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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단숨소설(짧은 콩트)

동주 엄마가 사랑한 사람은?

by 임광자 2008. 6. 14.
 

 

 

 

동주 엄마가 사랑한 사람은?



생생연 옥상에 올라서 빙둘러 있는 이웃집들을 바라 보다가 감나무 하나에 눈길이 멈추웠다. 문득 어릴 적에 이웃에 살던 동주 엄마가 생각났다. 대문 밖 골목길 담너머 북쪽에 동주네가 살았다. 옷감에 물도 들이고 물감도 팔아서 우린 동주네를 물집이라 불렀다. 남편은 해리에서 살았는데 병약한 조강지처가 있고 딸을 셋인가 두고 큰 가게를 가지고 있으면서 논밭이 많아서 부자였지만 오직 그가 그렇게도 바라는 아들이 없었다. 이미 조강지처는 아파서 누워서만 지내고 혈기 왕성한 동주 아버지는 중매쟁이를 통해서 열여덟에 청상과부가 된 동주 엄마를 소실로 맞아 들였다. 동주 엄마가 소실로 들어가서 조강지처를 형님으로 모시고 지극정성으로 간병을 하니 조강지처가 동주네의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고창읍에 물집을 내고 살림을 내 주었다. 자기로 인하여 자기 남편이 착한 동주네와의 금슬에 금이 가서 아들 낳는 것이 늦어질까 보아서 자기 집에는 식모를 두고 동주네를 떠나보냈다. 그렇지만 동주네는 며칠에 한 번씩 해리 본댁에 가서 살림을 돌봐주고 형님을 간병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동주네의 지성이 감천을 하였는지 형님은 많이 좋아져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동주엄마와 아버지는 신혼살림집에서 큰댁을 잊고서 깊은 사랑에 빠져 딸을 둘을 낳고 세 번째에 드디어 아들을 낳았는데 그 이름을 동주라 지었다. 잘 생긴 엄마를 닮아서 동주도 잘 생기고 엄마의 지극한 교육으로 예절바른 사나이로 자라고 있었다.



“아이고오 아이고오. 내 옷을 벗고 춤이나 출란다. 을싸 을싸! 흐윽~~~~~~”


어느 여름날 동주네 집에서 통곡하다가 웃는 소리가 들려서 감나무 아래 있는 담으로 살금살금 가서 깨금발을 딛고 고개를 담벼락에 걸치고 동주네 안마당에 놓인 평상을 감나무 잎 사이로 보았다. 평상에는 앞집과 옆집 그리고 다른 이웃 아주머니가 동주 엄마를 가운데 두고 팬티를 벗어버린 동주엄마가 치마를 내리는 것을 막고 있었다. 나는 그 때 숲속에 파묻혀 있는 동주 엄마의 잠지를 보았다. 아니 처음으로 여자어른들의 잠지를 보았다. 동주 엄마는 말리는 아주머니들의 손을 뿌리치고 자기 잠지를 내 보이며 누워서는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이 씹구멍이 이제 할 일 없이 되었네. 지금껏 헌 일을 하였당게.”

“좀 가리랑게 애들이 보잖아!”

이웃 아주머니들이 치마로 동주 엄마의 그곳을 가려주면

“이제 이것이 필요 없당게. 할 일 없이 되었당게. 아들이 죽어버린 내게 이런 것을 감출 필요가 없어.”

“그러지 말어.”

“아니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해 그래야 한이 풀릴 것이여.”


아주머니들이 그냥 동주 엄마가 하려는 대로 두게 하자고 하고는 동주 엄마를 에워싸고 앉았다. 그러나 담벼락에 고개를 디밀고 보는 내 눈에는 동주 엄마의 그곳이 자세히 보였다. 동주 엄마는 누워서 무릎을 조금 세운 후 옆으로 최대한 벌리고 두 손으로 대소음순을 양쪽으로 잡아 당겨서 옆으로 벌려서 질구멍이 크게 뚫리게 하고는

“어이! 남정네들 이제 감출 필요 없는 이것 가져가소! 다들 오소이. 아들 하나 낳은 것 이제 죽었으니 이것 필요 없당게. 어서들 와서 가져 가소이.”

소리소리 지르고는 윗옷도 벗어던졌다. 그녀는 완전히 알몸이 되었다. 30대후반의 그녀의 몸은 아주 아름다웠다. 풍만한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 검은 숲에 가려진 음부 그리고 그녀의 양 손에 의해서 입을 열고 있는 질이 어린 나의 눈에 경이롭게 보였다. 그 때까지는 아직 그런 여인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한참을 그녀의 발광을 지켜보다가 집으로 들어와서 엄니에게

“엄마 동주 어떻게 되었나 봐. 동주 엄마가 발가벗고 난리야.”

“보지 마라. 동주 엄마 너무 불쌍해서 어떡하니. 오늘 동주가 동호 해수욕장에 가서 수영하러 들어갔다가 빠져 죽었단다.”

“동주가 죽어요?”

“그래 동주의 시신을 들고 난리를 부리다가 실신을 한 것을 여러 사람이 붙들고 이곳으로 왔단다.”

“동주가 왜 동호 해수욕장에는 갔어요. 그런데 못 가게 했잖아요. 외아들이라고..”

“그러게 말이다. 생전 못 가게 하였는데 그냥 오늘은 그렇게 원하면 갔다 오라고 하였단다.”

“그냥 말리지.”

“이제 막 중학 일학년인데.”

"동주 엄마 이제 딸 여섯을 보고 살아가야 해."


나도 어릴 적부터 물가는 가지 못하게 하고 자전거도 못 타게 하였다. 그래서 항상 불만이었는데 동주를 보니 부모님 말씀 듣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동주 사건 뒤로는 부모님 허락 없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조용해진 동주네가 궁금하여 다시 담벼락에 고개를 디밀고 평상을 바라보았다. 동주엄니는 얇은 삼배이불을 덮고 그 옆에는 막내인 이쁜이가 앉아서 울고 있었다. 그 때 이뿐이 나이는 다섯 살이었다. 어린 딸이 엄니의 광란을 멈추게 하였다.


그 후 동주를 남편의 핏줄이라고 소중하게 생각하던 본댁 형님이 동주가 죽자 자기 남편에게서 아들이 하나도 없어 자기가 죽어도 제삿밥도 얻어먹지 못한다고 한탄하며 세월을 보내다가 드디어 병이 도져서 병석에 누웠다. 남편의 조강지처가 병석에 눕자 동주 엄마는 다시 지극 정성으로 간호를 하였다. 형님은 자기가 죽거들랑


“자네가 집안 살림을 맡아서 잘 꾸리고 영감한테는 다시 젊고 건강한 처녀를 골라 소실로 들여서 아들을 얻도록 해 주게.”


늘 유언처럼 동주엄마에게 말하고는 죽었다.

동주 엄마는 형님이 죽자 3년 상을 치르고는 중매쟁이에게 부탁하여 가난하지만 착한 처녀를 골라서 새장가를 보냈다. 결혼식도 집 마당에서 아주 근사하게 치러주고는 딸 같은 남편의 조강지처에게 자상하게 살림살이며 가게 일을 잘 가르쳐 주고는 자기는 그냥 고창에서 살았다. 일 년 후에 젊은 새댁은 아이를 갖고 아들을 낳았다. 그 때 그 젊은 새댁의 해산 수발을 동주 엄마가 도맡아서 해 주고는 다시 고창으로 왔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자기 집에 오지 말라고 타일렀다. 아들을 낳아준 새댁 옆에 있으라고 젊은 새댁에게 잘 하라고 부탁하면서.


몇 년 후에 남편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본댁으로 가서 장례를 치르고는 젊은 새댁과 어린 아들을 키우며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훗날 왜 동주 어머니는 남편의 조강지처가 죽었을 때 남편의 호적에 자기 이름을 올리지 않고 젊은 여인을 조강지처로 받아 들였을까? 그게 궁금하였다. 그 이유는 아마도 동주 엄마가 열여섯 살에 결혼한 그 때의 신랑을 사랑하여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살아서 몸은 다른 사람에게 갔지만 마음은 첫 남편에게 있었다는 것은 아닐까? 결혼생활은 열여섯에서 열여덟까지 딱 이년을 살았지만 이팔청춘이 만나서 얼마나 달콤한 신혼이었겠는가? 동주 엄마는 그 세월을 잊을 수가 없었던 거다.


林光子 20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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