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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단숨소설(짧은 콩트)

현대판 고려장???

by 임광자 2009. 11. 14.

현대판 고려장???

 

시장통 할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게 문을 열기 시작하기도 전에 시장 한 바퀴 휘익 돌고 와서 누워 이 생각 저 생각을 한다. 텔레비전을 켠다. 좋아하는 프로가 나오지 않으면 끈다. 일어나 걸레를 빨아 여기저기 닦는다. 하루에도 몇 번을 쓸고 닦아서 먼지가 전혀 없는데도 다시 쓸고 닦고를 한다. 피로해진다. 그럼 다시 자리에 눕는다. 아침을 대충 먹고 시장으로 나간다. 가게마다 문이 활짝 열리고 물건들이 할머니를 맞이한다.

가게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오고 가는 사람들 구경한다. 가게 주인은 할머니가 가게 앞에 떠~억 앉아서 가게를 지켜주니 좋다. 잠간씩 볼일 보러 갈 때도 할머니가 가게를 봐 주니 안심이다. 가게에 손님이 많이 오면 슬쩍 일어나 자리를 내어 주고 다른 가게로 간다.

 

시장의 한쪽에 좌판을 벌리고 있는 할머니네 가게로 가서 지나온 이야기를 펼친다. 두 할머니는 자식들 이야기며 손주 이야기 그리고 젊을 날의 이야기를 서로 맞장구치며 주고받으며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그려 그래도 영감 살았을 적이 좋았어.-

-암만 그렇고말고 영감 살았으면 이렇게 다 늙어서 시골로 와서 외로움에 떨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할머니는 서울서 자식들과 내내 살다가 팔순이 다 되어가면서 고향에 홀로 내려왔소?-

-우리 아들이 하루는 “서울서 우리 자식들 가르치고 손주들 기르느라 고생하셨으니 이제 고향으로 내려가서 자유롭게 사세요.” 하면서 이곳으로 데려와서 보니 떡하니 집을 세 얻어 놓았더군요. 그래서 이곳에서 살게 되었지요.-

-자식들이랑 손주들 자주 와?-

-워낙 사업이 바빠서 자주 오지는 못하고 전화는 날마다 와?-

-밑반찬이랑 해다 주요?-

-무슨 밑반찬 서울서도 내가 식사 준비했는데. 워낙 며느리들이 사업하느라 바빠요. 저녁에는 밥 사 먹고 들어오고.-

-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아? 나는 밤이면 잠이 안 와. 그래서 이렇게 좌판을 벌이고 낮에는 사람 구경하는 거야.-

-할머니는 어째서 홀로 여기서 사시오?-

-자식들이 모두 서울로 가서 홀로 남게 되었지. 서울로 올라오라는 데 아파트 속에 갇혀 사는 것보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이곳이 더 좋아 이렇게 사요.-

-혹시 고려장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들어 보았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은 우리가 바로 현대판 고려장을 당한 거요.-

-맞아요. 자식들이 공부를 잘해서 서울로 가서 직장 잡고 사는 것이 그렇게 좋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공부는 적당히 하고 나하고 농사지으며 살았으면 내가 이렇게 외롭지 않았을 터인데....-

-그러게나 말이요. 젊을 날에 자식 가르치기 위해서 정신없이 보낸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요.-

-그래도 자유가 있는 우리는 나은 편이요. 이웃에서 친하게 살던 내 친구는 전주에서 교사로 있는 딸네 집에 애기 보러 갔는데 그렇잖아도 아픈 무릎이 더 아파서 죽겠다고 울면서 전화 왔습디다. 어떡해요. 딸이고 손주인데 봐주어야지.-

-앞으로는 우리끼리라도 자주 왕래하면서 이야기하며 삶읍시다.-

-시장통에 사니 참 좋소. 가게 방에 앉아 있으면 차도 주고 이야기 상대도 생기고요.-

-그래요. 시장통 할머니들은 시장이 있어 덜 외롭지요. 가게에 딸린 방에 들어가 앉아서 할머니들이 이야기하면서 가게도 봐주고 차도 마시고 먹을 것 싸 가지고 와서 함께 먹고 노인정 보다 나아요.-

-그래요.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할 수 있고요. 노인정에 가면 늙은 사람만 있지요-

-나도 늙었는데도 늙은 사람만 보는 것보다는 젊은 사람들을 보는 것이 더 즐겁다오. -

-자기 얼굴은 볼 수 없게 만든 하느님이 감사할 따름이지요.-

-맞아요. 맞아! - 

 

林 光子 200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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