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그리는 노래(사사곡;思師曲)- 강영선 선생님께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선생님들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조금 더 공부하고 찾아 뵈어야지 하면서 세월을 무심히 보내고 나서 이제야 선생님을 찾으니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뵙고 싶었던 선생님은 소식을 알아보니 이미 돌아 가신지 3년 전 이었어요.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어요. 학교에 남은 연락처로 알아보니 연락이 되지 않었습니다.
선생님!
연구하고 싶은 것은 많고 의논할 선생님들 계시지 않으니 외로워서 눈물이 앞을 가리옵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 찾아 뵈었을 때, 선생님은 의자에 앉아계시고, 제가 선생님 앞 바닥에 앉아서 생활생물에 대해 말씀 드리니 귀 기우려 들으시며 만족스러워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한데.... 선생님 혼백이나마 남아있다면 저를 도와 주세요. 꿈속에라도 나타나시어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저는 욕심이 많아 하고 싶은 것이 많답니다. 그러나 부족한 것이 많아 모든 것이 서툴답니다. 이렇게 일찍 가실 줄 알았다면 제가 개발한 음식을 해 드렸을 것을.. 제 손으로 맛있는 음식 한번 제대로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제 손으로 만들었다며 매실식초나 겨우 갖다 드리고... 그것을 받으시고 기뻐하셨지요. 나는 연세 많으셨던 선생님께서 더군다나 협심증을 앓고 계신 선생님인데도 그저 오래 사살 줄만 알았으니 얼마나 못된 제자입니까?
제가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 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을 때,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신 선생님! 그립습니다.
먼저 가신 사모님을 항상 그리워 하셨는데 이제 만나셨는지요?. 사모님이 그립다는 말씀을 그냥 하시지 않고, 딸이 "좋았던 시절을 빨리 잊어야 할텐데.."라는 말로 대신하시곤 저를 처다 보시던 그 표정 속엔 사모님을 그리워 하시는 깊은 마음이 새겨 있었답니다. 그래요. 제가 생각해도 사모님 살아 계실 적이 선생님께는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지요.
저도 사모님 살아계실 적엔 사모님의 고마움을 몰랐답니다. 제가 가끔씩 선생님 댁을 찾으면 사모님은 부엌에서 별식을 하시고, 선생님은 그 때 한창 유행하던 유행가를 곧잘 부르셨지요. 섬마을 선생님, 동백꽃 아기씨를 잘 부르신 것으로 기억되어요.그 앞에서 어린 따님은 춤을 추고, 자라서는 피아노를 곧잘 쳤지요.
사모님은 선생님과 저를 겹상으로 잘 차려 주셨지요. 사모님은 아이들과 같이 드시고요.
선생님께서 떠나시고 나니 사모님 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 제 밑반찬을 걱정해 주시고 혼자 자취하니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맛있는 것을 제게 주면 아들의 불평소리를 듣기가 여러 번이었지요. 맛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저는 죄송하였답니다.
사모님께서는 저를 보면 고향생각이 난다고 하셨지요. 제가 만들어 선생님께 드렸던 비망록을 보고 어릴 적 고향에서 어른들께서 책을 만들었던 그 방법으로 제가 책을 만들었다고 하시며 나이로 봐서는 보지 못했을텐데 어떻게 그 방법을 알았느냐고 하시며 감탄 하셨지요. 제가 시골에서 편지를 쓸 때면 편지봉투를 만들어 쓰는 것이나 비망록을 만드는 것을 보면 틀림없는 선비집안의 딸이라고 하셨지요.
제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게 하시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셨던 사모님. 그러나 대학원에 진학해서 선생님과 다른 전공을 택해 다른 선생님 슬하로 들어갔을 때 무척 화를 내셔서 선생님께서 말리셨지요. 지금 생각하니 사모님 말씀이 옳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랍니다.
저는 청개구리인가 봐요. 운명이었는지 또 다시 다른 전공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서도 제가 하는 일이 보이십니까? 나무라지만 마시고 도와주세요.
선생님 댁의 곳곳에는 사모님의 체취가 스며 있는 듯 세월을 넘어 휘발 되지도 않는지 그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떠나신 줄 알고 제가 너무 서러워 할까 봐 저 몰래 떠나셨는지요. 가끔씩 선생님 댁에 전화를 하면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아 자식들 보러 멀리 가신 줄 알았지요.
그런데 ...
아예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아서 선생님 성함을 말하니 모르는 사람이라며 자기집 전화번호라고 하더군요. 아차 싶어 알아보니 선생님은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으로 가셨어요.
선생님! 사모님!
제가 인터넷에 "인체와 건강 이야기”" 글을 올리면서 잘 할 수 있을까 겁이 나서 도움을 청하려고 모교에 전화를 했답니다. 제가 공부 하던 시절에 막내 선생님이었던 분까지도 지난 8월에 정년퇴직을 하였더군요. 물어 물어 도와 달라고 전화를 드렸는데 전공이 달라서..못하고... 정년퇴직을 해서 못하고... 변명이 너무 많았답니다. 선생님께서는 8순이 가까운데도 제가 하는 공부에 대해 이야기 하면 들어주셨는데요.
선생님! 학교라는 곳이 제자를 혼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배우고저 할 때는 언제든지 졸업생일지라도 도와주는 모교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지금도 선생님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선생님! 사모님!
살아 생전에 저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 감사했다는 말씀 한번도 못해 드렸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살아 생전에 배풀어 주신 은혜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2003년 어느날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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