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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이별 이야기-3회. 엄마! 수술 시켜서 죄송해요.

by 임광자 2006. 6. 26.

이별 이야기-3회. 엄마! 수술 시켜서 죄송해요.

 

 

어머님께 왜 병원에 가시지 않느냐고 말씀 드리니

"또 창자가 잘못 되었다고 수술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해"

"그냥 무슨 원인인가만 알면 되지 뭐"

"아니야 가지 않을란다. 이제 병원이라면 겁 나"

 

 

어머님은 그 때 까지도 엉덩이 뼈가 조금 다친 줄로 알고 계셨다.

엉덩이가 심하게 다쳐서 그대로 두면 욕창이 생긴다는데

그걸 왜 모르고 계실까.

그래서 나는 그냥 어머님께 빌고 싶었다.

"엄마. 수술 시켜서 미안해..정말 미안해..."

"아무도 원망 아니 하련다. 나는 살만큼 살았다"

아마도 어머님께 수술을 시켜 드리지 않았다면

그리고 누워서만 살게 되었다면,돈이 아까워 수술 시키지 않았다고

섭섭하게 생각하셨을 거다.

 

 

그러다가

중풍으로 쓰러지신 이모님을 자녀들이 부축하여

찾아 오셨다.

두 분은 하루 밤을 보내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나 보다.

그 이모님 말씀이 어머님이 무척 살고 싶어 하셨단다.

 

 

이종들이 해 온 부침개와 시금자죽 등 을 해 와서

그 음식들을 드셨다.

그리고는 나는 어차피 죽어야 이렇게 설사를 하고

어떻게 살아 하시며

"부침개를 해라 먹고 싶다"

"안 좋을텐데...".

"이러나 저러나 죽을 걸 먹고 싶은 거나 먹을란다"

막내가 부침개를 해서 드리자

" 하나 더 해라". 그러시더니 그냥 조각을 드시더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은 양이지만 어머님께는 많은 양이셨다.

그날 저녁에는 된똥을 아주 많이 누었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막내 동생이 어머님께 죽을 먹이려 하니

그대로 눈을 감아 버렸단다.

 

 

놀란 동생은 두째 형부를 불렀고

쫓아온 오서방은 곧 바로 동네 응급실로 어머님을 모셨다.

혈압이 40으로 떨어지셨단다.

수혈을 하고 주사를 무지하게 여러 대를 맞으시고는

그전처럼 말짱하게 살아나시더란다.

 

 

두째 동생이 어머니께 달려가니

"야야 나 오서방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큰일 나기는 죽기 밖에 더해" 라고 막내 동생이 말하자.

"그런 소리 말아라 나는 내 명대로 살다 죽을란다." 하시더란다.

두째가 "일요일에 엄마 보러 갈게" 말하자

"나는 오서방이 참 좋다. 꼭 내 아들 같다" 말씀 하시었다고 한다.

오서방은 두째의 남편이다.

" 두째야! 나 이번에 주사를 이십대나  맞았다.

 내 생전에 이렇게 주사를 많이 맞기는 처음이다"

라고 두째에게 어머님은 말하였다고 한다.

어머님의 이런 말씀은 바로 정신을 잃어도 들으신다는 거다.

그러니 정신을 잃었다고 못 듣는다고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우리들은 어머님을 고향으로 모셔 가기로 했다.

그래서 구급차를 대절 시켰다.

어머님은 구급차에 올라 고향 가는 길에서

"야야! 꼭 비행기를 탄 기분이다" 라고 하셔서 우리는

이제 다시 회복 되시려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향의 병원에 입원을 시키었다.

남동생이 달려와 내내 어머님 손을 잡고 있었다.

 

 

저녁 때 였다.

갑자기 막내한테서 울먹이며 전화가 왔다.

"엄마가 오늘 밤 넘기가 힘들 대". 라고 말하고는 그냥 운다.

나는 곧 바로 시골행 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셨다.

 

 

고소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빨리가기 위해서 택시를 잡아 탔다.

병원으로 달려가 안내에서 어머님 이름을 대고 병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아하 그런데 대답은 "아흔 살 먹은 할머니 돌아가셨어요. 조금 전에.."

"그럼 지금 어디 있어요?"

"장례식 장으로 가셨는데.. 조금 전에..."

"몇 시에 돌아가셨는데요?"

"8시 40분이요"

나는 10 30분에 도착을 하였다. 조금만 더 살아 계시지...

 

 

나는 다시 택시를 잡아 타고 장례식 장으로 달렸다.

거기서 제부와 남동생 그리고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사촌 오빠들을 만났다.

그들 이야기로는

어머님은 고속 도로를 달리면서도 계속 이야기를 하셨고

병원에 와서도 이야기를 하셨는데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간호사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대화를 하였다고 한다.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똑똑하게 대답을 하시다가

갑자기 팔뚝에 꽂은 주사기를 빼려고 하셨단다.

간호사가 할머니 왜 그래요 왜 그래요. 하는데 대답을 아니 하셨단다.

그 때 두째 제부가 잡고 있던 쪽 팔을  침대 아래로 뚝 떨어뜨렸단다.

 

 

간호사는 계속 어머님께 말을 붙이고

어머님이 아무 대답이 없자 어머님을 처다 보니

눈을 감고 평화로운 얼굴로 그냥 누워 계셨단다.

그래서 심전도를 보니 그냥 일 획으로 쭉~.....

심장이 멈춘 것이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한 행동 심장이 멎어 가는데

주사를 놓으니 답답하셨을 게다 그래서 주사기를 뽑으려 하셨을 거다.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그러나 금새 마지막 이라는 생각을 하시고 눈을 감고

마지막 순간을 맞이 하셨다.

 

 

그렇게도 기억력이 뛰어 나셨던 어머님은 그렇게 가시었다.

나는 생각한다.

심장은 멎었어도 아마도 어머님의 뇌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을 거라고....

우리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고 있으셨을 거라고....

심장이 멎고, 호흡이 멈추고 손을 늘어뜨렸지만 죽었을지라도 듣기는 한단다.

그래서 죽은 사람 앞에서 함부로 이야기 해서는 안 된단다.

듣는 기능은 살았으니까.

나는 어리석게도 이런 사실을 어머님 가시고 뒤에야 알게 되었다.

먼저 알았더라면 막 냉동실로 들어 간 어머님을 꺼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드릴 것을....지금은 후회가 된다.

아직 들을 수도 있는데 그냥 냉동실로 넣었으니 얼마나 추웠을까...

엄마! 정말 미안 해.......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이~~~~~~~

 

다음에 계속됩니다.

 

林光子 2004년 늦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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