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 잎 뜯으러 가실래요? 고구마꽃보세요.
인체여행을 수강하는 아가씨가 모시잎 뜯으로 고수에 간다고 함께 가자고 한다.
-좋아! 언제 가는데?
-내일 아침에요.
-나는 일찍 일어나지 못하니 새벽에만 가지 말고 오전에 가자.
-어차피 엄마가 아침 먹고 이것저것 치우고 갈 테니까 일찍은 못가요.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난다. 예전에 다른 이웃집 여자들이 버섯 따러 간다기에 함께 가자고 해서 약속한 날 아침에 이웃집으로 가서 아무리 아주머니를 불러도 대답이 없다. 아저씨가 하는 가게로 가서 아주머니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오늘 아침 일찍 버섯 따러 갔는데.
-나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요?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던데.
나중에 이웃집 아주머니를 만났다. 빙그레 웃으며 하는 말
-산을 타 보지 못한 사람과 함께 가면 댁을 챙기려고 우리가 버섯을 못 따서 그냥 우리끼리만 갔다 왔어.
그날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따온 버섯은 이웃집 옥상에 쫘~악 깔아서 말리고 있었다. 아주머니 몇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많이 땄는지 옥상 한편이 가득했다. 먹을 수는 없었지만 버섯 향은 실컷 맡을 수가 있었다. 그 후로는 두 번 다시 산나물 뜯으러 갈 때 데리고 가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말이고 집의 텃밭에 심어진 모시잎을 따는 거라고 해서 약속을 하고 오늘 함께 갔다.
무성한 모시잎.
여기 와서 안 이야기지만 모시잎대를 낫으로 비어서 잎을 딴다고 한다.
모시잎이 번창을 많이 해서 자주 잘라 주어야 더 잘 자란다고 한다.
집뒤에는 뒷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지고 뒷산 앞에는 대나무숲이 있고
이렇게 큰 감나무가 있다.
생각 보다 날씨가 따뜻하여 윗옷을 벗어 감나무 걸어 놓고서
모시 밭으로 가서 낫을 들었다.
수십년 만에 낫을 들었다.
낫으로 모시잎을 자르는 나.
세여자가 모시잎 대를 모두 잘랐다.
모시잎 대를 그늘로 옮겨서 잎을 따고 있다.
모시잎 따는 시기를 놓쳐서 낙엽으로 가는 잎이 있어 골라가며 땄다.
모시잎을 따러 간 내 강의를 듣는 똑똑한 여자가 사는 집.
그녀의 애마.
왼편 앞에 있는 화분에는 허브가 자라고 있다.
얻어서 가져다 심었는데 사진 찍는 것을 잊었다.
내일 아침에 사진 찍어 올려야겠다.
집 밖에는 황금 벌판이 쭈~욱 펼쳐지고 낮으막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밖에 나가서 황금벌판 사진을 찍는 걸 보던 그녀가
-고구마꽃 보셨어요?
-서울 살 적에 재배하던 고구마 줄기에서 꽃이 피어서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었는데....
-지금 여기에 고구마 꽃 피었어요? 저는 처음 봐요.
-어디요?
그녀가 안내해준 대로 가니 정말 고구마꽃이 피었다 지고 또 피고 있다.
고구마꽃이다.
집에 와서 소다를 조금 넣고 데쳤다.
내일 아침에 꼭 짜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송편을 해 먹을 거다.
힘들었지만 이걸로 송편을 해 먹는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완전 무공해다.
2011.10.09.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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