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고만 살던 할머니가 치매 걸리니....
고창 노인 복지관 식당 앞 긴 의자에 앉아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한다.
-이웃 동네에 두 할머니가 위아래 집에 각각 살고 있는데 말이지.-
모두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고개를 돌려 이야기 하는 할머니를 쳐다본다.
-윗집 할머니는 욕쟁이 할머니고 뚱뚱하고 기운이 장사여. 아랫집에 사는 할머니는 마르고 순해. 날이면 날마다 욕쟁이 할머니가 순둥이 할머니에게 자기 집 물건 훔쳐갔다고 별의별 욕을 다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그러다가 싸우면 순둥이 할머니는 얻어 터져. 맞고 산단 말이지. 그런데 순둥이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어. 치매에 걸리니 용감해져 욕쟁이 할머니가 때리고 욕하면 막 대든다고. 치매에 걸리면 기운도 세져 욕쟁이 할머니가 때리려고 하면 막 물어버려. 하루는 순둥이 할머니가 우리 동네에 놀러 왔어. 왜 그렇게 싸워 물어봤지. 무담시 나더러 자기 집 물건을 가져갔다고 악다구니를 쓰며 내놓으라고 한단 말이요. 그러면 방에 들어가 문 잠그고 경찰을 불러. 경찰이 와서 조사를 하고는 욕쟁이한테 가서 물건 가져가지 않았다고 하면서 욕하고 때리고 하지 말라고 말하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해. 그런데 경찰아저씨가 가고 나면 바로 또 지랄이야. 어떤 물건을 가져갔다고 그래. 바가지, 함지, 돈, 먹을 것 별의별 것을 다 가져갔다고 난리여.-
이야기를 듣던 중 한 아주머니가 물었다.
-할머니는 어떻게 둘이 싸우는 걸 다 알아요.-
-논밭에 오고가다가 둘이 싸우는 걸 구경해서 인근 동네 사람들은 다 알아.-
-욕쟁이 할머니 치매 걸린 것 아닐까요?-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젊어서부터 그래. 아이들도 몇 낳았는데 아버지가 다 달라. 애를 낳고는 기르지를 않아서 애 아버지가 데려다 기른다고 하데. 애들이 커도 지엄니 찾아오지 않아. 그 뿐이 아니야. 욕쟁이 할머니가 사는 동네가 원래는 십여 가구 살았대! 그런데 욕쟁이 할머니가 어디선가 이사 온 후로는 집집을 다니며 욕을 하고 물건 훔쳐갔다고 하고 끼니때가 되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밥을 주면 먹는데 밥알이고 반찬을 질질 흘리며 먹어서 그 꼴 보기 싫어서 한집 두 집 이사 가서 지금은 빈집으로 남고 순둥이 할머니집하고 욕쟁이 할머니 집만 남았어. 순둥이 할머니가 치매 초기니까 가끔씩 대들지만 심해지면 둘이 싸우는 것이 굉장할 거여.-
며칠 후에 순둥이 할머니를 식당 앞에서 만났다.
-할머니! 욕쟁이 할머니가 요즘 덜 해요?-
-아이고 지긋지긋해서 죽겠어.-
-아이들도 욕쟁이 할머니가 그러는 것 알아요?-
-알지. 다 서울 살아. 나더러 욕쟁이한테 맛있는 것 자주 갖다 주면 덜 할 거라고 말하지만 내가 미쳤어.-
-이젠 할머니도 같이 한다면서요.-
-같이 싸워도 내가 져.-
식당 앞 의자에 앉아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 열 시간이 된다. 치매 걸리면 순둥이도 사나워진다는 이야기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순둥이 할머니 보건소에서 치매 교육도 받고 약도 먹고 있으니 더 심해지지는 않을 거다. 욕쟁이 할머니도 복지관에 와서 점심을 먹지만 하도 욕을 해서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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