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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한 삶이 역사의 저장고 속으로 사라지다.

by 임광자 2012. 2. 29.

한 삶이 역사의 저장고 속으로 사라지다.


오늘 아우의 사망신고를 하고 오는 길

하늘은 따뜻했다.

 

그가 가는 날은 무척 춥고

앞을 바로 바라 볼 수 없을 정도로

눈보라쳤다.

가는 발걸음이 눈 속에 파묻혀 사라졌다.

한 삶의 종지부가 찍혀지던 날

하늘은 울부짖었다.

 

 


 

 

오늘 그의 인생기록 카드가

사회에서 사라지고

역사의 뒤안길로 넘어갔다.

 


그의 삶이 역사적으로 마감하는 오늘

하늘은 포근하고 화창하다.

햇살이 따뜻하여 겨울옷이 덮다.


내가 딛는 걸음걸음마다

어릴 적부터 오늘날까지

그와 마주했던 순간순간이

활동사진이 되어 내 머리 속에서

펼쳐지고 사라진다.


죽는 자는 그냥 사라지고

슬픔은 살아남은 자의

머릿속에 기록되어

지금은 하루 종일 나를 지배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도 흐르는 세월 따라

멀어져 가 어쩌다가 생각나겠지.


지금은 서럽지만 훗날에는

그를 추억하는 것도

슬프지 않으리라.


2012.02.29.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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