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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단숨소설(짧은 콩트)

너, 내꺼 보았니?

by 임광자 2021. 8. 16.

너, 내꺼 보았니?

 

나에게 돈이 있을 것 같으면 그는 술을 더 마셨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 두기로 하고 방마다 부엌을 달아내었다. 지하실 방까지 방이 4개이니 부엌도 4개다. 출입구도 4개다. 나는 마루에 4짝짜리 미닫이문을 달아서 내방으로 삼았다. 그러니 마루방까지 합하면 5개가 된다. 그와 내가 방 하나씩을 사용하고 나머지 방 3개를 월세를 놓았다. 여기는 대학이 둘이나 있어서 원룸 이 많이 생기기 전에는 월세 방이 불티나게 잘 나갔다. 남학생은 그와 함께 술을 마실 것 같아서 모두 여학생을 들였다.

 

나는 조용한날 밤에는 늦게까지 여학생들과 마루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내방과 옆방은 방문 하나를 떼어 놓은 거리에 있다. 더구나  내방은 벽 대신 4짝짜리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어 옆방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아주 깔끔하고 똑똑하게 다 들린다. 옆방의 아가씨가 밤에 실습을 많이 하는 과를 다녀서 밤샘을 해야 할 때가 많았다. 밤 열한 시 반이 되면 우르르 뒷집 개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온다. 밤새껏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데 여러 명의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음날 어젯밤에 몇 명하고 잤느냐고 물으니 아홉 명하고 잤단다. 어쩔 땐 핑크빛 분위기 등을 켜고 형광등을 끄고서 한 명의 남학생과 밤을 보낸다. 그런데 그들의 말소리가 귀에 그대로 들어와서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은 시력을 잃고 귀가 최고의 청력 효과를 나타내어 자꾸만 엉뚱한 상상만을 하게 되어 책을 펴 놓아도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음에는 또 다른 남학생과 잔다. 그리고 어느 날은 두 명의 남학생과 자는데 그들이 하는 소리를 들으면 분명 무언가를 하고 있는 소리다. 한 명의 여학생과 두 명의 남학생이 밤새껏 잠도 자지 않고 이상한 신음 소리만 내는 것이다. 도저히 잠을 잘 수도 책을 볼 수도 없었다. 지금 같으면 그냥 두고서 그들이 나눈 대화를 엿들어 적어 놓고 자료로 삼을 건데 몇 년 전만 해도 내 성질은 그러지를 못했다. 그냥 내쫓아 버렸다. 지금은 후회가 된다. 살살 구슬리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떤 체위를 좋아하는가도 묻고 구체적으로 물어봤을 수도 있었는데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랬다면 내가 짓궂은 언행을 한 것이 되었을까?

 

우리 집의 자취방은 출입구와 부엌이 따로 있고 내가 만든 작은 변기가 부엌 한쪽에 있어서 살기에 편하다고 방을 내놓기가 무섭게 새로운 사람이 들어 왔다. 옆방에 새로 들어온 여학생은 근처에 있는 대학의 조교였다. 그녀의 나이는 서른세 살이었다. 겉으로 보아도 아주머니 같았다. 오빠 집에서 다니는데 너무 멀어서 학교 근처에 방을 얻는 거라고 말한다. 오빠가 반대를 하기에 전세로도 얻지 못하고 월세로 들어온단다. 그녀는 도배를 새로 하고 장판을 다시 깔고 부엌에 싱크대도 설치하고 아주 잘 꾸며 놓았다. 돈도 많이 들어갔다. 내가 조용히 물었다.

 

“오빠 집에 있으면 밥도 안하고 빨래도 안 하니까 여기보다 오히려 시간이 더 절약될 것 같은데 진짜로 집을 나온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실은 오빠 집에 있으면 친척들이 와서 시집을 가라고 빈정거려서 그리고 시집을 안 갔다고 친하지도 않은데 아직 어른이 아니라고 반말을 막 하는 것에 자존심 상해서라고.”

 

말끝을 흐린다. 나도 노처녀 시절을 엄청 겪어서 그럴 때의 심정을 안다. 암 알고말고! 백번 천 번 알고말고.

 

여학생이 이사 오고 이틀째 되는 날:

길음 시장에서, 그가 친구들과 술을 먹은 후 버스를 기다리는 데 붕어빵이 모락모락 김을 피우고 있더란다. 갑자기 마누라와 옆방 아가씨 생각이 나서 붕어빵을 두 봉지에 따로따로 천 원어치씩 사 가지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금방 오지를 안 하니까 그냥 배밭골까지 붕어빵을 품에 안고 뛰어서는 집에 왔다. 나에게 한 봉지를 주고 옆방 학생에게 주려고 밤 12시가 넘어서 노크를 막 했겠다. 학생이 자다가 일어나서 방문을 여니 다 식어버린 붕어빵을 먹으라고 주면서

 

“식어버릴까 봐 내가 냅다 뛰어서 그래도 아직은 따끈따끈하니 먹어 봐.”

“지금 몇 시 인줄 아세요?”

“글쎄 나는 모르는데.”

“저 붕어빵 좋아 안 해요. 아저씨 드시고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세요.”

“나는 학생 줄려고 얼마나 숨 가쁘게 뛰었는데 참 섭섭하네?”

 

그날 밤 학생은 잠을 설쳤다. 그러나 그는 무엇을 자기가 잘못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오직 딸 같은 학생이 자기의 성의를 무시했다고 기분이 나빠 있다. 아침이 되자 여학생이 자기 성의를 무시한 것에 섭섭해서 술을 먹고 떠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는 술을 먹으면 열이 나서 옷을 다 벗고 삼각팬티 하나만을 입고 있다. 그의 몸은 말라서 더욱이 팔뚝은 굵지만 허벅지고 종아리가 가날 펐다. 그래서 잘못 앉으면 속의 길쭉이(고추)와 둥굴이가 팬티 가랑이 사이로 다 나온다. 그가 술에 취하고 옆에 사람이 있으면 나는 밖으로 잘 나간다. 밖에 있다가 집으로 들어가니 옆방 아가씨가 방문을 조금 열더니 나를 부른다.

 

“아주머니! 아저씨 옷 좀 입으라고 해요. 다 보여요.”

“그래요. 그렇게 할 게요. 미안해요.”

 

그가 술을 먹었을 때 내가 없으면 옆방이나 작은 방의 학생들이 집에 있을 때는 무언가를 사 가지고 와서는 방문을 노크한다. 그리고는 나와서 같이 먹자고 한다. 아니면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키고는 같이 먹자고 한다. 그럴 때 학생들은 맛있는 것이 눈앞에 있으니 나와서 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앉아 있는데 그의 물건이 더웠는지 팬티에서 나와서 옆에서 대롱거렸겠다. 학생이 나왔다 다시 들어갔단다. 방으로 들어가니 방문을 노크해서 열어주니 그때까지도 물건이 옆으로 나온 체 오징어를 주더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즉시

 

“옷 좀 입어요. 다 보인데!”

“뭐가 보여.”

“뭐긴 뭐야! 고추가 보이지. 그 옆에 것도.”

“누가 그래?”

“학생들이 보았대.”

 

나는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는 즉시 일어나서 노크도 없이 학생 방문을 열고서는

 

“너 내꺼 보았니?”

“아니요.”

“야 너 왜 거짓말해. 안 보았다고 그러잖아.”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고는 그대로 다 내놓고 앉아서는 시킨 음식을 먹고 있다. 거기서 끝났으면 괜찮았는데 내가 시장을 간 그다음 날 저녁때

 

“학생! 문 열어!”

“아저씨 왜요?”

“이거 먹어”

“네.”

“너 정말 내꺼 보았니?”

“아니요.”

“내 마누라가 네가 내꺼를 보았다고 한단 말이야. 그런데 우리 마누라가 절대 거짓말을 안 하거든.”

 

학생은 그의 물건을 보았다고 하면 더 웃기게 되니까 계속 보여도 안 보았다고 하고 그는 계속 보았느냐고 심심하면 묻는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 학생은 일주일을 채우지 못하고 방을 아는 사람한테 인계를 하고 나가 버렸다. 새로 이사 온 사람은 신혼부부였는데 학생의 충고에 따라 마루와 통하는 방문을 폐쇄시키고 부엌문으로 드나들었다. 그렇게 4년을 살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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