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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세포와의 전쟁

자장면 먹고 죽은 붕어 이야기

by 임광자 2007. 8. 11.
자장면 먹고 죽은 붕어 이야기


옛날이야기인데, 그와 나는 둥근 어항에 검정, 빨강 노랑의 붕어를 길렀었다.
둥근 어항은 작은 물고기들을 넣어 두고 옆에서 보면 물고기들이 실제 보다 훨씬 크게 보였다. 그래서 위로는 작은 물고기를 보고 옆으로는 큰 물고기를 보는 그런 작은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직장에서 집에 오니 그의 몸은 이미 술독이 되어 눈은 게슴츠레하고 말소리는 이미 맛이 갔다. 방바닥엔 자장면이 조금 남은 그릇이 뒹굴고 자장면 가닥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오늘 금붕어와 같이 자장면을 먹었다"
그는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을 한다.
나는 아차 싶어 서랍장 위의 어항을 보았다.

아뿔싸!
어항 속에는 자장면이 까맣게 들어 있고 붕어들은 물 위로 올라와 입을 수면에 대고 뻐금거린다.

"자장면이 왜 어항 속에 있어요?"
"나만 먹기가 미안해서……."
"그럼 한 가닥만 주지''"
"배불리 먹으라고……."
"붕어들이 죽어가고 있잖아요?"
"내 생전에……."
"어항물이 더러워져 붕어들이 숨을 못 쉬잖아요?"
"참내. 붕어들이 자장면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 못 들어 봤어…….
"저렇게 하면 붕어들이 다 죽어요? 알아요?"
"안 죽어 내기 해……."
" 벌써 붕어들이 물위에서 입을 뻐금거리지 않아요?"

그는 붕어들을 보고는 고개를 기우뚱 거린다.

"저 모습이 안 보여요?"

나는 부리나케 어항의 물을 갈아 주었지만 그 다음날 보니 두 마리가 죽고 한마리가 살아남았다. 나는 억울하게 자장면 먹고 죽은 붕어 두 마리를 은행나무 밑에 묻어 주었다.


며칠 후 술이 깬 그는 붕어 두 마리가 어디 갔느냐고 묻는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자장면 먹여서 죽였잖아요?"
"그래 내가 자장면을 주었지."
"붕어한테 자장면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내가 자장면을 먹는데 붕어가 처다 봐서……."

나는 물고기들이 사는 어항 속의 물에는 산소가 풍부해야 한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다시는 붕어에게 아무거나 주지 말라고 누누이 이야기로 그를 설득을 하였다. 그 후로 그는 다시는 어항에 자장면을 가득 넣지 않았다.

그리고
살아남은 한 마리 붕어는 오래도록 살았다.



林光子 200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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