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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세포와의 전쟁

알콜세포와의 전쟁→11. 내 교만이 그와 결혼하게 한 것일까?

by 임광자 2005. 12. 24.

 

결혼 전에 나는 생활생물을 연구하기 위해 제자들과 각지방을 여행하며 향토의학을 공부하자고 하였는데 내 결혼식에 왔던 제자들은 수 십년 동안 술에 젖어 겉늙어버린 그를 보고는 실망이 커서 우리집에 발걸음을 뚝 끊어버렸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내가 그와 결혼한 것이 수수께끼 라고 말한다. 제자들도, 동네 사람들도, 심지어는 동생들까지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단다. 그럴 수 밖에 나도 나의 그런 선택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알콜중독을 고칠 수 있다는 나의 교만 때문에 결혼을 한 거란다. 그 말씀이 맞을 것이다. 나는 내가 하겠다고 약속을 하면 꼭 하고야 마는 성질을 가졌으니까. 너무도 어리석은 생각을 나는 바보처럼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차츰  술을 마시지 않고도 넘어가는 날이 많아지고 외출해서도 술을 마시지 않고 집에 올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자신의 입으로 “나도 희망이 있지, 술판을 벌리고 술을 마시고 있는걸 보고도 그냥 왔어..나도 술을 보고도 마시지 않을 수 있어...”라며 감개무량해 했다.

 

수 십년을 알콜중독에 빠져 살아 온 사람도 주위에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알콜이라는 수렁에서 건지려고 노력해준다면 고칠 수가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내 생각이 보람으로 남는다.

알콜세포와의 전쟁은 정말 힘들고 때로는 슬픈 일이나 적어도 시한부 인생과의 싸움 보다는 낫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결국 그는 날마다 마시던 술을 일주일 동안을 참을 수 있게 된다.

 

좋아지고 있는 그에게 또 다시 알콜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유혹의 손길이 언제 뻗어 올지 모른다. 알콜중독인 사람은 술을 좋아하는 주위 사람들과는 격리되어 사는 것이 가장 빨리 알콜 중독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林光子 200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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