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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세포와의 전쟁

알코레포와의 전쟁→15. 인생이란 실수와 후회의 시소게임으로 지혜를 키우는 삶이다

by 임광자 2005. 12. 29.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혼수 상태에 빠지는 횟수도 줄어들고 검은색을 띄는 얼굴 빛이 조금씩 하해지고 목의 닭살도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술을 못 마시게 말리면서 영양가 있는 음식과 차를 계속 개발해서 주웠다. 그 결과 그는 점 점 술을 안 마시는 날이 늘어나고 밖에 나갔다 올 때 술을 마시지 않고도 집에 오는 날이 많아졌다.

그는 나에게 묻는다. "나에게도 희망이 있지?" "맞아요. 희망이 있어요." 그가 술을 마시지 않는 날 나는 희망을 갖고 그가 술을 마시는 날 절망을 갖는다.

 

그는 내 곁을 떠나면 옛날처럼 다시 비참한 생활을 하다 죽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길바닥에 쓸어져 있는 술꾼을 보면 외면을 한다. 옛날의 자신을 생각해서라고 말한다. 또한 그가 취하지 않았을 적에는 술꾼이 떠드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한번은 그는 취하지 않았는데 이웃 동에서 밤새껏 떠드는 술꾼이 있었는데 아무도 그 사람을 제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크게 “시끄러! 조용히 해!” 라고 소리를 질러서 조용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다음날 사람들은 말하기를 자기 자신이 떠드는 것은 모르나 보단다.

그렇지만 당장 술이 먹고 싶을 때는 완전히 자신이 미칠 것만 같단다. 마약환자처럼 그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술을 마신다. 그래서 정신이 나면 내가 술을 덜 먹게 하는 것이 고맙다가도 술을 몸에서 요구할 때는 나를 죽이고 싶도록 밉단다. 그래서 나에게 행패를 부린단다. 나야 도망가는 데는 선수다. 집을 고쳐 출입문을 여러 개 만들고서 어제든 여차하면 도망 갈 준비를 하니까. 이 모두가 옛날 이야기다.

나는 그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왜 자신을 남에게 의탁하며 살려고 할까? 그는 왜 스스로 일어 설 줄을 모르는가. 왜 돈이 생기면 저축을 해서 장래를 도모하지 않는가. 돈이 생기면 그는 몇 백만원이 될지라도 하룻밤에 쓸 수 있는 사람이다. 길가다가 노인이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돈을 주고 학생에게는 책을 사보라며 돈을 준다. 

 

그는 물건을 고르면서 주인에게 큰돈을 주고 거스름 돈을 받지 않은 채 다시 물건을 쌀 때 돈을 주고 나오면서 돈을 주어서 몇 가지 물건에 육만원을 지불 하는 것을 보았다. 양심 있는 가게 주인은 그가 계속 주는 돈을 냈다고 다시 그에게 돌려 주기도 하지만 그가 술을 먹어서 기억을 잘 못 할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계속 돈을 받기도 한다. 위의 사실은 그가 돈을 가지고 가서 물건 몇 가지에 몇 만원씩 써 버리고 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내가 몰래 그를 뒤 따라 가서 확인 하고서 알았다.

 

한번은 가게 아저씨가 외상 값을 받으려 왔는데 터무니 없이 많다. 외상 값을 적은 노트를 보여 달라고 하였다. 하나의 값을 여러 번 적어서 돈의 액수가 불어났다. 주인은 자기는 마지막 합계만 보고 말했다며 미안하단다.  

그가 생활비를 벌겠다고 하구선 사기만 당하고 다녔다. 그림만 갖다 주고 돈은 받지 못하고 어떤 사람에게서는 사는 집으로 그림 값을 받으러 갔다가 오히려 형편이 너무 가엾어서 돈을 주고 온 일도 있었다. 그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서민들이 있어 옛날에는 주문이 들어왔다. 대부분 그의 친구와 친척들이 그를 생각해서 그림 주문을 했다.

그는 내가 직장을 그만 두자 술 마시는 횟수가 더욱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IMF를 맞아서 많이 고쳐졌다. 하루에 한 갑씩 피우던 담배를 3일에 한 갑씩 피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회갑까지 술을 끊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통고를 하였다. 그리고 그가 회갑이 되도록 술을 끊지 못하고 한번 술을 입에 대면 주전성정신질환은 여전히 계속 되었다. 그는 이혼은 안 하겠단다. 그도 그렇지.. 왜 하겠는가...먹고,입고,잘 곳이 해결되는 곳에서 떠날 생각을 하겠는가. 세금 걱정 할 일도 없고....지금 살고 있는 집은 결혼 전에 내가 산 집이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혼은 안 하겠단다. 그래서 나는 그 날로 그가 내 몸에 손을 대는 것을 금지 시켰다. 그리고 이혼을 안 해 주는 대신 친구처럼 살되 술을 끊으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처럼 술을 즐기는 것이 아니고 술 기운만 몸 속에 들어가도 주전성 정신질환이 발동을 하니 술을 먹을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 후로는 그와는 친구로서 지낸다. 법적으로만 남편이다. 지금은 친구이지만 언젠가는 친구가 되지 못 할지도 모른다.

 

그는 말한다. 자기가 술을 끊으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된단다. 그는 의지력이 약하다. 나는 그를 옆에서 보면서 이해를 못했던 많은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전에는 예를 들면 지각하고 결석하고 거짓말하고 과음을 하고 정도를 벗어나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자기를 다스리지 못하기도 하고, 나쁜 것인지 알면서도 거절 할 수가 없어서 함께 그냥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자기 인생을 남의 뜻에 따라 이리 저리 휘둘리며 갈팡질팡 사는 것은 훗날에 그 대가를 치루게 된다. 주관 없이 사는 사람에게 누가 도움을 줄 것인가.

 

살아보니 인생이란 실수 투성이고 후회막급일 때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실수와 후회가 없다면 우리들의 지혜 또한 자라지 못할 것이다. 나이가 지혜를 키운다. 그래서 노인들에게서 배울게 많다. 예를 들면 한 사건을 놓고 젊은이는 흥분하지만 노인들은 잘 흥분하지 않고 좋은 해답을 젊은이에게 준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나보다.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많이 읽다 보면 나의 실수를 줄일 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해 나의 지혜를 키울 수도 있으니까.

 

林光子 20051228

 

★책 출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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