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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백장미와 동백

by 임광자 2010. 5. 16.

백장미와 동백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들었던 화단에서 피었던 꽃들이 그리울 때가 많다. 아마도 나는 과거를 먹고 사나 보다. 과거를 재현하고 싶은 마음이 가끔은 강열하게 솟구친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화단에서 초여름에 눈부시게 빨갛게 피었던 장미가 생각나곤 한다. 사계절 장미였는데 그해에 처음 피는 장미는 색깔에서도 크기에서도 그 우아한 모습에서도 뛰어났다. 여름에 피는 장미는 색깔도 크기도 모습도 덜 예뻤다. 내 머리 속에 깊이 새겨진 것은 처음 피는 장미다. 그래서 이른 봄 나무시장에 가서 빨강 장미 묘목을 사다 심었는데 지금 꽃봉오리가 토실토실 자라고 있다.

 


이웃집 앞 길가 화단에서 해마다 백장미를 볼 때마다 청춘시절에 어느 책의 주인공 이름이었던 백장미가 생각난다. 책을 읽었던 때는 백장미 주인공이 아주 강열하게 뇌리에 박힐 만큼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지만 지금은 이름만 기억할 뿐이다. 그런데도 백장미가 나에게는 특별하다. 백장미 묘목을 구하려고 노력은 하였는데 쉽지가 않았다. 지난 장날에 나무시장에서 백장미 묘목을 발견하고는 대뜸 사서 심었다. 묘목을 판 사람은 사계절 장미라고 하였는데 작은 화분 속에서 약간 시든 꽃 한 송이가 달려 있고는 꽃봉오리가 하나도 달리지를 않았다. 날마다 물을 주며 혹시라도 제대로 된 백장미 꽃을 볼 수 있을까 살피고 있다.



4월 초순에 길가의 큰 동백나무 숲 아래에서 어린 묘목을 가져다 심고서 물을 열심히 주고 관찰을 하였는데 새순이 다른 것이 있다. 아직 두 잎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둥근 새순이 나오고 있다. 새잎이 나오려면 삐쭉해야 하는데 둥근 새순이 나오고 있다. 설마 꽃일까?


 

길쭉하게 새잎이 나오고 있다.

 

꽃봉오리처럼 둥굴게 나오고 있다. 정말! 정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저렇게 적은데 꽃이 필 수 있을까?

 

 

2010.05.16.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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