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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콩나물 잡체와 추갓씨

by 임광자 2009. 1. 26.

콩나물 잡체와 추갓씨

 


얼마 전 돌아다니게 하여 길러서 거의 지방질이 없는 닭 한 마리에 13,000원을 주고 사서 반은 냉동시키고 나머지 반으로 백숙을 해 먹었다. 양은 압력밥솥이 작아서 딱 세 사람이 한번 먹고 나니 없다. 우리 집 두 남정네는 다음끼니가 되자 백숙이 없느냔 다. 맛있느냐고 하니 동생이 자기는 백숙을 아주 좋아한단다. 기름진 것이니 자주 먹으면 안 된다고 말을 하였다.

 

그렇지만 그렇게 좋아하는데 적어도 한번 수고한 김에 두 끼는 먹어야지 생각 하고 보다 큰 압력밥솥을 사기 위해서 시장으로 가서 그릇 집들을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몇 번 그릇을 산 일이 있는 가게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이 가게는 항상 아주머니들이 북적거렸다. 가만 보면 물건을 사지 않고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가게 앞에 플라스틱 등받이 의자에 앉아서는 물건 파는 주인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쩔 땐 하루 종일 스티로풀 조각을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는 할머니도 있다. 그래서 이 그릇집이 마치 살아있는 집 같다. 정이 흐르는 집 같아 좋다.

 

나에게는 압력밥솥이 여러 개가 있다. 떡까지 할 수 있는 만능 쿠쿠 전기 압력밥솥에는 현재까지는 밥만 한다. 냄새가 베일까 보아서 기름지고 냄새가 강한 것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가스레인지에 사용할 수 있는 압력밥솥으로 코팅 된 풍년 제품과 양은 압력밥솥이 있다. 스텐 제품은 밑이 잘 타고 눋기를 잘하여 사용하지 않고 동생을 주어버렸다. 코팅 된 것은 오래 사용하면 코팅이 벗겨지면서 생기는 코팅가루가 밥에 섞어질 것 같아서 싫다. 그래서 잘 눋지 않고 만만한 풍년양은 압력밥솥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적다. 서울서 동생들 가족들이 내려오면 큰 것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큰 것을 사면 전기용까지 5개다.


그릇집 안으로 들어가자 평상 위에는 떡이 구수하게 구워지고 있다. 나를 본 주인 아주머니가 내손을 잡아 이끌면서 평상 한쪽에 앉으라고 한다. 이미 두 사람이 앉아서 쑥인절미를 양 손 손가락으로 쭉 늘여 빼서는 입속으로 넣고 있다. 옛날 화롯불에 구워먹던 생각이 났다. 군침이 돈다. 염치 불구하고 앉았다. 주인아주머니가 잘 구워져 겉은 바싹 마르고 속은 느글느글한 쑥 인절미 한 조각을 내 손에 쥐어준다. 입으로 가져가 한입 배어 먹으니 두 가지 맛이 난다. 겉은 바싹바싹 고소하고 속은 느글느글 부드럽고 쑥 향기가 입안에 퍼져 콧구멍으로 넘어가서 냄새를 맡게 한다.

“아주머니 저 떡을 아주 좋아해요. 고마워요.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구워지지요?”

“요술냄비에 구우면 이렇게 돼. 우리 집에서 팔어. 내가 떡을 좋아해서 이렇게 사람들이 가지고 와.”

요술냄비를 가만 보니 가운데 볼록한 줄이 일정한 간격으로 있다. 즉 구이용으로 만들어진 거다.

앉아있던 한 아주머니가 나간다.

“어 잘 가게. 또 와!”

주인아주머니가 말을 하고 나에게 잘 구워진 시금자깨 가루 찰시루떡 한 조각을 주면서 그윽한 눈빛으로

“뭐 살려고?”

“풍년 양은 압력 밥솥 큰 거 있어요?”

“얼 마한 거?”

내가 뜨거운 떡을 맛있게 먹느라고 고개를 뒤로했다 앞으로 기울였다 하면서 입으로는 호호 불면서 말한다.

“집에 있는 것이 백숙을 해서 세 사람이 한 끼 먹으니 없어요. 그래서 큰 걸 사려고요.”

주인아주머니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일어나 양쪽에 그릇이 높이 쌓여진 틈새에 난 통로로 들어가서는 커다란 상자를 들고 나온다. 그걸 본 나는

“아주머니! 저렇게 쌓여 있는 물건들을 다 기억하시나 보아요?”

“암만! 다 기억하지.”

주인아주머니가 커다란 상자 속에서 꺼낸 압력밥솥은 대단히 컸다. 무려 20인용으로 영업용이란다.

“정말 크네요?”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시골에서는 커야 혀. 큰일 있을 때 도회지에서 친척들이 오면 많이 해야 혀. 그리고 여기에 백숙을 해야 두 끼는 먹지.”

구운 떡을 먹으며 둘이 하는 이야기를 듣던 주인아주머니가 떡을 한손에 든 채로

“여기에 찜을 해도 넉넉해서 좋아.”

"약밥을 한 번에 해도 좋겠어요."

집에 있는 양은 압력밥솥으로는 약밥을 두번을 해야 제대로 먹을 수가 있다. 약밥은 옆지기가 아주 좋아한다.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을 할 때는 약밥을 해줄 때가 많았다.

“좋아요? 이걸 살게요.”

내가 계산을 하고 그걸 들고 나오려는데

“아주머니! 저기 새로 지은 이층집에 산다고 했지요. 전화 번호 가르쳐 줘. 떡 좋아한다니까 떡이 또 오면 연락할게.”

내가 휴대폰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고 왔다.


며칠 후 휴대폰이 울려서 드니

“나야!”

“누구세요?”

“시장 그릇 집. 지금 떡 굽고 있으니 얼른 와!”

“네 곧 갈게요.”

나는 부리나케 달려갔다. 뭐 일이 분 거리에 있으니까 금방이다. 섣달 그믐날이라 그릇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안으로 쓰윽 들어가니 폭삭 늙으신 할머니가 앉아있다. 겉으로는 많이 늙어 주름판 얼굴이지만 날씬한 몸매가 날아갈듯 가뿐해 보인다. 아마도 들일을 많이 해서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어 주름이 많나 보다. 셋이서 앉아서 잘 구워진 쑥 인절미를 양 손가락으로 들고 반대방향으로 쭉쭉 늘려서 입속으로 넣어 베어 먹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평상 아래를 가리키며

“거기 플라스틱 통 있지? 그것 좀 일로 올려 놔.”

내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찾아보니 락앤락 통에 반찬이 들어있다. 그걸 그녀에게 주니 뚜껑을 연다. 그 속에는 콩나물잡체가 들어있다. 그녀는 옆의 할머니에게 그걸 드시라고 한다. 할머니는 젓가락으로 그걸 집어 먹는다. 다음에 나에게 먹으라고 하는데 젓가락이 할머니 입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을 보아서 내키지 않아

“그냥 떡만 먹을래요.”

말하고는 그녀를 보자 그녀는 얼른 젓가락으로 콩나물 잡채를 집어 먹고는 그 통의 각진 곳을 기울어서는 국물을 훌훌 마신다. 정말 맛있어 보인다.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나 훌훌 마시는 소리가 나를 유혹한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나도 한 젓갈 먹어 볼래요?”

하고는 콩나물 잡채 통을 집어 들고 젓가락으로 집어서 한입 먹고는 씹었다. 정말 맛있다.

“아주머니! 이것 아주머니가 담았어요?‘

아주머니가 떡을 먹으면서 눈을 올려 떠서 나를 보면서

“어젯밤에 내가 담았어. 우리 며느리가 좋아해서. 며느리가 설 쇠러 온다는데 반찬 한 가지도 없으면 안 되잖아 어젯밤에 늦게까지 그걸 만들었어.”

“콩나물 잡체 어떻게 만들어요? 아주 맛있는데요.”

“열다섯 가지를 넣어서 만들었어.”

“맛이 독특해요?”

“그것 추갓씨를 갈아서 자루에 넣고 문질러서 나온 물로 만들어서 맛 있제.”

“추갓씨요?”

“종자 파는데 가면 팔아. 여긴 다 추갓씨로 콩나물잡체 만들어.”

“저도 지금 당장 집에 가서 담글래요.”

“여러 가지를 넣어야 맛있어.”

“저는 몇 가지로만 우선 만들어 볼래요.”


긴 콩나물, 미나리, 양파, 다시마, 고사리, 당근 대파를 사다 놓고 ㅜ갓씨를 사려고 가까운 종자 파는 집으로 달려갔다. 문이 잠겼다.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역시 문이 잠겼다. 재료는 다 사다 놓았는데 이걸 어쩌나! 그릇 집으로 갔다. 역시 손님은 하나도 없다. 속으로 쑥 들어갔다. 아직도 그 할머니는 거기에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웬일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아주머니! 종자 파는 집 마다 문이 잠겼어요? 재료는 다 사다 놓았는데요.”

할머니가 한마디 한다.

“그런 것은 미리미리 사다 놓아야지.”

“겨자로 하면 되나요?”

“추갓씨만 못하지만 뭐 그런대로 맛은 내지.”

둘의 하는 이야기를 듣던 주인아주머니가

“어젯밤에 내가 추갓씨를 너무 많이 갈아서 물에 개어 놓은 것을 냉동실에 넣어 두었는데 그걸 줄 테니 그걸로 만들어.”

“아이고 살았다!!!”

내가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며

“종자 집 문 열면 제가 사다 드릴 게요.”

내 말을 듣던 할머니가

“그걸 뭘 사다 줘.”

정작 추갓씨 간 것을 준다는 주인아주머니는 아무 말이 없다.

“여섯시에 가게 문 닫으니까 그 때 와 집에 같이 가서 가져 가. 어젯밤에 갈아 놓은 거라 김도 빠지지 않고 좋아.”


여섯시에 그릇 집에 갔더니 아저씨가 가게 문을 닫고 아주머니는 옆에 서 있다. 가게 문이 닫기를 기다리면서 속으로

“하느님! 정말 감사 합니다. 그걸 분마기에 갈려면 그것도 일인데 이렇게 다 만들러진 것을 얻게 해 주시니 감사 합니다.” 기도를 했다.


콩나물은 머리와 꼬리를 떼서 삶아 찬물에 헹구어서 냉장고에 넣었다.

미나리를 다듬어 줄기만 씻고 뿌리는 유리그릇에 심고

삶은 고사리는 너울너울한 손을 떼어 락앤락에 담아서 냉동실에 넣고 줄기를 씻었다.

오이는 씻어 속을 빼고

당근을 씻었다.


커다란 스텐 다라이를 놓고 그 위에 커다란 도마를 올렸다.

가제 주머니 속에 추갓씨를 갈아 반죽한 것을 넣는다.

속을 뺀 오이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채 썰어 스텐 다라이 한쪽에 놓고 소금 간을 한 후 물이 나오면 그 물에 추갓씨 가제주머니를 대고 주물럭거려 뿌연 물이 나오면 그 물로 버물린다. 코가 맹맹하다. 냄새 때문에 겨자 비슷한 냄새다.

당근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채 썰어 역시 스텐 다라이 한쪽에 놓고 소금 간을 한다. 물이 나오면 그물에 추갓씨 가제주머니를 대고 주물럭거리면 뿌연 물이 나오고 그물로 버물린다.

고사리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소금 간을 하고 똑 같이 한다.

콩나물 삶은 물을 떠다가 추갓씨 가제주머니를 넣고 주물럭거린다. 아주 뿌연 물이 나온다. 냄새 좋아 죽인다.

그렇게 재료 하나하나를 다 추갓씨 물로 버무린다.

그리고 모든 재료가 들어있는 스텐다라이에 마늘 찧은 것 생강 찧은 것 통깨 고춧가루 대파 썬 것 양파 채 썬 것 식초 설탕을 넣고 버무린다.


맛이 끝내준다. 마지막으로 간을 옆지기에게 보라고 하였더니 설탕과 식초를 더 넣으란다. 역시 더 넣으니 맛이 더 죽인다. 끝

콩나물 잡채 만들기 성공!

 

 

 


林 光子 2009년 1월 26일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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