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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세상 떠난 동생의 소원

by 임광자 2012. 6. 17.

세상 떠난 동생의 소원


지난 2월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 떠난 동생은 몸이 약해진 뒤에 직장을 그만 두고 고향집에서 글쓰기를 즐겨 하였다. 그가 글을 쓴 노트는 수십 권이 되었고 그걸 커다란 가방에 차곡차곡 넣어 두었다. 그는 여러 번 나에게

-내가 죽고 나면 내가 쓴 글을 출판사에 보내줄 수 있지?

나에게 물었다.

-그래 그렇게 할 게. 그런데 말이야 네 글을 읽어 보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 볼 수가 없어서 출판사에서 인세를 주고는 책을 만들 것 같지 않다. 자비로 하려면 돈이 많이 들 터인데....

그는 자비로 출판해야 된다는 이야기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나이 들어 손이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글씨가 꼬브랑꼬브랑, 범벅글씨여서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죽은 후에 그가 쓴 노트들을 버릴까 하다가 그냥 창고에 넣어 두었다. 그가 책으로 내기를 원했던 거라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시간이 나면 읽어보고 괜찮은 글을 골라서 아버지가 우리들에게 보냈던 편지와 동생들에게 오빠에 대한 추억을 글로 쓰게 해서 합해서 책으로 묶어볼까 생각한다.


최근에 그가 글 쓰고 있는 모습이 꿈에 보여서 창고에 보관하였던 가방 속의 그의 노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가방 바닥 속에는 500만 원짜리 통장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그 돈으로 자기 글을 책으로 묶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거다. 이제 내가 그의 꿈을 이루어 줄 차례다. 시간이 나면 틈틈이 그가 써 놓은 노트의 글을 읽어 볼 생각이다.




 

어려서는 아주 약했으나 고교시절에는 튼튼했다.

운동하기를 극히 싫어했던 그는 하루종일

책상 앞에서 책보고 노트 정리하기를 즐겼다.

그러다 운동부족으로 나이 들어서 는 아주 약해졌고

여러 종류의 약을 달고 살았다.

식사조절과 운동이 바로 건강의 지름길인데도

그걸 믿지 않고 오직 약만 즐겼다.

 

 

 고려대학교 독문학과 졸업사진.

 

 

1965년 동생과 내가 서울로 대학진학을 한 후에

부모님 생각이 나면 보라며 우리 집 화단에서

찍어 보낸 부모님 사진.

 

 

사후 동생의 각막은 다른 사람 눈이 되어 어두운 곳에서 광명을 찾게 해 주었다.

그의 각막은 아직도 살아 있는 거다. 오래오래 살기를....


2012.06.17.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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