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에 사는 아주머니와 총각은 동생? 조카?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잡담을 하기에 나도 끼었다.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좋은 소재거리가 나오기도 하니까. 생각지도 않은 수확을 얻을 수도 있다. 공터에 모닥불을 놓고들 스티로 풀 조각을 엉덩이 아래 깔고서 펑퍼짐하게 앉아있다.
“웬 모닥불?”
“쓰레기 좀 조금 태웠어.”
“장작개비 같구먼.”
“나무토막을 태우면서 쓰레기를 태워야지 연기가 덜 나.”
“저기 고구마도 들었네요?”
“저거 호박고구마여.”
“그런데 무슨 쓰레기를 태워요?”
“이제 봄이니까 흙속에 씨앗을 넣어야지. 그래서 작년에 맛나게 따먹었던 고춧대랑 이것저것 태우는구먼.”
동네 사람들이 공터에 밭을 일구어 봄이면 여러 가지를 심는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까지 앙상하게 남아있던 호박넝쿨이며 오이넝쿨 그리고 콩대며 고춧대가 말끔히 없어지고 깔끔해졌다. 구워진 호박고구마 하나씩을 집어 들고 호호 불며 껍질을 까고 샛노란 속을 한입씩 베어 먹는다. 앞집 아주머니가 뜨거운 입김을 불어내며 묻는다.
“언제 집지어?”
“아주머니가 아직 나가지 않아서 지금 시작을 못하고 있어요.”
“으이. 총각하고 사는 아주머니?”
“조카라고 하던데요.”
“나 보고는 동생이라고 하였는데”
“그 젊은이 색시와 애가 아파트에 살고 아주머니가 이모인데 혼자 살아서 가끔씩 들린다고 저한테 그러던데요.”
“무시기 조카는...전에는 한방에 둘이서 살았는데 동생이라고 하던데.”
“그 총각 형이 읍내서 가게 혀. 자기 동생 총각이라고 하던데.”
“아파트에 처자식이 있다던데요.”
“아파트에는 형이 살아. 총각이야.”
“그런데 왜 둘이 살아요.”
“동생인데 아주머니 돈을 많이 가져다 쓰고 갚지 않아서 데리고 있으면서 벌어오는 대로 돈을 받는데”
“헷갈려요.”
“그냥 그렇게 사는 갚다 그려. 그것도 팔자인데.”
여러 아주머니가 두 사람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가 다 다르다. 그러니까. 사람에 따라서 두 사람의 관계를 다르게 설명을 하고 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나를 보더니 뒷집 아주머니가 한마디 한다.
“어허! 그냥 그런 갚다 생각혀랑게.”
듣고 보니 나에게 한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이년 만에 들통이 날 말은 왜 꾸며서 하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동생이라고 하지. 이제부터는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해야겠다.
“아주머니만 이사를 갔는데 짐은 그대로예요.”
“글메 지난번에 한차 이삿짐 싣고 가는 것 보았어.”
“그런데 왜 짐을 가져가지 않고 있을 가요?”
“이삿짐 실고 갈 때 이사가? 하고 물으니까 그냥 살아요. 그러던데.”
“그럼 총각만 남은 건가요?”
“글쎄 이상하고만.”
“왜 그럴 가요?”
“그러나 저러나 골치 아프겠네.”
정말 골치가 아프다. 분명 아주머니는 들어오지 않는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안 나는 것을 보니 몸만 둘이 가고 짐은 그대로인가 보다. 가스통만 4개다. 중고 기름보일러를 창고에 두고 새시 문짝도 가져다 두고 별의별 짐을 창고 속에 넣어 두었다. 엄니도 동생도 두 사람이 어디서 중고 물건을 가져다 창고에 넣어 두는 것을 그냥 두어서 창고 가득 그들의 물건이다.
林光子 20080307
'창복원(생생연) > 단숨소설(짧은 콩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주 엄마가 사랑한 사람은? (0) | 2008.06.14 |
---|---|
살아있는 아들을 사망신고한 아버지 (0) | 2008.03.14 |
레슬링 전희를 하면 살이 푹 빠진다 (0) | 2008.02.17 |
8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놀이터에서 사랑을~~~ (0) | 2008.02.14 |
너는 화이트칼라고 나는 블루칼라란 말이냐!!!!!!!!! (0) | 2008.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