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노후생활
식당 앞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줄을 서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옆의 할아버지 앞에 선다. 그 옆으로는 자리가 비었다.
“왜 이제 와?”
“일하고 오니까 늦지.”
“무슨 일?”
“한 달에 20만원 받는 일자리 있잖아 그걸 하고 오는 거야.”
“아직도 그걸 해.”
“금년엔 내일 한번만 더 하면 끝나.”
“한 달에 수입이 꽤 되지?”
“국민연금 22만원, 노령연금 16만원, 일하고 받는 20만원,”
“근 60만원 되네.”
“더 돼 내가 담배를 끊었더니 마누라가 한 달에 6만원씩 통장으로 입금해줘. 그리고 나는 담배 값 6만원이 절약되니 12만원이 이익인 거야.”
“어렵다는 담배를 어떻게 끊었어.”
“내가 담배 끊은 지 두 달 되었다고 했더니 마누라가 아이들과 사돈까지 다 모인 자리에서 -얘들아! 네 아버지 담배 끊었단다.-하고 공표를 해 버리니 사돈이 –사돈 정말 잘 하셨어요.- 라며 모두들 칭찬을 해서 나도 단단히 맘 먹었더니 옆에서 담배를 피워도 전혀 피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아.”
“잘했네. 그런데 자네 버는 돈은 어디에 쓰나. 모두 저축만 해?”
“아니야. 손주 돌 때 200만원 주고, 며느리 금 석돈 들여 목걸이 해 주고, 집안에 큰 일 있을 때 내놓고 그렇게 써 그렇게 돈을 내 놓다 보니 1천만 원 모으기가 힘드네. 맨날 팔백만원에 머물고 있어.”
내가 그 할아버지의 말씀에 녹아들어 할아버지를 처다 보며 경청을 하자. 그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담배 피고 술 마시고 그러는 것 저는 안 해요. 그 돈을 모았다가 어렵다고 하면 내 놓아요.”
내가 그 할아버지를 보고
“할아버지! 값진 노후를 보내시고 있네요. 어떤 사람은 자식들이 용돈 안 준다고도 하고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날마다 술을 드시는 분도 있으신데 이다음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서 어려운 일 닥치면 할아버지 생각 날 거예요. 저축만 하면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정말 잘 하시네요.”
“술이나 먹고 빈둥빈둥 놀면 뭐해요. 그래서 공공근로도 나가요. 일하러 나가지 않으면 복지관에 와서 놀고요.”
“할아버지는 정말 값진 노후를 보내고 계시는 거예요. 할아버지처럼 하시는 게 진정한 저축이고요.”
내 말에 할아버지는 웃으신다. 아주 평화로운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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