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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세포와의 전쟁

알콜세포와의 전쟁→22. 꿈에 첫사랑이 나타나서는....

by 임광자 2006. 1. 5.

그가 술을 먹고

계속 떠들어서

하루 종일 머리가 뒤숭숭해서

무성하게 잎이 달린 쑥과 자소와 박하 줄기를 베어다가

망 바구니에 넣어 옆에 두고

신문을 뒤적이지만

글자는 글자인 데 머리 속에는

글자가 들어가는 게 아니고

흐리멍텅 구름만 둥둥 떠다닌다.

아니다 싶어

쑥밭에 가서 파란 하늘 보고

날아 다니는 나비를 따라
눈을 딩굴리다가
쑥 냄새 깊게 들여 마신다.

쑥 냄새에 취하고 자소 향에 취하다가
집에 들어오니
그가 잠이 들어 집안이 적막강산이다.
아하! 살겠구나 잠이나 자야지...

꿈 속에서 첫사랑이 나타나서는
물끄러미 자는 나를 처다 보고 있다.
안쓰러운 표정으로.....
자는 척 하고서
나는 첫사랑 얼굴을 실눈 사이로
처다만 보다가 잠이 깼다.

옆방에서 자던 그가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어이 참! 더러운 꿈을 꾸었다."
"무슨 꿈?"
"꿈 속에서 어떤 놈이 와서는 나를 죽도록 때려서..

실컷 두들겨 맞다가...
너무 아파서 잠을 깨니 꿈이야"
"때린 사람 얼굴 보았어요?"
"얻어 맞느라 얼굴도 못 봤어..."

나는 고개를 돌리고 혼자서 빙그레 웃었다.
"고마워요. 첫사랑님!"

라고 나는 입 속으로만 말했다.
"술을 그만 먹어야 겠어..."
"??........."
"하느님이 나를 혼내시는 것 같아.."
라고 그는 말하고는 목욕탕으로 들어가더니
목욕을 하고는 자기 방에 들어가
성경책을 펼친다.

그 후로 그는 술 마시고 난동을
부리다 잘 때는 가끔씩 누군가에게
꿈 속에서 실컷 두들겨 맞는다고 한다.

꿈 속에서 두들겨 맞은 후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꿈 속에서 그가 맞았다는데....
내 마음은 맑은 하늘 위에
하얀 뭉게구름이 되어
두둥실 떠 다닌다.

 

 

2003년 여름 어느날 씀

예전에 올린 것을 다시 올립니다.

 

林光子  200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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