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산소에 다녀오는 길
11월 11일은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신 날이다. 서울 사는 여동생이 11일에는 일이 있어서 오늘 미리 와서 부모님 산소에 다녀오자고 하여 갔다. 집에서 키운 국화꽃을 한 묶음 땄다. 부모님 산소는 신림면 청송에 있다. 고창읍 터미널에서 정읍행 버스를 타고 신림 저수지를 지나서 송촌에서 내려 오던 길을 되돌아 걸어서 동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가면 대봉 과수원이 나온다. 감이 무척 많이 열렸다. 감나무 잎이 붉은 감만큼이나 붉게 타오르고 있다. 갈곡천을 따라 걷는데 옛날 생각이 난다. 옛날에는 갈대천이라고 할 만큼 갈대가 무성하였으나 지금은 없어지고 논두렁에 하얀 머리 나풀거리며 가는 몸을 간들간들 바람 따라 이리 저리 하늘거리며 나를 유혹한다.
갈곡천에서는 은행을 부대에 넣어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올라가서 발로 짓이기며 문드러지게 밟고 있다. 한참을 그러다가 채반 같은 바구니에 담아서 물속에 넣고 은행에 붙은 고약한 냄새 나는 살을 흘러 보낸다. 몇 번을 두 손으로 문지르고 물로 행구고 하니 하얀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 은행이 뽀얗게 커다란 자루에 채워진다. 정말 많은 은행을 씻고 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은행을 땄을까? 두리번거리니 거목으로 자란 은행나무가 곳곳에 소스라치게 높이 노랗게 솟아서 땅은 좁고 하늘은 그래도 높다고 우뚝 서 있다. 오랜만에 동생과 걸으며 부모님 살아생전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겁고 지난 세월 이야기 하는 것도 즐겁다. 오후 4시 넘어서 고창읍을 출발하여 이제 어둠이 조금씩 덮쳐오고 있다. 사진이 어두워지고 있다.
갈곡천
갈곡천에서 자라던 그 많은 갈대는 다 어디로 갔을까?
물이 자주 넘쳐서 바닥을 많이 깍아내면서 갈대들도 사라졌나 보다.
신림 저수지가 생기기 전에 이곳에는 참게가 무척 많이 잡혔다고 한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밤이면 이 갈곡천이 참게들로 까맣게 보였다고 한다.
저쪽 편에 농사철에 논으로 물을 공급하는 수문이 보인다.
어둠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부모님 산소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생전 부모님께 하듯이 지난 이야기를 들려 드린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곳이다.
돌아오는 길은 어둑어둑하고 사진을 더 이상 찍기가 어렵게 세상이 온통 옅은 검은 색이다. 버스 타는 곳까지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왔다. 그런데 웬일인지 버스가 오지도가지도 않는다. 시간은 6시를 넘었다. 여름 같으면 아직도 해가 떠 있지만 지금은 너무 어둡고 시간은 인정사정없이 흐른다. 작은 차가 헤드라이트를 켠 채 싱싱 달린다. 어쩌다 불빛이 좀 높이 비치며 지나가면 큰 차다 생각하고 유심히 보면 그건 트럭이다. 한참 후에 이상한 큰 차가 온다. 얼른 손을 들고 보니 보통 버스 색이 아니다. 그런데 멈춘다. 그래서 올라타니 교통카드 인식기가 달려있다. 동생이 얼른 교통카드를 댄다. 950이 찍힌다. 동생이 두 번 댄다. 올 때 버스는 현금으로 1000원이었는데 50원 싸다. 서울서 타던 시내버스 내부 구조 보다 더 좋다. 승객은 한명도 없다. 동생과 나는 버스를 대절해서 온 거다. 그리고 이런 시내버스가 이렇게 승객도 드문 곳을 다니는 것이 무척 고맙다.
-아저씨! 이거 무슨 버스예요?
-시내버스요.
그러고 보니 늘 집 앞으로 지나던 시내버스다. 오늘 신림면에서 처음 탄 거다. 나는 기사님께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였는지 모른다. 시내버스로는 그게 막차란다. 그리고 정읍행 중에서 신림 저수지를 거쳐 가는 차는 드물다. 그것도 밤에는 다니지 않나 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버스 기다리느라 애를 많이 태웠다.
부모님 산소에 다녀오니 마음이 참 편하다. 소나무 향도 많이 맡았다. 몸이 개운하고 마음이 편한 것이 소나무 향 때문일까? 부모님 산소에 갔다 온 것일까? 정말 기분이 참 좋다.
2011.11.05.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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