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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세포와의 전쟁

알콜세포와의 전쟁→21. 짜장면 먹고 죽은 붕어 이야기

by 임광자 2006. 1. 4.

옛날 이야기인데..
그와 나는 둥근 어항에 검정,빨강 노랑의 붕어를 길렀었다. 둥근 어항은 작은 물고기들을 넣어 두고는 옆에서 보면은 물고기들이 실제 보다 훨씬 크게 보여서 위로는 작은 물고기를 보고 옆으로는 큰 물고기를 보는 그런 작은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어느날 직장에서 집에 오니 그의 몸은 이미 술독이 되어 눈은 게슴츠레하고 말소리는 이미 맛이 갔다. 방바닥엔 짜장면이 조금 남은 그릇이 엎어져 있고 짜장면 가닥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내가 집에 들어가자 그는 초점 잃은 눈으로 나를 보더니
"오늘 금붕어와 같이 짜장면을 먹었다"
그는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을 한다.
나는 아차 싶어 3층 설합장 위의 어항을 보았다. 아뿔사! 어항 속에는 짜장면이 까맣게 들어 있고 붕어들은 물 위로 올라와 입을 수면에 대고 뻐끔거린다.

"짜장면이 왜 어항 속에 있어요?"
"나만 먹기가 미안해서..."
"그럼 한 가닥만 주지''"
"배불리 먹으라고..."
"붕어들이 죽어가고 있잖아요?"
"내 생전에...."
"어항 물이 더러워져 붕어들이 숨을 못 쉬잖아요?"
"참네. 붕어들이 짜장면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 못 들어 봤어...?
"저렇게 하면 붕어들이 다 죽어요? 알아요?"
"안 죽어 내기 해..."
" 벌써 붕어들이 물위에서 입을 뻐끔거리지 않아요?"
그는 붕어들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저 모습이 안 보여요?"

나는 부리나케 어항의 물을 갈아 주었지만 그 다음 날 보니 두 마리가 죽고 한 마리만 살았다. 나는 억울하게 짜장면 먹고 죽은 붕어 두 마리를 은행 나무 밑에 묻어 주었다.

며칠 후 술이 깬 그는 붕어 두 마리가 어디 갔느냐고 묻는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짜장면 먹여서 죽였잖아요?"
"그래 내가 짜장면을 주었지."
"붕어한테 짜장면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내가 짜장면을 먹는데 붕어가 처다 봐서..."

나는 물고기들이 사는 어항 속의 물에는 산소가 풍부해야 한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다시는 붕어에게 아무거나 주지 말라고 누누이 이야기로 그를 설득을 하였다. 그 후로 그는 다시는 어항에 짜장면을 가득 넣지 않았다.

그리고
살아남은 한 마리 붕어는 오래도록 살았다.

 

2004년 초에 씀. 예전에 올렸던 것을 다시 올림니다.

 

林光子 200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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