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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이야기

미당문학관과 신흥마을의 아취터널

by 임광자 2010. 7. 31.

미당문학관과 신흥마을의 아취터널



7월도 다 가는 29일 저녁때 핸드폰이 울린다.

-들꽃 학습원입니다.-

목소리가 귀에 익다.

-안녕하셨어요?-

-미당문학관에 가보셨나요?-

-아니요. 아직 가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대요. 봄에 심은 백연이 싹이 나지 않았어요. 너무 깊이 심었나 보아요.-

-그러세요. 미당문학관 근처에 신흥마을이 있고 거기에 3000평 정도의 연못에 백연이 심어져 있는데 한포기 드리지요.-

-지금 심어도 될까요?-

-흙까지 떠서 심으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언제시간이 있으세요?-

-아무 때나요.-

-그럼 내일(30일) 아침에 가지요. 몇 시쯤 모시러 갈까요?-

-좋으실 대로요.-

-그럼 낮에는 더우니까 아침8시에 모시러 갈게요.-

-네.-



싱그러운 들과 산을 넘어 신흥마을의 연못에 도착하였다. 연못에는 백연이 만발하였다. 원장님은 삽과 구멍이 크게 난 사각 얼개를 들고 연못으로 가서 작은 연 뿌리 아래에 삽을 집어넣고는 흙을 통째로 떠서 얼개에 놓는다. 백연이 만발한 것을 보니 욕심이 난다.

-저기 꽃 핀 것도 한포기만 주실래요?-

-꽃이 활짝 핀 것은 가져다 심으면 죽어요.-

하면서 꽃봉오리가 올라 온 것의 연 뿌리 아래에 삽을 대고는 밀면서 흙을 떠내는데 이번에는 뿌리에서 흙이 떨어져 버린다. 그런데 옆으로 바나나만 한 연근이 달리고 꽃대와 연잎 줄기 밑에 실뿌리가 수염처럼 나와 있다.


-뿌리에서 흙이 다 떨어져서 살 가요?-

-실뿌리가 많아서 살 것 같습니다.-


꽃봉오리가 달린 연을 얼개위에 있는 작은 연 옆에 놓고는 타고 간 트럭 짐칸에 싣는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연못 옆에는 400m의 아치 터널이 이어진다. 여러 특용작물을 심어서 아치 위로 올려서 옆이고 위고 각종 열매가 주렁주렁하고 잎이 우거져 녹색터널이다.

 

 


-이 터널을 지나면 미당문학관이 있습니다. 저는 연못에 물을 주고 30분 후에 전화 통화해서 선생님 있는 곳으로 갈게요.-


아치 터널 지붕과 옆에는 조롱박, 수세미, 꽃무늬호박, 여주, 보라색 콩깍지를 가진 콩 등등이 아치를 장식하고 있어 지나는 나그네의 눈요기로 아주 좋다. 가다가다 드문드문 서정님의 시가 액자 속에서 자연을 노래한다. 나중에 들으니 서정주님의 시 액자가 20개다.

 

 

 

 

 

 

 

 

길고 긴 터널을 지나니 우뚝 솟은 미당 문학관이 보인다. 미당문학관으로 가기위해서 찻길로 들어서는데 버스가 서 있고 사람들이 올라타고 있다.

 

 

버스 사진을 찍고 다가가서 기사님에게

-이 버스 어디서 오는 거예요?-

-고창읍 터미널에서요.-

-하루에 몇 번 이곳을 지나요?-

-손님이 없어서 드물게 다녀요. 아침 8시, 10시... 쉽게 타려면 흥덕으로 가서 선운사 가는 것을 타면 빨라요.-

-모양성을 돌아보고 이곳에 오는 것이 좋잖아요. 흥덕에서 이곳으로 오면 모양성을 볼 수 없잖아요.-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해 타고 오기 때문에 이런 버스에는 두 명 정도 타요.-

모양성-고창천-고인돌공원-미당문학관과 생가-선운사를 연결하는 교통편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으면 좋겠다. 차로 여행 다니는 것도 좋지만 걷고 버스타고 기차 타고 민박 하면서 그렇게 여유를 부리며 산천을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버스는 떠나고 우뚝 솟은 미당문학관을 향해서 조금 걷자 입구에 다다른다.

 

 


건물 속으로 들어가서 관리인에게 사진 좀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신고(?)를 하니 들러보라고 한다. 그런데 문을 모두 닫아 놓아서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숨이 콱 막힌다. 그냥 나올까 하다가 꾹 참고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맨 위는 전망대다. 실망을 하면서 다시 아래층 동쪽 끝 방으로 가니 서정주님의 친일행적이 액자에 담겨져 벽에 걸려 있다.

 

 

 

 

 


나오기 전에 사무실 문을 열고

-냄새가 너무 나서 숨이 막혀서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문 좀 열어 놓으면 안 될 가요?-

-진열품들이 있어서 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어요.-


내가 둘러 본 것으로는 실망이다. 서정주님의 시는 자연과 어울려 있을 때 더 의미를 부여한다. 쾌쾌한 냄새가 풍기는 벽에 액자에 넣어져서 줄줄이 걸어 놓는 것 보다는 나무에 장승에 울타리에 시 액자가 놓여 있으면 더욱 좋겠다. 예를 들면 “국화 옆에서”의 시는 국화식물이 있는 곳에 시 액자에 넣어져 세워져 있으면 좋겠다. 마당엔 아름다운 꽃들이 사계절을 통해 피고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어디서건 정성이 깃든 손길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미당의 “국화 옆에서”란 시는 누구나 좋아한다.

그의 문하생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가 남긴 미당문학관은 너무나 쓸쓸하다.


발걸음을 서정주님 생가로 돌렸다. 초가집 두 채가 주인을 잃고 풍상을 이고 있다. 이곳에는 울타리에 나무에 시 액자가 걸려 있다. 읽기도 보기도 좋다. 시의 냄새가 향기로 다가온다.

 

          

 

 

 

 

 

 


생가에서 깊은 사념에 잠겼는데 들꽃 학습원 원장님이 오신다.


-그런데요. 미당문학관에서 선운사로 가는 걷는 길이 있어요?-

-“신화가 있는 길마제 길”이 있어요.-

-거리가 얼마나 되어요?-

-12 킬로 정도요.-

-찻길로 가면 얼마고요?-

-8킬로 정도요.-

찻길 가에 가로수가 그늘이 되어 주면 걷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관광객들이 미당문학관을 갔다가 신흥마을에 들려서 백연과 녹색 터널에 올려 심은 특용작물로 만든 건강음식을 제공 받고 민박집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만발한 백연이 눈에 삼삼하다. 신흥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연못을 가꾸고 아치터널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치터널 옆으로 물레방아랑 이것저것 장치를 해 놓았다는데 나는 그냥 터널을 지나며 구경 하느라 자세히 보지 못했다. 미당문학관에서 신흥마을까지는 500m 거리이고, 아치터널 끝에서 미당문학관까지는 150m 라고 한다.

 

 

 

 7월 30일 들꽃학습원 원장님이 가져온 연을 생생연 연못속에 심어 주었다. 저 꽃봉오리 언제쯤 활짝 필까? 기다리고 기다린다.

 


2010.07.30.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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