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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버지는 우물에서 장어를 기르고는...

by 임광자 2010. 5. 18.

아버지는 우물에서 장어를 기르고는...



요즘 서쪽의 콘크리트를 깨고는 텃밭을 만들고 있는데 옛날 우물터가 나온다. 수십 년 전 어느 날 엄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얘야. 고창에 수도가 들어와서 우물을 메웠다.-

-어떻게?-

-이것저것 막 넣고는 위에 돌을 넣고 돌 위에 콘크리트를 두껍게 부었다.-

-수도 들어와서 좋겠네.-

-암 좋다마다. 물맛도 아주 좋다.-


그리고는 우물에 대해서는 잊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우물 꿈을 꾸었다. 새집을 짓고도 우물 꿈을 꾸었다. 물이 넘치기도 하고 바가지 샘으로 변해있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서쪽의 공터에 발라진 콘크리트를 벗겨내고 텃밭을 만들고 무언가를 심고 싶었다. 햇볕이 한낮 두세 시간 정도 쨍쨍 내려쪼이고는 밝은 그늘이다. 콘크리트 한 껍질을 벗기고 나면 그 아래에 또 콘크리트가 나오고 해서 마치 얇은 시루떡을 생각나게 했다. 콘크리트와 콘크리트 사이에는 모래가 깔렸다. 그래서 벗겨내기가 좀 수월했다. 우물이 있던 자리라고 생각나는 곳의 콘크리트를 벗겨내는데 둥근 모양이 나오고 가운데는 조금 큰 수도관이 박혔다. 수도를 우물이 있는 자리로 끌어드린 모양이다. 우물 앞에 부엌이 있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우물덮개를 빠루로 들어 올리려하니 약간씩 들썩이기는 해도 옆으로 조금도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또 한편 들어내면 뭐 할 것인가 이미 메워진 것을...


우물덮개 틈새로 보니 속이 빈 것 같다. 매웠던 것들이 세월을 보내며 밑으로 가라않기도 하고 혹시 썩어서 공간을 만들기도 하였을 것이다.


어젯밤 비가 많이 왔고 오늘 낮에도 왔다. 여느 때 같으면 주변에 빗물이 고여 있다가 서서히 빠졌는데 어디에서고 고인 빗물이 전혀 없다. 아마도 우물덮개가 주변 보다 낮아서 그 틈새로 빗물이 모두 빠지나 보다. 다행이다. 텃밭의 흙이 도로로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텃밭을 주변 보다 약간 낮게 했다. 빗물이 고였다 해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 어디론가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잠시도 빗물이 고이지 않고 싹 사라져 버린다. 정말 다행이다.

 

 

콘크리트를 걷어내자 이렇게 솥뚜껑처럼

우물덮개 모습이 나타난다.

 

가장자리의 콘크리트를 징과 망치를 사용하여

걷어내자속이 빈 것이 보인다.

 

 

빠루로 들어올리니

우물덮개와 바닥 사이에 틈새가 보인다.

 

어젯밤부터 온 비가 우물덮개 틈새로 들어가서

주변에 빗물이 전혀 없다.

 

앞의 고무통 속에는 백련이 심어져 있다.

물 속에서 모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미꾸라지를 사다 넣었다.

 


나에게는 우물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아마도 내가 여중시절이었던 같다. 어느 날 아버지는 장어새끼 한 마리를 가져와서는 풍천장어라며 우물 속에 넣었다. 보통 때는 우물 속에서 장어를 볼 수가 없었다. 1 년이 흐른 후에 아버지는


-장어를 잡아야겠다.-

-네. 장어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어디론가 갔을 거예요.-

-아니다 우물의 돌 틈에서 살고 있을 거다.-

우물 벽은 돌로 쌓아졌다. 그러니까 물이 고여 있는 바닥의 벽에 쌓아진 돌 틈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물 속에서 무얼 먹고 살아요?-

-아무튼 살아있을 거다. 물을 퍼내야겠다. 함께 물을 푸자.-

아버지와 나는 두레박질을 계속해서 우물물을 다 퍼냈다. 우물물이 다 없어지자 장어가 돌 틈에서 기어 나왔다. 많이 컸다.

-아직은 작구나. 더 두어야겠다.-

아버지는 장어를 잡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돌 틈에서 우물물이 솟아나오고 얼마 있지 않아서 우물물이 많아지고 장어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음해인가 그 다음해인가 아버지는 다시우물물을 퍼내고 돌 틈 사이에 발을 딛고서 우물 속으로 들어가서 장어를 잡아서 두레박 끈 달린 바캐츠 속에 넣고는 나더러 끌어당기라고 하고는 그냥 올라왔다. 장어는 제법 컸다. 먹을 것도 없었는데 어떻게 살았는지 나는 항상 그게 궁금했다. 돌에 이끼는 끼었었는데 언제 나와서 그걸 먹었단 말인가.


아버지는 나에게 장어를 토막 쳐서 손질해서 구어 먹자고 하였다. 나는 절대로 산 것을 토막 쳐서 죽일 수 없다고 거절했다. 한 두어 시간을 나에게 말해도 내가 듣지 않자 아버지 혼자 먹겠다고 했다. 나는 주어도 먹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끝내는 아버지 혼자서 장어를 구어서 드셨다. 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요리를 해서 드셨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장어 드셨느냐고 하니 맛있게 드셨다고 하셨다.

지금 같아서는 살았으니 아주 싱싱하다고 토막쳐서 맛있게 요리해서 드렸을 것이다.

 

2010. 05. 18.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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