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려보는 소녀를 때리고 집에 가니...
한 소년이 길을 가는데 옆에서 자기를 째려보고 있는 소녀가 있다. 자기도 째려보는데 영 기분이 나쁘다.
“왜 째려보냐?”
묵묵부답으로 그냥 기분 나쁘게 비스듬히 전신주에 기대선 체 입술까지 찡그리며 응시한다. 그냥 가려다가 껄렁껄렁한 성격이 가만 두지 않는다. 소녀에게 다가가
“왜 기분 나쁘게 째려보냐니까?”
소녀는 인상까지 쓰며 눈을 부라린다.
소년은 기분이 몹시 상해서 다짜고짜 소녀를 마구 팼다. 소녀가 엉엉 울면서 달아난다. 소년은 멀리 도망가는 소녀를 바라보다가 약속한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친구들과 땅뺏기, 재기차기, 달리기를 실컷 하면서 놀다가 저녁 무렵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가자 부엌에서 엄니가 나와 부지깽이로 소년을 두들겨 패고 있는데 낮에 자기가 팼던 소녀가 방에서 나오며
“저 녀석이 나를 이렇게 팼어요. 작은어머니.”
“이 녀석아! 니 사촌누나를 패면 되냐. 이 xxx할 놈아!”
알고 보니 낮에 자기를 째려봤던 그 소녀는 큰집 누나였던 거다.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하니 얼굴을 잘 몰랐던 거다.
십여 년이 지나서 서울로 올라와서 남산을 갔다. 어떤 여인이 다가오더니
“오빠! 이게 몇 년 만이야?”
라며 부둥켜안았다가 등을 두드렸다 난리 법석이다.
“아니 누구세요? 나더러 오빠라니.”
“오빠는 왜 장난쳐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구먼.”
옆에 있던 아저씨가
“어이, 닮은 사람인가 봐.”
“아니야 우리 사촌 오빠 일근이 맞아. 내가 사촌을 몰라볼까 봐.”
그 때서야 자기와 붕어빵인 형을 자기로 오해한 거란 걸 깨닫고
“나 일근이 아니고 두근인데.”
“뭐야 또 너야.”
“너라니?”
“니놈이 나 어렸을 때 디지게 때렸잖여.”
“아니 그 누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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