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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은행나무 묘목의 녹색 눈

by 임광자 2009. 5. 29.

은행나무 묘목의 녹색 눈 



눈을 보고 희망을 품어야할지 버려야할지를 판가름을 한다. 은행나무 묘목을 심고서 날마다 눈 맞춤하고 물주고 흙을 북돋아 주면서 내 마음을 전하기를 두 달이 가까워 온다. 4월 6일 사다 심고서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날마다 관찰하였다. 물도 주며 이야기 한다. 부지런히 새 뿌리를 내어 흙속의 물을 힘껏 빨아들여 눈으로 빨아 올려 겨울눈을 이루는 세포들이 세포분열을 열심히 해서 부풀리고 녹색을 띠어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려 달라고 수 없이 속삭였다.

 


한 달이 가도 두 달째가 되어도 반응이 없더니 얼마 전에 보니 눈이 조금 부풀더니 갈색 껍질을 비집고 녹색 눈이 날마다 조금씩 부풀더니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제야 그 동안 애타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새 땅에 옮겨 심으니 삼투압도 맞지 않지 묘목판매장에서 노출된 뿌리를 그냥 모래땅에 묻어 놓고 물조차도 제대로 주지 않았잖은가. 생활터전이 너무 불편하여 그냥 아예 겨울잠을 늦잠으로 바꾸어버리고 겨우 겨우 목숨만 연명하고 살았을 것이다.

 

 



보라! 이제 각고의 노력 끝에 뿌리를 내리고 힘차게 물을 빨아 올려 요렇게 눈을 녹색으로 부풀리고 있다. 며칠만 더 기다리면 은행잎이 나오고 새순이 나와 가지로 쭉쭉 뻗을 것이다.


은행나무 잘 자라면 나는 그 그늘에 앉아서 사색에 잠길 것이다. 그럼 은행나무는 강한 살균력으로 내 몸의 잡균을 죽여주겠지. 은행이 열리면 가을에 따서 망 자루에 넣어 한쪽 두었다 푹 썩으면 고무장갑 끼고 막 문질러서 흐르는 물에 씻어 단단한 껍질을 한 씨를 골라 말렸다가 다시 그 껍질을 깨고 속의 연한 알맹이를 구워서 녹색으로 되면 먹을 것이다. 음식에도 넣어 먹을 것이다. 내 사랑을 먹고 자란 은행은 내 몸 속에서 좋은 영양소가 되어 내 몸을 이루는 체구성 물질이 될 것이다. 정말 생각만 해도 좋은 희망의 꿈이다. 지금 은행나무의 부풀어 오른 녹색 눈을 보고 희망을 가슴 가득 품는다. 꿈을 품는다.


林 光子 200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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