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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세포와의 전쟁

알콜세포와의 전쟁→14. 술 취한 그는 경찰 아저씨와 육박전을 치룬 후...

by 임광자 2005. 12. 28.

우리 동네 파출소는 우리집에서 아주 가깝다. 그는 술을 마시면 파출소로 가서 아주 죄 없는 경찰 아저씨의 목을 팔로 감고 자기 친구가 어떻고 친척이 어떻고 하면서 조였다. 그럼 경찰 아저씨는 아무 죄 없이 당하기가 일쑤였다. 아주 마른 그는 술을 마시면 몸이 흐늘흐늘해서 손가락 하나로 밀어도 넘어질 거라고 들 말한다. 그러나 그는 고교시절 기계체조로 몸을 단련을 해서 팔뚝이 굵다. 하루에 아령을 일천번씩 들어 올리기를 하였단다. 지금도 팔을 쭉 뻗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기를 계속 반복하면 팔뚝이 점점 부풀며 굵어진다. 그래서 주먹 힘이 보기 보다는 좀 세다.

1990년대 전반이었을거다. 어느날 그의 언행이 젊은 경찰 아저씨를 흥분 시키고야 말았다. 그가 다시 파출소에 와서 행패를 부리자 젊은 경찰 아저씨는 그를 밖으로 끌고 나와 한판 붙었다. 그는 앙탈을 부리고 젊은 경찰은 그를 몇 번이나 땅에다 내리쳤다. 술 취한 사람은 통각의 느낌이 둔한지라 그는 계속 대들며 악을 썼다. 경찰계통에 있는 친구들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그러나 젊은 경찰 아저씨는 그와 계속 씨름 비슷하게 엎치락  뒷치락 하면서 "무엇 때문에 우리를 괴롭혀요?"라면서 그와 씨름을 계속했다.

얼마 후 그 모습을 동네교회 목사님이 보시고는 젊은 경찰 아저씨에게 "저 사람 술 마시면 머리가 돌아요. 참아요" 라고 말하자 젊은 경찰 아저씨가 그를 놓고는 사라진다.

며칠 후 그는 술이 깨었다. 그는 오랫동안 술을 계속 마시면은 다음날 깨어나는 것이 아니고는 심할 때는 밥도 못 먹고 물만 마시며 한 일주일을 앓았었다.

젊은 경찰 아저씨한테 맞거나 심하게 넘어져 다쳤을 때는 열흘 이상을 앓는다. 온 몸이 쑤신다며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일주일도 못 갈 결심을 되새기며...

그가 술이 깨었다. 나는 그에게 "파출소 앞에서 경찰과 한바탕 한 것 알아요?' 라고 물었다.
"내가 미쳤지.."라고 중얼거리며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꼼짝 않고 누워있다.
그는 그날부터 다시 술을 마시는 날까지 파출소 앞으로 가지 못하고 돌아서 다녔다. 그 후로도 술 마시면 가끔 파출소에 가서 난동을 부렸지만 옛날 보다는 덜 했다. 그러다가 용기 있는 젊은 경찰 아저씨가 그가 경찰에 있는 친구들 이름을 말하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자 그 친구가 어디에 근무 하는지를 물었다.

그 다음날에 그가 자랑하던 친구가 그에게 전화를 해서 "너 파출소에 가서 내 이름을 말하며 떠들었다며....앞으로는 내 이야기 하지 말아!" 라고 부탁(?) 아닌 호령을 하였다.
그는 그 후로는 파출소에서 떠드는 것을 조심하다가 한참 후부터는 파출소에 가지 않았다

 

그와 싸운 젊은 결찰 아저씨가 나타나기 전에는 그는 술을 마신 후에 한복을 차려 입고 파출소에 가서는 “나 예뻐 ?”하고 묻기도 하고 한밤중에 술이 떨어지고 가게도 다 문을 닫으면 파출소에 가서 술을 내어 놓으라고 행패도 부렸다. 어쩔 때는 음료수를 사다 주기도 하고 어설프게 그림 그림을 주기도 하고....병풍 그림을 그려 주고 돈을 안 주고 전근을 가버려 그림 값을 떼이기도 하였다.

 

1980년대 후반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가 술을 마시면 우리집에는 의경,전경, 방범대원 등이 와서 술 취한 그와 함께 있어 밤을 보내 주어서 내가 밤잠을 조금은 잘 수가 있었다. 그는 술이 취하면 고성방가를 하면서 동네를 쏘다녔고 집에 있을 때는 전축을 크게 틀어 놓고 손뼉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찾아오면 욕설도 하지 않고 금방 아주 상냥한 얼굴로 맞아 들이면서 글씨를 써 주겠다고 불러 들인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그들은 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올 때 마다 인심은 점점 각박해지고 점점 우리 집에서 근무를 하지 않아서 나는 또 밤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그들은 때때로 파출소에 그를 불러 들여 함께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 당시에 북악파출소에 근무 하면서 우리집에 자주 왔던 그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보낸다. 

 

술주정은 받아 주지 않아야 덜 한다. 행패 부리는 그와 씨름을 한 용기 있는 젊은 경찰관이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도 파출소에 가서 행패를 부릴 것이다. 그 경찰관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林光子 20051227

 ★책 출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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