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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고창노인복지관

노인복지관 못가는 날은 우울한날

by 임광자 2014. 12. 3.

노인복지관 못가는 날은 우울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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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젯밤 폭설이 내리고, 어제 아침에 복지관 가는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꼬부랑 할머니가

“943분차를 타려고 했는데 오지 않아서 혹시 114분차는 오나 하고 왔는데 또 오지 않네.”

정시 보다 항상 늦게 오기에 4사람은 하염없이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친 할머니들이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한다.

택시 타고는 가지 않을래요. 지금 택시 타고 가면 올 때도 택시 타고 와야 해요.”

아무리 폭설이 내렸어도 11시에는 길바닥은 깨끗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30분을 기다려도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아 그냥 집으로 되돌아오는데 왜 그런지 슬픈 기분이 들었다. 집에 와서도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하고 무언가 할 것을 못한 것 같은 마음이었다. 복지관 오고 가며 운동이 되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과 식사하고, 따뜻한 밥과 국에 날마다 다른 반찬이 나오는 복지관 점심은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식단이다. 내 이웃들은 나에게

복지관 다니더니 얼굴이 피었어요.”

라고 말한다.

.

오늘 아침에는 옆집 할아버지에게서 복지관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

오늘 복지버스 다니나요?”

. 정상운행입니다.”

어제 11시에 나가서 30분 기다렸어요.”

죄송합니다.”

복지버스를 타고 복지관에 내려서 들어가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오래 머물지도 않는데 그냥 기분이 좋다.

.

110분 차로 집에 오려고 줄서 있다가 버스 문을 열어주는 기사 아저씨에게

내일 버스 다니나요?”

그걸 내기 어떻게 알아요. 모든 게 풀려야 나가요.”

아침 11시와 오후 1시 차는 다녔으면 좋겠어요. 그 때는 한낮이니 눈이 많이 와도 길이 다 깨끗해지니까요.”

내 말에 기사 아저씨가 언짢은 표정으로 처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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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올라서였다. 기사 아저씨가 버스에 올라 와서는

날씨가 좋아야 버스가 다녀요. 돈 버는 시내버스도 아니고 봉사버스잖아요. 만약에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해요. 그래서 조건이 좋지 않으면 이 버스는 안 다닙니다.”

그 말은 맞다. 불편한 노인네들이 많이 타는 버스인데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11시 차와 1시 차는 날씨가 풀리는 때니 다닐 수 있잖아요?”

그 시간에 몇 명 싣고 다니려고 버스를 운행해요?”

그 말도 맞다.

큰일이다. 오늘 밤에 폭설이 온다고 하였는데 내일 후반기에 신입으로 온 사람들을 위한 행사가 있어 꼭 참석해야 하는데 복지버스가 안 다니면 오기 힘든데 큰일이다.”

내 말에 기사 아저씨는

한두 명 태우려고 버스를 운행해요?. 그리고 전화 좀 하지 말아요. 어떤 사람은 밤 12시 넘어서까지 버스가 가느냐고 물어요. 전화를 안 받을 수도 없어요. 혹시라도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 전화하는가 싶어서요. 심지어는 자다가 전화를 받아요.”

나는

아저씨 전화번호가 몇 번인데요?”

안 가르쳐 주어요.”

사무실로 전화하지 왜 아저씨한테 전화해요?”

밤에 사무실에서 누가 전화 받나요.”

그러니까 아침 9시 넘어서 사무실로 전화해야지 왜 아저씨한테 전화할까? 아저씨 전화 번호 몇 번이에요?”

기사 아저씨와 내가 주고받는 이야기가 길어지자 사람들이 웃는다. 그리고는 할머니 한분이

대꾸하지 말고 가만있어요. 그럼 이야기 하다가 말지 않아요.”

그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

지금 밖에서는 비가 온다. 오늘 밤에 눈이 오지 말고 비만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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