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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비 온 후엔 눈이 더 행복하다.

by 임광자 2009. 6. 4.

비 온 후엔 눈이 더 행복하다.


어제다. 가뭄이 계속되어 땅이 딱딱해져서 호미가 들어가지 않아 물을 주어도 겉만 적시며 흘러가서 속이 무척 상했는데 하늘에 구름이 낀다.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빗줄기가 굵어진다. 땅이 촉촉이 젖는다. 호미로 깔짝거리니 흙이 파헤쳐진다. 여기 저기 호미질을 한다. 아무래도 하늘의 낌새가 큰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채소 씻은 물을 받아서 호미질한 곳에 뿌린다. 물이 흙속으로 스민다. 가만 생각해 보니 김도 제대로 매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세 번은 매 주어야 하는데 왜 그것이 이제야 생각나나!!!! 정신없는 세월을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구름이 어디론가 많이 흘러가서 어제 보다는 세상이 더 밝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무늬가 되어 두둥실 떠 있다. 텃밭으로 나가서 대추나무를 보니 그새 새순이 많이 자랐다.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소리도 없이 퍼진다. 은행나무에게 갔다. 앙증맞은 어린 새잎이 그냥 웃는다. 너무 작아서 바람이 불어도 나풀거리지도 못한다. 여기 저기 새순을 띄우는 걸 보니 머지않아서 잎이 많아지겠다. 비가 오고 난 후에 무척 자란다. 하룻밤 새 훌쩍 자란다. 나는 훌쩍 훌쩍 자라는 모습을 보며 마냥 행복에 젖어든다.



 

 

 

 

 

나무들아! 너희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만들어 주는 그늘 아래서 봄에는 꽃 향을 맡고 익어가는 매실 향을 맡으며 매실차 담고 여름엔 풋풋한 과일 냄새와 무성한 녹색 잎의 향에 취하고 가을엔 여러 과일 향 맡으며 사색에 잠기고 늦가을이 찾아들면 농익은 과일을 먹으며 단풍잎에 취하련다.



林 光子 200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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