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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고창노인복지관

고성방가와 난청증

by 임광자 2014. 11. 20.

고성방가(高聲放歌)와 난청증(難聽症)

 .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섰는데 바로 옆에 있는 노래방 교실 문이 열리자 고음의 노랫소리가 울려 나온다. 누군가가 얼른 가서 문을 닫는다. 가끔 가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을 때 드나들며 문이 열리고 닫힐 때 매우 큰 노랫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진다. 너무 큰 소리를 계속 들으면 청세포가 죽어서 난청증 걸리기 쉽다.

 .

식당 앞 의자에 앉아서 어르신들의 이야기 소리를 듣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라디오를 크게 틀고 춤을 덩실덩실 춘다. 나는 내 청세포를 보호하기 위해서 귀를 막는다. 분명 그렇게 큰소리로 라디오를 듣는다면 그 사람의 청세포는 줄줄이 스러져 죽고 난청증에 걸릴 것이다. 너무 괴롭게 시끄러워서

할아버지 라디오 소리 좀 줄여 주세요? 귀가 아파요.”

노래를 들으면 흥겹지 않아.”

난청증 걸려요.”

뭐라고?”

할아버지는 춤추는 것을 멈추고 내게 고개를 돌린다.

보청기 끼워야 해요.”

나 보청기 끼웠어. 아주 비싼 거야.”

이어폰으로 귀어 꽂고 혼자 들어요. 여긴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 할아버지는 더욱 볼륨을 높여서 듣는다. 할 수 없이 귀를 막았다. 등치가 드직한 남자 직원이 지나가기에

저기 라디오 소리 좀 줄여 달라고 해 주세요.”

그 직원이 할아버지에게 가서

라디오 소리 좀 줄여 달래요.”

할아버지는 라디오를 껐다가 직원이 가자 다시 크게 틀고 양손의 검지로 양 귀를 막고 있는나를 힐긋 처다본다.

옆에 앉는 아저씨가

올봄에도 날마다 저렇게 라디오를 틀고 춤을 추던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날마다 나오던 분이 나오지 않아서 같은 곳에 사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드라고요.”

그렇게 고음으로 뇌와 귀를 혹사 시켜서 급사했는지도 모르지요.”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갈 수 있는지...”

저렇게 고성방가 못하게 복지관에서 막지 못하나요?”

조금 전에도 보았지 않아요. 직원이 말해도 듣지 않아요.”

어쩜. 그 어르신 난청증인 것 아닐까요?”

나이들면 난청증 걸린 분 많지요.”

난청증이라 잘 들리지 않으니까 크게 라디오 틀고 노래도 크게 하나봐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저렇게 큰 소리를 계속 들으면 귀속의 청세포가 많이 파괴되어 작은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아요.”

그래요. 요즘엔 너무 소음 속에서 살아요.”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난청증이 많대요."

"옛말에도 큰소리를 지르면 고막(귀청) 떨어진다고 했어요."

"고막은 귓구멍 안쪽에서 귓구멍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막혀서 떨려서 그 진동을 귓속으로 전달되게 해요."

"고막과 청세포가 다르나요?"

"크기로 비교하면 고막은 볼 수 있지만 청세포는 아주 작아서 볼 수 없지요."

"고막과 청세포가 있는 곳이 다르나요?"

"고막은 귓구멍 속에 있지만 청세포는 귓속 가장 안쪽에 있어요."

"고막이 떨려야 소리를 듣는다고 했는데 청세포는 무슨 일을 해요?"

"소리에 고막이 떨리는 진동이 귓속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 진동으로 청세포가 흥분하면 청신경이 대뇌로 전달해서 우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거든요. 계속 큰소리를 들으면 그 청세포가 망가져요."

 

.

.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요즘에는 라디오 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고 라디오 소리가 크면

좀 줄여 주세요.”

말하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듣는다. 다행이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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