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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교재자료/건강생활

잔소리를 너무 해서 미안하다! 아우야!

by 임광자 2012. 2. 1.

잔소리를 너무 해서 미안하다! 아우야!


오늘 남동생이 심근경색으로 119에 실려서 응급실로 갔다. 혈압이 32다. 내가 고향집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고혈압진단을 받고 고혈압 약을 먹고 있었다. 요즘 들어 자꾸만 잠만 자고 기억력이 쇠퇴하여 밥 먹은 것을 잊고서 자신이 밥을 먹었는지 자꾸만 물었다.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자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119에 실려서 병원에 도착하여 여러 가지 검사를 하다가 갑자기 심장이 멈추었다. 15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썼지만 살아나지 않자 모두에게 알리라고 하면서 나를 밖으로 나가게 하고 여러 의사님들께서 열심히 심장을 살리려고 노력을 하는 것이 문틈으로 보였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30분쯤 지나서 심장은 겨우 뛰고 숨이 돌아왔다. 잠간 의식이 돌아온 것 같아서 이야기를 하려는데 처다보더니 그냥 의식을 잃었다. CT 촬영하려 간다기에 따라갔다. 거기서 나와서 중환자실로 들어가고 점심시간이 되자 모두들 식사를 하러 갔다. 그냥 기다리다가 집에 왔다 다시 가니 쪽지를 주는데 면회시간은 아침 점심, 저녁 3번이고 2명에 한해서란다. 그리고는 성인용 기저귀, 물티슈, 각티슈, 패드, 일회용장갑 등을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다주었는데 내가 가져간 물티슈와 일회용장갑이 모자란다. 동생이 등치가 워낙 커서 더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시 더 사다가 주었다.


어릴 적부터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책만 보는 것을 좋아했다. 책상머리에 하루 종일 앉아서 책을 보는 것이 예사였다. 고려대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에 입사시험을 보고 근무를 하다가 힘들다고 그만두고 다시 공무원 시험을 봐서 법무부 감사과에 다녔다. 동생은 시험을 보면 3등 안에 들었다. 감사과를 다니다가 함께 들어가서 근무하던 친구가 계장으로 진급을 할 때 과장은 동생에게 동기 밑에서 일하기 어려울 거라고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겠다고 해서 동생은 괜찮다며 그대로 근무하게 해달라고 하였지만 과장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해서 그럼 고향 가까운데 보내달라고 해서 전주교도소에 진급을 시켜서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원래 심신이 약하고 운동신경은 아주 느린 동생은 가끔 교도소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밤에 출동을 시켜서 힘들어서 그만 두었다. 동생은 다시 공무원 시험을 보고 합격하였다. 그런데 발령지가 집에서 아주 멀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는 곳이어서 시외버스로 출퇴근을 하니 또 힘들어했다.


나는 엄니에게 간청을 하였다. 동생에게도. 힘들면 안 되는 몸이니 더 허약해지기 전에 직장을 그만 두고 그냥 편하게 책이나 보고 집에서 요양이나 하게 하라고 여러 번 말하니 사표를 내고 집에서 책이나 보고 글이나 쓰며 나날을 보냈다. 어릴 적부터 허약해서 어머니의 과잉보호 속에 자란동생은 옆에 있는 물그릇도 들어 올려서 주어야 마셨다. 책을 보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시키지 않았다. 아버지가 그런 동생의 버릇을 고치려고 일을 시키고 직장에 가시면 엄니는 동생이 할 일을 나에게 대신 시켰고 나는 그대로 하였다. 내 반찬은 엄니와 함께 나물반찬이었다. 지금 알고 보니 그 반찬들이 모두 건강식품이었다. 동생은 언제나 고기반찬이었다.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않았다. 내가 남동생 반찬에 젓가락이라도 가려하면 엄니는

-너는 튼튼하고 동생은 허약하니 손대지 마라.

고 나무랐다. 어머니의 지나친 과잉보호가 동생이 손가락 까닥하지 않고 살아온 삶이되었다. 


동생은 나이 들고 점점 움직이지 않고 고기를 좋아하니 비만해지기 시작하였다. 배가 남산만 하게 나왔다. 그러다가 심장에 이상이 온 것이다. 보름마다 병원에 가서 약을 가져다 먹어서 검진을 받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약만 타다 먹은 것이다. 한 병원에서는 변비약만 타서 먹고 한곳에서는 고혈압 약만 사 먹었다.


오늘날 나는 나를 그렇게 길러주신 엄니에게 감사를 드린다. 엄니가 나에게 한 모든 것이 결국은 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고 나이 들어서도 건강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만약에 나를 남동생처럼 길렀다면 지금쯤 나도 성인병이 걸렸으리라. 내 나이 음력으로 올해 71세. 만으로야 60대 후반 끝이지만. 지난 해 건강검진 결과는 혈압은 120에70, 혈당은 95. 체중은 55K, 똥배는 없고 윗팔에 알통은 있다. 키가 고교 시절에는 160cm 가까웠지만 지금은 줄어서 158cm다. 아직은 아무데도 아픈 데는 없다. 허리나 무릎이나 관절이나 아프지는 않다. 그런데 눈이 나쁘다.


동생의 심장이 나쁜 줄도 모르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마구했다. 그럼 동생은 정말 숨이 차서 못 걷겠다고 말했다. 지팡이를 짚고라도 걸으라고 하면 아예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나이 들어서 걸을 때 힘들면 지팡이를 짚으려고 명아주 지팡이를 준비해 놓고 있다. 오늘 의식불명이 되어 얼굴과 가슴에 이것저것 주렁주렁 달린 체 누어있는 동생을 보니 걷고 싶지 않을 때 잔소리나 하지 말걸. 자꾸 잔소리한 것 정말 미안하다. 어차피 걷지 않을 것을 얼마나 내 잔소리가 지겨웠을까 그냥 미안하다. 정신이 돌아온다면 너무 잔소리를 해서 미안하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얼른 깨어나서 누나의 사과를 받아주렴! 내 아우야!


2012.02.01.  林 光子

 

★동생은 내말에 눈물로 대답하고 2월 2일 아침 운명하였습니다.

2012.02.05.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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