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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실수가 동아씨앗을 죽이고 살렸다

by 임광자 2009. 5. 31.

실수가 동아씨앗을 죽이고 살렸다. 

 

사진에서 까만 것이 사두오이 씨앗이고 가운데 작고 하얀 것이 동아 씨앗이다.

 


사두오이씨와 동아 씨를 물에 담갔다가 그대로 땅에 심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는 게 병이라고 넓적한 그릇에 물로 적신 가제 손수건을 깔고 그 위에 불린 씨앗을 올려서 미리 싹을 내어서 심는다는 욕심으로 그랬다. 사두씨앗은 뾰쪽한 끝을 손톱깎이로 살짝 껍질을 벗겨서 싹이 잘 나도록 하고 동아씨앗은 작아서 그냥 두고 항상 촉촉하도록 물을 뿌렸다. 며칠이 지나자 가제 수건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자세히 보니 동아 씨앗이 하얗고 투명하게 싹이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예감이 이상했다. 싹이 왜 녹색이 아니고 반투명 하얀색일까? 이건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거다. 씨앗 쟁반을 들고 얼른 밭으로 갔다.

 

사도오이를 두 줄로 심다가 실수로 동아씨앗 하나가 한 구덩이 속에 떨어졌다. 이건 완전 실수였다. 꺼내려다가 그냥 “그곳이 네가 좋으면 그냥 거기서 살 거라! ”하는 심정으로 흙을 덮었다.

 


사두오이가 싹이 트고 나서도 동아 씨앗은 싹이 트지 않았다. 파 보았다. 약간 누리끼리하게 변한 동아 씨앗이 그대로 있다. 아하! 잠깐 실수로 동아씨앗을 다 썩게 만들었다. 동아 씨앗 속이 다 썩어버린 것이다. 잊었던 사건 하나가 생각난다. 동아씨앗을 심었던 곳은 진순이가 겨울 동안 오줌을 많이 쌌던 곳이다. 비가 여러 번 와서 희석되었겠지만 다른 곳 보다 토양수 농도가 높아서 맹물에 부풀러진 동아씨앗이 살기에는 너무 주변의 농도가 높아서 삼투작용이 거꾸로 일어났을 거다. 마치 소금물에 절여진 배추처럼. 또한 오줌으로 인해서 유기질이 많으니 부패미생물도 많이 살아서 동아씨앗을 파먹어 버렸을 거다. 내 잘못으로 동아씨앗은 싹도 제대로 틔우지 못하고 몰살을 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동아씨앗은 오직 실수로 사두 오이 심는 줄에 떨어진 것 하나만 싹이 텄다. 실수가 얼마나 감사 한가! 이제 하나가 살아남았으니 잘 길러서 씨앗 받아서 자손 대대로 나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

 

林 光子 200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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