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작전 - 1. 슬픈 이별
8월 3일 오후다. 강의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주차장 쪽에서 여인의 절규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이걸 어째! 이걸 어째! 에미야!-
창문을 열고 보니 여인숙 여인이 작은 강아지를 안고 어쩔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곳에, 그 여인이 내게 한 욕설을 쓰면 금칙어가 되어 글이 등록되지 않을 것 같아 쓸 수가 없다.
-00년이 개를 풀어놓았어!-
그제야 이상해서 진순집으로 갔다. 진순이가 없다. 그 묵직한 쇠줄을 풀고 사라졌다. 그때 사태가 파악되었다. 진순이는 고양이나 쥐 작은 강아지를 보면 몸부림을 치고 줄을 끊으려고 발악을 한다. 그러다가 몇 번 풀어졌다. 기운이 아주 세어서 내가 잡을 수도 없다. 어른 둘이서 상대를 해도 진순이를 당해내지 못한다. 다시 묶으려면 진순이 집 앞에서 진순이를 부르거나 오기를 기다렸다가 배를 쓰다듬어준다. 그럼 진순이는 발라당 누워서는 배를 보이고는 쓰다듬는 대로 가만있다. 그 때 바로 목에 쇠줄을 묶어야 한다. 통나무에 쇠줄의 한쪽을 밖아 놓은 것도 풀렸다. 나는 철물점에 가서 목에 거는 쇠줄을 사왔다. 무겁다 이 목쇠줄은 앞으로 나아가면 목을 조이기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진순이가 돌아왔다. 겁을 먹은 모습이다. 배를 쓰다듬고는 목에 쇠줄을 감고 보니 기존의 목줄에 있던 쇠줄을 거는 고리도 빠져 나갔다. 얼마나 힘을 썼기에 개를 묶는데 가장 큰 쇠줄의 양쪽이 다 나가버렸다.
작은 강아지가 진순이 집 앞의 주차장에서 얼쩡거린 모양이다. 약을 올렸겠지. 왔다갔다 그러면서. 묶여서 자기를 보고 발악하는 개 두 마리를 보니 신기하기도 하였고. 진순이는 발악을 하고 온 몸의 기운을 집중해서 쇠줄을 끊고는 달려가서 목을 물어버린 모양이다. 진순이도 일을 저지르고는 겁이 났는지 어디로 갔다가 늦게야 돌아왔다. 그러고도 집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슬픈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어스름이 다가오자 여인숙 여인이 다시 내 집 앞 주차장에 서서는 기막힌 욕설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00였다. 아주 밑바닥에서 맨몸으로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와서 세상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녀가 일생동안 살아온 방식대로 그녀의 욕설은 성적인 언어를 포함하는 것들이다. 옆에서 듣는다는 것조차도 일반인들은 두려운 욕설이다. 진순이가 짓지도 못한다. 그리고 내 집으로 달려와 죽일 듯이 나를 죽이겠다고 발악을 한다. 몇 시간을 그러기에 112에 신고를 했다. 한참 있다 경찰이 왔다. 경찰도 무서워하지 않는 그녀이기에 계속 포악을 부렸다.
-강아지가 죽은 것처럼 네년을 꼭 그렇게 죽일 거다. 00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서 동네가 시끄러웠다. 문을 꽁꽁 잠그고 있다가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경찰 아저씨가 내 집으로 넘어온다.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지 조용하다. 나는 어둠 속에서 경찰 아저씨에게 주차장으로 통하는 좁은 오르막돌길로 넘어서 현관 쪽으로 오도록 알려 주고서 기다렸다. 경찰 아저씨와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다. 내가 무섭다고 내 집에 접근금지를 시켜달라고 하자 다시 그러면 신고하면 오겠다며 갔다.
경찰이 돌아가고 나서 다시 그녀는 밤새도록 갖은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였다.
-나와라! 이년! 내가 네년을 개처럼 죽일 거다!-
그녀의 체격은 우락부락하고 기운이 장사다. 얼굴엔 독기가 서려서 말을 걸기도 무섭다. 나는 그녀의 심정을 이해한다. 사람으로서 며칠을 그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대응한다면 그녀는 물귀신 작전을 펼 것이다. 그녀가 하는 말은 언제나
-밖으로 나오기만 해봐라! 개처럼 너를 오그라들게 죽일 거다 .-
8월 4일 아침 진순이를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진순이가 끌려가는 것을 나는 보지못했다. 옆에서 보았다는 사람이 전하기를
-어떻게나 잡혀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지 목을 내려쳐서 반죽음 상태로 끌려갔어. 그 사람 이야기가 생전에 이렇게 사나운 개는 처음이라고 하더란다.-
잘 가서 농장으로 가서 지키는 일을 맡겼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반죽음 상태에서 끌려갔으니 살아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 주인을 잘 만났다면 아주 사람 받고 잘 살았을 텐데 주택가에서 묶인 상태에서 집만을 지켰으니 불쌍하다. 강아지를 잃은 그녀가 워낙 진순이를 죽이겠다고 해서 보다 빨리 진순이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이웃이 소개해준 대로 보낸 것이 잘못 보낸 것 같다. 진순아! 미안하다. 진순아! 미안하다! 나는 너와 함께 살다가 네가 죽으면 묻어주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네가 그런 일을 저질러서 나는 공포의 나날을 보내게 하고 너는 그런 모양으로 내 곁을 떠났느냐? 지금도 나는 그녀가 무서워서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있다. 어제는 내 집으로 그녀가 들어와서 앞뒤를 돌며 나오라고 개처럼 죽이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도 무서워서 현관으로 들어와 모든 문을 잠그고 숨어 있다가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 아저씨가 올 무렵 그녀는 갔다. 이제는 계속 떠드는 게 아니라 내가 신고해서 경찰아저씨가 올 시간쯤 되면 간다.
그녀는 죽은 강아지 어미가 다시 새끼를 낳으면 좀 누구러질런지...얼른 에미가 예쁜 새끼 낳았으면 좋겠다.
★★★
그리고 몇 년전에 그집과 우리집 사이에 있는 집의 텃밭에서 상추가 도륙을 당했지요. 옆집에서 나를 보고 상추를 누가 다 뜯어갔다고 하기에 나는 의심을 받기 싫어서 -어떤 미친년이 남의 집 상추를 다 뜯어가요?-라고 말했더니 그 여자가 빨래 널다가 그 소리를 듣더니 -내가 뜯어갔다! 미친년아! 저년을 들어서 패대기 치면 고꾸러 죽을텐데 그냥 들어서 패대기 쳐!-라고 말하기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결국 도둑이 밝혔젔고 나는 누명을 벗었답니다.그 후 부터 주차장에 사람이 모이면 우리집을 가리키면서-저 집에 미친년이 살아! 내가 옆집에 상추를 뜯었더니 제 집도 아닌데 간섭을 해!-라면서 심심하면 욕설을 퍼부었지요. 어려서부터 몸 팔아서 살아온 인생이 나이 들어가면서 그렇게 살면 안되지요. 사람들이 절대 상대하지 말라고 해서 그 다음부터는 지꺼리건 말건 가만 두었더니 그 욕설을 작년까지 하더군요.
그러다 올해 또 일이 터졌어요. 진순이는 사람을 해치지 않습니다. 죽은 강아지가 애완견 새끼라 작고 진순이 집 앞으로 오니까 진순이가 고양이 새끼로 오해를 하고 줄 풀고 가서 죽인 거지요. 그러면 저하고 협상을 해야지 나를 죽은 개처럼 죽이겠다고 아우성을 쳐서 공포의 나날을 보내게 하는지 .......이제는 협상을 하지 않을 겁니다. 녹음기를 주문했습니다. 그 여자가 하는 말을 녹음하려고요. 경찰에서 다시 심하게 하면 신고하라고 말하고 갔습니다.
2010.08.06. 林 光子
2010.08.06.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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