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한가위
지난 대목장에 장바닥을 이리저리 헤매면서
혹시라도 사촌들이 장보러 왔을까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명절 대목장 인파 속을 헤집고 다니면
많이 늙어버린 혈육들 얼굴을 반갑게 마주하며
몇 마디 안부 묻고 웃고 헤어지곤 하였다.
이젠 시골로 명절 쇠러 오는 것이 아니라
서울로 명절 쇠러 가기 때문에
명절이면 시골이 텅텅 비어간다.
명절 때면 들리던 아이들 웃음소리
귓가에 맴돌던 옛날이 그립구나!
올해 골목길은 작년 보다 더 조용하다.
서울 살적에는 명절 전날은 적막강산이었다.
공동주택의 창엔 불빛이 없어 검었다.
한길엔 차가 없었다.
이젠 뒤바뀌었다.
뉴스에서는 고속도로가 주차장이라던데
그 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고요한 한가위 밤에
밖에 나가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휘황찬란하다.
구름이 솜털마냥 깔리고
그 위를 쟁반 같은 둥근달이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저 달 보고 동생과 함께
언니와 함께 헤헤거리며
큰집 가고 오고 그랬더랬지.
달 보며 함께 걷던
동생도 언니도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니네.
인생은 길수록 홀로 가는 길도 길어라.
2012.10.01.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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