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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세포와의 전쟁

알콜세포와의 전쟁→17. 옆방 아줌마가 절도죄로 감옥에 갔는데....

by 임광자 2005. 12. 31.

우리집이 셋집으로 고쳐지지 않았던 시절. 파출소에서는 그가 낮에 혼자 집에 있어서 더 술을 마신다며 방 셋 중에서 중간 방을 세를 놓으라며 파출소에서 밥을 해주는 아줌마를 소개 해 주었다. 아주머니는 파출소에서 점심과 저녁을 해주는 시간 말고는 시간이 넉넉하였다. 아줌마는 자신은 파출소에서 근무하니까 경찰공무원이라며 의시대기도 하였다. 그녀는 항상 몸배를 입고 다녔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풍성한 몸배를 입기를 즐겼다. 젊은 사람이니까 바지를 입으라고 해도 몸배가 편해서 좋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풍성한 몸배는 물건 감추기가 아주 좋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몸배는 할머니들이 즐겨 입는 하단과 상단에 고무줄을 넣는 풍성한 바지이다.

 

그녀와 그녀 남편과 두 아들이 함께 살았다. 그녀가 마루나 부엌을 다니거나 할 때 발소리가 전혀 나지 않아서 한밤 중에 방에서 마루로 나올 적에 가끔씩 깜짝 놀라기도 했다. 발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그녀가 있어서...그녀는 어둠 속에서도 전등도 켜지 않고 잘 돌아다녔다. 그녀의 남편은 오토바이 수리공이었다. 큰아이는 다섯 살이었고 두째 아이는 세 살이었다. 첫째는 아주 바보처럼 얌전하였고 두째는 아주 개구쟁이였다.

 

그들은 무척 잘 먹고 살았다. 두 사람의 수입을 보드라도 그렇게 잘 먹고 살 수가 없는데 기막히게 잘 먹고 살았고 돈을 참으로 잘 썼다. 그녀 이야기를 들으면 시댁에도 돈을 엄청 보냈다. 그래서 아저씨가 그렇게 돈을 잘 버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나중에 그 남편이 실직을 하였는데도 그녀는 돈을 많이 썼다. 참 이상도 하다 돈을 어디서 찍어내나 생각하고는  그냥 지나쳤다.

 

큰아이는 조심성이 있고 과묵하고 한번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가만히 앉아서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기만 하였다.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였다. 그래서 그는 큰아이를 아주 좋아했다. 작은 아이는 너무도 야단법석을 떨어서 엄마더러 데리고 다니라고 하였다.

 

내가 냉장고 위에 잠간 올려 놓은 돈지갑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는 말았다. 그리고 또 한번 그런 일이 있었다. 나는 그 때 너무도 피곤한 생활이어서 내가 어디다 빠뜨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아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연탄이 딱 한 장 남아있던 것이 없어졌다. 정말 이상했다. 아궁이에서 불이 잘 타고 있던 연탄도 갑자기 꺼져갔다. 그런데 동네 가게를 갔더니 가게집 주인 아주머니가 파출소에서 밥하는 여자한테 방을 주었느냐면서 빨리 집에서 내 보내란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그 여자가 바로 자기 이모 집에 새 들어 살던 여자인데 도둑이란다. 그런데 그 여자가 마침 우리집으로 이사를 왔다고 하더란다. 내가 낮에 직장에 나가니 더욱 큰일이다 싶어 알려준단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그 가게는 이사를 가고 다른 사람이 가게 주인이 되었다.

 

이상하다고  만 생각하고 그런대로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옆집 아주머니가 찾아와서 옆방 여자가 현장범으로 끌려갔단다. 자기 집에서 일을 시켰는데 갑자기 지갑 속에서 있던 돈이 없어져서 그 여자를 다구치고 파출소에서 경사가 나와서 그녀의 호주머니를 뒤지니 돈이 다 나와서 찾았단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해서 자기 집에 다시는 못오게 한 일이 있었다고 나더러 잃어버린 것이 없느냐고 묻는다. 나도 지갑이 몇 번 없어졌다고 하니 파출소에 가서 이야기 하란다.

 

그녀는 시간만 나면 야채가게에 가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도와 주었다. 가게 청소도 해주고 집에 가서 밀린 빨래도 해주고 아이들 씻겨도 주고 아주 열심히 도와 주어서 일당을 주겠다고 그러니 이웃끼리 그냥 도와 주는 것이니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드란다.

 

그녀가 가게에 와서 도와 주기 시작할 때부터 자꾸만 매상에 비해서 돈이 적었단다. 그래도 그녀를 의심하지는 않았단다. 일당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을 어떻게 의심하냐면서....혹시 손님들 중에서 도둑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단다. 그래서 친척에게 말을 하였고 친척들이 바쁠 때는 가게에 와서 도와 주었단다. 그녀도 가게가 바쁠 때는 와서 물건을 팔아서 돈 통에 돈을 넣었단다. 그런데 가게 주인의 앞치마에 돈을 넣은채로 앉아 있는데 그녀가 그 옆에 바짝 다가 앉아 있더란다. 친척이 한번은 그녀를 이상히 생각하고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보았단다. 그녀는 물건을 팔아서 돈 통에 돈을 넣는 척 하면서 자기 앞치마 주머니에 교묘하게 넣더란다.그리고 가게 여주인 옆에 앉아서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가게 주인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는 자기 앞치마 주머니에 넣드란다. 친척은 갑자기 그녀를 덮치고는 앞치마의 주머니를 뒤집었단다. 주머니에서 돈이 쏟아져 나왔단다. 사람들이 놀라고 주인도 놀랐단다. 가게 옆에 있는 파출소에서 경찰이 나와 그녀의 손에 수갑을 채웠단다. 처음에는 막 자기돈이라고 하더란다. 그런데 바로 조금 전에 경찰한테 돈을 꾸어 달라고 하였는데 못 꾸어 주었다고 해서 그녀 돈이 아니란 것이 밝혀졌단다. 그녀가 파출소로 온 뒤에 돈지갑들이 많이 없어졌단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고 서로를 의심만 하였단다.

 

나도 옛날 가게 주인이 귀뜸을 해 주었는데도 믿지를 않았으니까.. 그 만큼 그녀는 아주 다소곳하게 목소리도 작게 이야기하고 그 얼굴은 아주 순진하게 생겼었다. 그녀가 잡혔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시장의 그녀 단골집에서도 도둑 맞은 물건들이 있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그녀는 경찰서로 이송되었고 재판을 받게 되었다.

 

그녀가 끌려가고 우리집에는 파출소에서 나와서 그녀의 방을 막 뒤졌고 무언가를 잔뜩 가지고 갔다. 그리고 말하기를 그 부부는 고향에서 사기를 치고 와서 현상수배범이었단다. 어떻게 현상수배범이 파출소에 취직이 되었느냐고 하니 다른 사람 주민등록으로 취직을 하였단다. 그래서 그녀가 파출소에 끌려가자  남편은 도망을 쳤다. 부인이 현상수배범인 것이 들통나서 잡힌 줄 알고 남편은 도망을 갔다. 아이들은 곧 바로 이모가 데리고 갔다.

 

며칠이 지나자 시어머님이 오셔서 손자들을 돌보았다. 시어머니의 넋두리가 시작되었다.결혼 전에 동거를 하였는데 너무도 돈을 잘 써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반대를 하였는데 남편한테 너무도 잘하니 아들이 결혼을 강행하였고 아이들이 생겨서 그냥 결혼을 허락하였단다. 아무리 도둑질 버릇을 고치려 해도 안 되더니 결국은 이렇게 되었다고 한숨만 쉬었다. 며칠 후에 그녀의 남편이 왔다. 내가 그 어머니에게 아들이 돌아오면 잡히지 않느냐고 묻자 학교 교장으로 있는 형이 해결해 주었단다.

 

할머니가 가고 그녀의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았다. 그런데 애 아빠는 아침에 나가서 밤중에 술이 취해서 들어왔다. 꼭 외모가 도둑 같았던 사람이다. 하루는 큰아이가 자기 아버지는 열쇠 없어도 잠긴 문을 잘 연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무서웠다. 한밤중에 드나드는 것도 무섭고 집을 비우기도 무서웠다. 우린 절대 집을 나가지 않기로 했다. 나도 직장에 갔다가 바로 집으로 왔다. 오전강의만 했다. 밤 늦게 와서 벨을 누를 때도 무섭고 인기척이 나도 무서웠다.

 

할머니가 오시니 얼마나 좋았는지 ...할머니한테 이 동네에서는 며느리가 도둑이고 아들이 사기범이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니 동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아이들이 들으면 좋지 않으니 아들과 잘 상의해서 이 동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라고 종용했다. 처음에는 그냥 살겠다고 하더니 계속 설득하니 이사를 갔다. 그녀가 잡혀가고 사는 몇 달 동안 하루 하루가 발발 떠는 생활이었다. 그녀 보다도 그녀 남편이 생긴 것부터가 더 무서웠다.

 

그녀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파출소 직원들이 연명으로 그녀를 석방시켜 달라고 탄원서를 냈단다. 이유는 그래도 한솥밥을 먹었던 정도 있고 어린 아이들이 있으니 선처해 달라고 낸 진정서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 때는 국민대생들의 데모가 잦았던 때라 파출소에는 의경,,전경, 방범대원, 경찰들이 많이 근무했다. 그녀가 파출소에서 밥을 해 줬을 때는 반찬이 그렇게 좋았단다. 원래 음식 솜씨도 뛰어났지만 도둑질한 돈으로 밥상 하나는 제대로 잘 차려준 모양이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林光子 200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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