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은 죽지 않는다 (1)
울긋불긋
내 몸이 변하고 있네
내가 바라서 이렇게 고운 옷을 입게 된 것이
아니다
어쩔 수가 없었지.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라서
내 초록 옷이 울긋불긋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내가 봄빛을 맞아 초록 옷을 입고 태어난
후로
나는 내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졌다.
내가 없음 내 몸 굶어 죽는다.
아니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죽는다.
나는 대단한 존재다.
모든 생명체가 나로 인해 살고 있다니..
그 이유를 말해 드리리다.
나는 엽록체를 가졌잖소
이 엽록체가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햇빛을
탄수화물 속에 화학에너지로 확 바꾸어서 저장하는
공장이다.
지구상에서 유기물을 최초로 생합성하는 공장이 바로
염록체다.
내 몸이 녹색인 것도 바로 이 엽록체가 녹색이기
때문이다.
염록체가 내 몸을 지배 할 적에
나는 이 세상에서 부러운 것이 없었다.
엽록체가 탄수화물을 생합성하면
탄수화물은 내가 먹고도 남아 돌아서
온몸으로 뻗은 체관을 통해 온 몸 구석구석으로
보냈다.
세포들은
탄수화물을 원료 삼아
단백질도 만들고
지방도 만들고
비타민도 만들고
핵산도 만들고
유기질로 된 모든 유기물을 만든다.
그리하여
각종 유기물들은
열매 속에서는 열매를,
씨앗 속에서는 씨앗을
줄기를, 새
줄기도
뿌리를, 새
뿌리를
모두 모두 키웠다.
내 덕으로.....
그런데 알고 있는가?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을...
토끼 사냥에 이용됐던 사냥개는 사냥이 끝나면 죽임을
당하지.
내가 바로 그 신세이지
해가 머무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기온은 떨어지고
건조해져서
내가 품고 있는 엽록체가 광합성을 못하게
되어
공장문을 닫고서 시들시들 앓게 되었지...
탄수화물 생산량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것을
알게 된 줄기가 하루는 잎자루와 줄기 사이에
있는
물관 속에 떨켜층을 만들더군
떨켜층은 바로 떨어져 나간다는 부분이란
뜻일쎄
떨켜층이 생기자 줄기로부터
물이 오지 않더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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