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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단풍잎은 죽지 않는다(2)

by 임광자 2005. 10. 4.

 

 

 

단풍잎은 죽지 않는다(2)

 

 

잎들이 광합성을 제대로 못하자

줄기들은 잎으로 가는 물관에 떨켜층을 만들어

잎과의 모든 인연을 끊어 버리자

물을 먹지 못해 목마름에 지친

내 몸 속의 엽록체들이

그냥 죽어가더군

그러더니

왜 있잖나

호랑이 굴 속에 호랑이가 없으면 토끼가 왕이라고....

 

 

실은 엽록체가 녹색인 것은 엽록소가 녹색이기 때문이야.

그런데 그 엽록체 속에 엽록소만 있는 것이 아니었지

그 속에는 카로티노이드와 크산토필도 있었다네

카로티노이드는 붉은색 계통이고

크산토필은 누런색 계통의 색깔을 가진다네.

엽록소가 없어지자

바로 카로티노이드와 크산토필의 색이 두각을 나타내는거야.

엽록소가 워낙 강력한 색깔이어서

그 동안 있어도 없는 척  가만이 있는 색깔들이었네

 

 

그렇지만

단풍들 중에는

아주 새빨간 피빛 같은 붉은 단풍도 있고

아주 황금색 같은 단풍도 있어

그것은 화청소 또는 안토시안이 만들어냈다네

안토시안은 액포 속에 있는데 열매나 꽃 속에 들어서 아름다운 색깔을 뽐내지.

액포 속의 액성이 산성이냐 알카리성이냐 중성이냐에 따라

색깔을 다르게 나타내서

꽃장사들이 그걸 이용해서 자연상태에서는 없는 꽃의 색깔을 탄생시킨다고 하드군

 

 

액포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

액체를 품고 있는 주머니야

식물체가 물을 많이 품고 있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액포들이 많아서야.

과일을 그냥 먹을 때 보다

갈아서 먹으면 물이 엄청 더 많이 나오지

그건 갈아질 때 액포가 터져서 그 속에 갇힌 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도 떨켜층 덕분에 가벼워진 몸을

바람이 불면 훨훨 날아서 춤을 추다가 뿌리 위에 떨어지지

단풍들의 춤은 사무(死舞)지. 아암 사무지 .죽음의 춤이지

우린 가지고 있는 기운의 원료를 다 사용되고 나면

더 이상 지탱 할 수가 없어

그 가벼운 몸이라도 땅 속에 살고 있는 중력이 잡아 다녀서

아래로 몸이 당겨지고 그 때 떨켜층이 떨어지게 되지

즉 줄기는 미리 잎자루가 떨어져도 상처를 입지 않으려고

딱지를 만들어 잎 떨어진 부분을 미리 보호하기 위해서

떨켜층을 만들어 놓은거야.

 

 

그렇지만

겨울이 되어도 앙상하게 마른 잎들이 줄기에 붙어있는 나무들도 있어

그런 나무들은 고향이 따뜻한 곳이었지.

그래서 추워져도 떨켜층을 만들 수가 없어 잎이 떨어질 수가 없고

삭풍이 몰아치면 그냥 줄기에서 찢겨져 나가는거야.

아프겠지....

 

 

윤회라는 말을 아는가?

그건 완전히 부서져야 가능해.

내가 땅위로 사뿐히 내려 앉으면

밟히기도 하고

미생물에 먹혀서는

점점 부셔져서

흙과 같은 모습이 되어

부엽토가 되어서는

뿌리 곁에 다가가면

뿌리털은 물에 녹아 있는 나를 보고

반갑다고

맛있다고

쑤욱 빨아 먹지

그럼 나는 다시 뿌리로 줄기로 들어가

그들의 몸을 이루는 성분이 되지

봄이 되어 내가 뿌리 속으로 들어가면

새잎을 틔우고

새가자를 틔우고

꽃이 되고 열매가 되고 씨앗이 되어 다시 태어나지

그래서 나는 금방 무기질로 변하지 않는다네

서서히 변해야

서서히 변신을 할 수가 있으니까

 

 

우리들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이렇게 삼라만상을 윤회한다네.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은 없다네

변신을 할뿐이지.

내친구들이 자네의 먹거리에 있었다면

그들은 이미 자네 몸의 일부를 이루고 있겠지.

또는

나와 네가 한 몸을 이루는 동료가 되기도 하겠지.

물질은 삼라만상 속을 돌고도니까

 

 

2005년 10월 3일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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