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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세포와의 전쟁

알콜세포와의 전쟁→19. 공부 하는데 방해가 안되면 그냥 살아라.

by 임광자 2006. 1. 2.

 

십이년 전의 일이다.
그가 취하기만 하면 원색적으로 몇 날 며칠을 떠들어서 옆집, 앞집 사람들뿐만 아니라 앞 동에 사는 집에도 그가 떠드는 소리에 밤잠을 설친다고 나에게 항의하여 나는 스승에게 가서는 이혼을 해야겠다고 의논을 드리니 가만히 처다만 보신다.

 

나는 결혼식에 나를 가르친 선생님들을 한 분도 초대를 하지 않았다. 알콜에 찌들어진 그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만약에 미리 알게 되셨다면 반대 하였을 것이다. 그와 함께 선생님 댁에 같이 가지도 않았다. 그래서 선생님은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나는 나와 아는 사람에게 갈 때는 그와 같이 가지 않는다. 그는 꼭 술을 마시게 되고 실수를 하니까...그가 아는 사람 집에는 같이 따라 다니다가 술을 마시는 버릇으로 인하여 소란을 피우고 집에 올 때 술 취한 사람을 데리고 오려면 너무도 힘들어서 나중에는 따라 가지 않았다.

 

"처음 보다는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너무 힘들어서 헤어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
나는 쫑알쫑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강영선 선생님은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고만 있더니

"자네 공부 하는 것을 반대하나?"
"그렇지는 않아요"
"..........."
"중국고대사도 잘 알고, 기(氣) 이야기도 잘 통하는데..."“

“공부 하는데 방해를 않고, 처음 보다는 많이 나아지고, 오갈 데 없는 사람이니 조금만 더 참고 지내 봐"

그러나... 그러나....

이제야 나는 그가 내 공부 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왜냐하면 하루 종일 그가 술을 먹지 않나 지키고 있어야 하니까.

언제쯤 나는 내 공부를 위하여 마음 놓고 돌아 다닐 수 있을까....항상 나는 그걸 생각하며 살았다.

 

 

세월은 흘렀다. 지금은 그전 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그는 이번에도 절대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명세를 한다.

 

“이십년을 넘게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속은 김에 한번만 더 속아 봐”

“....”

오늘 새벽에 새해 새날이라고 맑고 싱싱한 물을 먹어야 한다며 약수터에 갔단다. 약수터 할아버지들이 함께 한잔 하자고 하는 것을 앞으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그냥 왔단다.

나는 속아 준다. 알면서 속는 것이 인생살이다.

 

많은 사람들은 신년 초하루가 되면 결심들을 한다.

그런데 그 결심이 얼마큼이나 갈까 ..

물론 의지가 강한 사람은 결심한 바를 꼭 이룬다.

의지가 약한 사람은 작심 3일이라던가...

아니다 의지가 아주 약한 사람은 작심 3일도 못간다.

 

 

林光子 20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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