼굴을 금방 알아볼 수가 있다. 며느리는 신랑의 얼굴을 보자 부엌을 나가 우물로 가서 그대로 풍덩 빠져 버린다.

 

시아버지는 인부들을 시켜서 아들의 무덤을 파서 머리를 함께 묻고 며느리의 장사를 지낸다. 장사가 다 끌 날 때까지 아무 말이 없던 시아버지는 시어머니와 아들을 불러서 하인을 시켜서 묶어 안방에 가두게 한다. 그리고 하인들을 불러서 재산을 나누어 주며 면천을 시켜 주고 나머지 문서는 품속에 챙긴다.

하인들이 다 떠나자 집에 불을 지르고 다니던 절로 가서 주지스님에게 재산 문서를 주고 스님이 되어 큰 아들과 큰 며느리의 극락왕생을 빌면서 세월을 보낸다. <한 씨 전 끝>

 

★위 글은 내가 지은 "꿈속으로 오는 그대" 란 제목의 단숨 소설(콩트)로 맨 처음에 나오는 글이다.

2013년에 100권을 출판하여 다 팔렸다.  앞으로 보충을 하여 증보판을 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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