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관 못가는 날은 우울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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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젯밤 폭설이 내리고, 어제 아침에 복지관 가는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꼬부랑 할머니가
“9시 43분차를 타려고 했는데 오지 않아서 혹시 11시4분차는 오나 하고 왔는데 또 오지 않네.”
정시 보다 항상 늦게 오기에 4사람은 하염없이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친 할머니들이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한다.
“택시 타고는 가지 않을래요. 지금 택시 타고 가면 올 때도 택시 타고 와야 해요.”
아무리 폭설이 내렸어도 11시에는 길바닥은 깨끗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30분을 기다려도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아 그냥 집으로 되돌아오는데 왜 그런지 슬픈 기분이 들었다. 집에 와서도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하고 무언가 할 것을 못한 것 같은 마음이었다. 복지관 오고 가며 운동이 되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과 식사하고, 따뜻한 밥과 국에 날마다 다른 반찬이 나오는 복지관 점심은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식단이다. 내 이웃들은 나에게
“복지관 다니더니 얼굴이 피었어요.”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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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옆집 할아버지에게서 복지관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
“오늘 복지버스 다니나요?”
“네. 정상운행입니다.”
“어제 11시에 나가서 30분 기다렸어요.”
“죄송합니다.”
복지버스를 타고 복지관에 내려서 들어가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오래 머물지도 않는데 그냥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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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10분 차로 집에 오려고 줄서 있다가 버스 문을 열어주는 기사 아저씨에게
“내일 버스 다니나요?”
“그걸 내기 어떻게 알아요. 모든 게 풀려야 나가요.”
“아침 11시와 오후 1시 차는 다녔으면 좋겠어요. 그 때는 한낮이니 눈이 많이 와도 길이 다 깨끗해지니까요.”
내 말에 기사 아저씨가 언짢은 표정으로 처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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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올라서였다. 기사 아저씨가 버스에 올라 와서는
“날씨가 좋아야 버스가 다녀요. 돈 버는 시내버스도 아니고 봉사버스잖아요. 만약에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해요. 그래서 조건이 좋지 않으면 이 버스는 안 다닙니다.”
그 말은 맞다. 불편한 노인네들이 많이 타는 버스인데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11시 차와 1시 차는 날씨가 풀리는 때니 다닐 수 있잖아요?”
“ 그 시간에 몇 명 싣고 다니려고 버스를 운행해요?”
그 말도 맞다.
“큰일이다. 오늘 밤에 폭설이 온다고 하였는데 내일 후반기에 신입으로 온 사람들을 위한 행사가 있어 꼭 참석해야 하는데 복지버스가 안 다니면 오기 힘든데 큰일이다.”
내 말에 기사 아저씨는
“한두 명 태우려고 버스를 운행해요?. 그리고 전화 좀 하지 말아요. 어떤 사람은 밤 12시 넘어서까지 버스가 가느냐고 물어요. 전화를 안 받을 수도 없어요. 혹시라도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 전화하는가 싶어서요. 심지어는 자다가 전화를 받아요.”
나는
“아저씨 전화번호가 몇 번인데요?”
“안 가르쳐 주어요.”
“사무실로 전화하지 왜 아저씨한테 전화해요?”
“밤에 사무실에서 누가 전화 받나요.”
“그러니까 아침 9시 넘어서 사무실로 전화해야지 왜 아저씨한테 전화할까? 아저씨 전화 번호 몇 번이에요?”
기사 아저씨와 내가 주고받는 이야기가 길어지자 사람들이 웃는다. 그리고는 할머니 한분이
“대꾸하지 말고 가만있어요. 그럼 이야기 하다가 말지 않아요.”
그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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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밖에서는 비가 온다. 오늘 밤에 눈이 오지 말고 비만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