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생연 교재자료/건강생활

늙은 형제가 만나서 하는 이야기

by 임광자 2011. 9. 5.

생생연 백련꽃

 

늙은 형제가 만나서 하는 이야기


옆방아저씨에게는 군산에서 약사로 있는 남동생이 있다. 형은 동양화를 그리는데 항상 가난하다. 동생도 딸이 다섯이라 아무래도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서 어려운 편이지만 형이 워낙 못살고 있어서 자신의 용돈에서 한 달에 10만원을 주다가 가끔은 15만원도 준다. 동생이 주는 돈과 노령연금으로 한 달을 근근이 살아가는 형이 보고 싶어서 찾아온다. 둘 다 칠십대라 누가 먼저 죽을지 몰라서 하나가 먼저 죽으면 남은 사람은 사진이라도 보고 살아야겠다고 사진을 찍어 주란다.


젊어서는 아옹다옹 만나기만하면 티격태격 다투더니 어느 때 부터인가 옛날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젖곤 한다. 둘은 큰누님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옥순이 누님 정말 글씨 잘 썼지.

-말은 또 얼마나 잘하고

-이야기는 얼마나 잘하고

-큰누님이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아주 조용했대야.

-큰 누님 친구가 군산 어느 학교 교장이 되어서 왔는데 물어물어 전화번호를 알아서 나에게 전화가 왔더라고 “혹시 이 옥순이 동생이 아니냐고” 묻되 “맞는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친구라며 만나자고해서 만났는데 ”친구를 본 것 같다면서 큰누님 이야기를 많이 하드라고 “참 학생들한테 인기가 높았다며 너무 일찍 세상을 떠서 아까웠다.”고 벌써 몇 년 되었어.

-우리 집이 조선옥을 할 때 큰누님 친구들 많이 왔었지. 우리 엄니가 자식들 친구가 오면 다들 한상씩 잘 차려서 먹여 주었지.

-내 친구들은 아주 우리 집에서 살았어. 그 때는 모두 가난해서 못 먹고 살아서 아예 저녁 때가되면 와서는 손님상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엄청 먹었지.

-그런데 아버지는 왜 큰 누님이 싫어하는 결혼을 시켜서는 힘들게 만들었는지 몰라.

-아버지도 속았대. 결혼 첫날밤에 큰누님이 도망 왔는데 그 때 그냥 집에 살게 했어야 하는데 강제로 죽어도 시집귀신이 되어야 한다며 돌려보냈지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아이 낳고 결핵 걸리고 그러다 아이가 죽고 누님도 죽었잖아.

-엄니 말을 들으니 큰누님에게 애인이 있었대. 학교 선생이었다고 하든데 아버지가 속아서 매형이 더 잘 산다고 그리로 결혼을 강제로 시켰다고 하드라고. 그냥 가난해도 큰누님이 좋아하는 사람한테 시집보냈으면 그렇게 병도 걸리지 않고 잘살고 우리들도 좋았을 텐데.

-나는 부모 보다 큰누님이 더 무서웠다. 잘못하면 엄청 혼을 냈어.

-동생들도 학생 다루듯 했거든.

-공부도 잘 가르쳐 주었어.

-재주가 뛰어나서 일찍 죽었을 거야.


둘이 만나면 큰누님 이야기며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하고 또 해도 둘은 질릴지도 않는지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듯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거워한다.

형이 동생을 지긋이 보며

-너 말이야 비밀인데, 아버지가 피난 때 말이다. 쥐를 잡아서 수염을 뽑아 모아서는 나에게 붓을 만들어 주었다. 쥐붓은 정말 빳빳해서 글씨가 살아 생명을 가진 것 같았다. 그 붓으로 글씨를 계속 쓰다보니까 다 닳아져 버렸다.

-아버지는 형에게 글씨연습 엄청 시켰지.

-글씨 한자 잘못 쓰면 한 대 때리고 글씨 배우면서 얼마나 맞았는데.

-하도 때려서 글씨 안 배우고 안 맞겠다고 했다가 더 맞았지. 아버지가 나에게 붓글씨를 가르치면서 늘 하는 말이 “늙으면 노인들은 사람 취급도 안한다. 방문을 열고 늙은이 혼자 있으면 -아무도 없고만-하고 나가 버려. 글씨라도 배워서 쓰면 글씨 보려고 옆에 와서 앉아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면서 나에게 붓글씨를 가르친 거야. 그 때 그렇게 글씨라도 배워서 내가 오늘날 그림에 화제라도 쓰지.

-형은 그림 보다 화제로 쓴 글씨가 더 나아.

-그래서 내가 화제를 쓸 때는 조금 치졸미를 내서 쓴다. 그림이 죽을까보아서.

-이제 우리도 많이 늙었네. 형도 많이 말랐어.

-내 몸 무게가 45Kg이다.

-나는 43Kg.

-아버지 엄니가 마른 체질이니 우리도 이렇게 마른가 봐.

-형이 소띠고 나는 뱀띠지.

-나는 1937년생이고 너는 1941년생이냐?

-그래. 우리들 사는 날도 오래지 않아.


아마도 동생이 먼저 죽으면 형은 생활비가 쪼들려서 더 곤란할 거다. 형이 먼저 죽으면 동생은 형 보러 고창에 오던 발걸음을 멈추니 더 외로울 거다. 두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고 나는 먼 하늘을 본다. 그래도 자주 찾아주는 형제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가.

 

나이 들면, 공동으로 가지는 추억이 많은 사람과 어울려 지난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즐기며 살아가면 치매도 덜 걸릴 것 같다. 장단점을 다 알고 지난 과거를 속속들이 알아서 숨길 것도 없고, 허물까지도 사랑하는 혈육을 만나 정을 나누고 추억을 들추며 서로가 즐거워하는 것은 더욱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요즘은 늙으면 오래 사귄 친구 밖에 없다고도 한다.

 

 

 

 

 

 

 

생생연 백련꽃은 지금도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2011.09.05.  林 光子


 

★아이폰에서 "인체와 건강 이야기" 블로그 글을 볼 수 있어요. 
아래를 클맄:
http://podgate.com/web/?ac=apps&item_id=376650285

 

다운가능 : 한국 Yes / 미국 Yes

 

사업자 정보 표시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