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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단숨소설(짧은 콩트)

아버지의 특별한 교육에 감사드린다.

by 임광자 2023. 3. 29.

서울 살 때 집앞의 왕벚나무

 

 

아버지 오리 사주세요?”

오리가 살 집을 만들면 사주지

 

우리 집의 남쪽에는 농수로가 지난다. 농수로는 집의 동쪽과 남쪽 마루 모서리를 사선으로 지나서 동쪽 앞 마루의 모서리로 가서 농수로를 보면 물고기가 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농수로에는 포도나무를 올려 우리가 물고기를 잡다가 포도를 따 먹을 수 있다. 모서리에서 보이는 도랑의 동쪽으로는 약간의 둑을 만들어 작은 폭포수를 만들고 폭포수 위로는 빨랫돌이 있어 빨래도 하고 더운 여름에는 목욕도 하고 겨울에는 썰매도 탄다. 빨랫돌로 내려가려면 작은 두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오리를 산다면 빨랫돌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서 도랑물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내 어린 시절에는 종이상자가 없었고 모든 상자는 나무로 된 것이다. 나는 가게에 가서 나무 상자를 얻고 장날이면 장사들이 놓고 간 나무 상주를 걷어다 장도리로 못을 빼고 분해해서 각목으로 틀을 만들고 다시 붙어서 큰 상자로 만들고 오리 집의 줄입문을 만들어서 아버지에게 보였다. 그걸 보시고 아버지는

잘 만들었다. 오리 새끼를 장날에 사주지.”

 

장날에 아버지는 오리 새끼 수컷 한 마리와 암컷 두 마리를 사 주셨다. 오리 새끼들은 나를 잘 따랐다. 도랑으로 내려가 처음에는 내가 도랑으로 가면 졸졸 따라와서는 도랑 물속으로 들어가서 놀다가 다시 올라와서 놀다가 다시 도랑물 속으로 들어가서 놀다가를 반복하다가 저녁때가 되어 오리 집으로 들어가면 나는 밖에서 물을 잠갔다가 아침에 열어주곤 했다. 암컷 오리가 크니 마루 밑의 흙을 파고 거기에 알을 낳기 시작한다. 오리알은 큰데 달걀과는 다른 맛이었다. 그냥 날로 먹기는 그래서 주로 새우젓 넣고 찜을 해 먹었다. 나주에는 거위도 길렀다. 물론 집을 먼저 만들고 아버지께 검사 맡은 후에 거위 새끼를 사 주셨다. 거위는 물속에서보다도 마당에서 더 살았다. 목을 길게 빼고 낯선 사람이 오면 공격하였다. 거위의 공격모습은 아주 무섭다. 그런데 오리나 거위가 크니 마당에 똥이 많아졌다. 그걸 치워서 텃밭 한쪽에 묻었다.

우리 집에는 아버지가 원하는 닭, 돼지, 개를 기르고 내가 원하는 오리와 거위를 길렀다. 거위는 암수 한 마리씩 두 마리였다. 거위알은 정말 컸다.

 

우리 집 안방과 건넌방 천장이 너무 높아서 겨울에는 추웠다.

아버지 천장을 낮추면 도배하기도 쉽고 겨울에 따뜻하니 천장을 낮출게요.”

어떻게 낮추는지 방법을 말해봐라.”

낮추는 높이만큼 사방 벽에 각목을 대고 한자 간격으로 못질을 해요. 양쪽 벽의 못에 철사를 고정하면 사방 한자의 사각형 철사가 생겨요. 그다음에 신문지에 풀을 묻혀 사각형 철사에 신문지 끝을 감아 붙이기를 계속해요. 그럼 천장이 생기지요. 신문지로 만든 천장에 도배지를 바르면 낮은 천장이 만들어져요.”

어떻게 높은 곳에 올라가 각목을 박고 철사로 기본틀을 만드냐?”

그건 재봉틀에 올라가서 하면 되어요.”

그렇구나.”

아버지는 각목과 철사와 못을 사주세요. 신문은 많으니까요.”

신문은 보고 모아 둔 것이 있으니 그걸 쓰면 되지.”

 

나는 천장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아버지 요즘 위인전과 세계 명작소설이 나오는 데 사주세요. 작문을 잘하려면 책을 읽어야 해요.”

책을 넣을 책장이 없는데 어디에 두려고.”

책장을 제가 만들게요.”

 

나는 다시 가게로 장터로 다니면서 나무상자를 모았다. 각목값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 먼저 각목으로 책장의 틀을 만들고 나무 상자를 분해해서 톱질해서 각목에 붙여 책을 만들고 문짝도 달고 아래에는 서랍도 만들었다. 아버지는 그걸 보시고 매우 흡족했다. 밤에 어머니에게

 

책장을 만든 걸.. 보니 대단한 딸이네. 재는 백두산에 올라가서도 잘 살 거야.”

 

중학교에 들어가니 교복을 맞춰주지 않아서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녔다.

 

교복 맞춰주세요.”

너 재봉 시간에 교복 만드는 것 배우지 않았느냐?”

 

 

아직 거기까지는 배우지 못했어요.”

그럼 하복 입을 때 만들어 입으랴.”

하복 입을 때가 되지 옷감만 사다 주었다.”

 

나는 주말에 친구의 하복을 빌려다 이리저리 살피고 그 모양을 본을 떴다. 그리고 하복을 해 입었다. 좀 넉넉히 만들었다. 양장점에서 한 것만은 못해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버지는 여름에 나에게 장작 하나를 주고

 

이 장작 하나로 밥을 해라.”

 

그 당시 여름에는 보리밥을 했는데 보리를 삶아서 여덟 식구의 밥을 하려면 나무가 많이 필요한데 고작 장작 하나로 밥을 하란다. 나는 한참을 곰곰 생각하다가 풍로를 사용하면 장작 하나로 한 끼가 아니라 더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작은 도끼를 이용해 장작을 아주 잘게 잘게 잘랐다. 풍로에 양은솥을 올려 밥을 하면서 아주 잘게 썬 나무를 하나씩 넣어가니 불을 피웠더니 연기도 전혀 나지 않고 두 끼 밥을 하고도 남았다. 아버지는 그걸 보시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 후로도 아버지는 밭일, 부뚜막 시멘트일을 모두 나에게 시켰다. 아버지는 그런 일을 할 때 도와주지 않았다. 나중에 나는 아버지께

 

아버지 왜 나만 시켜요. 동생은 하나도 안 시키고요. 저 공부해야 하는데 할 수 없잖아요?”

네 얼굴은 초년고생이 많아서 뭐든 다 할 수 있어야 이다음에 네가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켜도 네가 알아야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다. 만약에 네가 아무것도 모르면 일꾼이 주인이 된다. 그래서 너에게 이것저것 시키는 것은 너를 훈련시키는 거다. 그래야 너는 주인으로 속지 않을 거니까.”

 

나는 그 후로 취직하여 연구실에서 실험할 때도 훗날 내가 집을 지을 때도 아버지의 교육이 나에게 아주 큰 보탬이 되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감사합니다.”

어머니! 제가 공부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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