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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신 날.

by 임광자 2010. 5. 5.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신 날.



5월 5일은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오르신 날이다. 우리 남매들은 부모님이 생전에 교회에 봉사를 하셔서 이승을 떠나신 날에 부모님 산소에 가서 기도한다. 서울서 여동생과 조카들이 어제 밤에 왔다. 어린이날 비가 온다는 예보에 산소에 가는 길에 옷이 젖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날씨는 좋았다. 부모님 묘소에 가서 풀을 뽑으며 그 동안 어머니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서 각자 기도를 했다. 올해는 두 여동생 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지 못했다. 11월 11일이 어머니가 하늘나라에 오르신 날이다. 아버지가 떠나신 날은 어린이날이라서 언제나 쉬어 직장에 다녀도 다들 오기가 쉽지만 어머니가 떠나신 날은 휴일이 아니라서 11월 11일에서 가까운 주말에 모이기로 하였다. 

 

 

 

 

 

 

 

산소에 갔다 오는 차창 밖 풍경

 


며칠 전부터 동생들에게 주려고, 호박씨를 틈틈이 까서 냉동실에 넣었던 것을 꺼내고, 작년 가을에 수확해서 겉껍질을 까서 냉동실에 두었던 땅콩을 꺼냈다. 둘을 프라이팬에 볶았다. 쌀을 2Kg 정도 준비를 한다. 강정 집에 가서 강정을 만들어 왔다. 다음에는 잡곡을 혼합하여 강정을 만들 생각이다. 이번에는 생각이 좀 짧아서 쌀 튀밥에 호박씨와 땅콩을 넣고 했다. 그래도 맛이 있어서 다들 맛있다고 먹고 가지고 갔다. 부침개랑 조선간장을 주었다. 올해 간장은 아직 맛이 들지 않아서 작년에 담근 것을 주었다. 이것저것 챙겨서 주는 마음이 행복이다.



부모님 산소에 갔다 집에 와서 나무와 꽃을 보고 각종 채소 심은 것들을 둘러보며 내명년에는 동생들에게 줄 것이 많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나무와 꽃을 무척 사랑하셨던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여름에 포도 순을 계속 따 주면 그 자리에서 포도꽃송이가 나와서 그게 꽃이 피어 가을에 따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 살아생전에는 울안에 집을 빙 둘러가며 과일나무가 열세그루였다. 그냥 집을 돌아가며 과일을 따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자랄 때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땅이 허락하는 한 나무를 심는다. 대봉이 두 그루, 단감이 한 구루, 석루나무 한 구루, 매실나무 한 구루, 체리나무 한 구루, 피자두나무 한 구루, 은행나무 한 구루. 두릅 한 구루. 구기자나무는 무더기, 포도나무 두 구루, 키위 한 구루. 대추나무 한 구루를 심었다.  앞으로도 나무를 심을 땅만 확보가 되면 나는 과일나무를 심을 거다. 집딸기도 한 구루 있다. 두릅과 집딸기는 해가 갈수록 무성하게 새끼를 쳐서 아마도 뽑아내야 할 거다.


3일 장날에 방울 도마도, 가지, 단호박, 마디호박, 그냥 호박, 고추, 파프리카 등의 모종을 심었다. 다음 장에는 꽈리고추 모종을 두 개만 햇볕에 덜 드는 곳에 심을 거다. 작년에 너무 햇볕이 하루 종일 쨍쨍 내려 쪼이는 곳에 여러 개를 심어서 처음에는 무척 많이 따 먹다가 장마가 끝나고 나니 어떻게나 맵던지 먹지 못하고 이웃을 따 주다가 나중에는 그냥 방치해버렸다.


완두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옹벽에 있던 화분을 모두 내려놓았다. 완두를 수확하고서 차조기를 화분마다 심으려고 하였는데 차조기 씨앗이 화단에 떨어지면 내년에 싹이 나오면 그걸 뽑는데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아예 화분을 다른 곳에 놓고서 차조기를 심을 예정이다.


아직도 동쪽 새 쌈지밭은 비어있다. 작년에 만든 거름은 다 사용하고 없어서 조금 있는 짚을 태워서 재를 만들어 뿌리고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심을까 한다.


 

옹벽 위의 화분을 모두 치우니 보기 좋다.

 

 

딸기꽃.

 

 

능소화

 

앞쪽에 있는 것은 보라양파.

 

두릅

 

 

완두 꽃

 

포도나무 줄기가 꽃봉오리를 만들며 뻗는다.

 

뒷쪽은 방울 도마도, 앞쪽은 고추

 

매실나무 올 봄에 옮겼더니 매실이 적게 열렸다.

 

가운데 쪽파는 씨를 받을 것임. 

농소화가 자라서 오가피 나무로 오르게 할 것임.

 

 

채리나무

 

앞줄은 각종 호박.

뒷줄은 가지.

 

 

키위나무

 

동서남북 쌈지밭을 둘러보면서 내가 나이가 들수록 식물을 심고 보며 즐기는 것이 더욱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의 영혼이 있다면 아버지가 사시던 집에 들러서 딸이 식물을 가꾸는 것을 보시고는 흐뭇해하실까?


2010.05.05.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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