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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대추나무에 거름하면 빗자루병에 걸린다.

by 임광자 2010. 3. 3.

대추나무에 거름하면 빗자루병에 걸린다.


 

날씨가 풀리자 세겹의 비닐봉지에 넣어 썩히고 있는 진순이 똥에서 냄새가 슬슬난다. 오늘은 거름을 흙의 품에 안겨 주어야겠다 싶어서 팔을 걷어 붙였다.

 

작년에 심은 포도나무, 감나무, 대추나무를 중심으로 50cm 쯤 둘레에 둥글게 도랑을 파고 그 동안 비닐봉지에 넣어 썩혔던 진순이 똥을 넣고 파낸 흙을 덮었다. 흙은 개똥을 받아먹고는 냄새까지도 먹었는지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박토인 텃밭의 흙을 넓게 파내고 거기에도 개똥을 넣고 파낸 흙을 두텁게 덮었다. 그리고는 개똥을 가져가기로 한 이웃에게 가서는

-준다던 개똥을 오늘 작년에 심은 감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대추나무에 하고 보니 하나도 남지 않네.-

내 이야기를 듣던 이웃 아주머니는 눈이 커지면서

-나한테 물어보고 대추나무에 거름을 할 것이지. 이제 대추나무는 죽었다.-

-왜?-

-대추나무는 거름을 하면 안 되어요. 이제 꽃이 활짝 피어서 죽는다.-

-꽃이 피면 대추가 열리지 죽어?-

-진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잎이 꽃잎처럼 자잘하게 뭉텅이로 나와서 꽃이 핀 것처럼 되어서 죽는다고.-

-대추나무 산 곳에 가서 왜 대추나무가 자라지 않는다고 하니까 거름을 하라고 하던데.-

옆에서 듣고 있던 놀러온 아저씨가 내 말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대추나무에 거름을 하면 빗자루 병에 걸려서 죽어요.-

이웃아주머니가 나를 보고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대추나무에는 거름을 주지 않고 나쁜 흙에서 고생고생하며 자라게 하고 빨랫줄도 매고 해서 고생을 시켜서 힘들게 길러야 잘 살고 대추도 많이 열려요.-

-작년에 묘목을 심었는데 대추 꽃이 피고는 대추가 열렸다가 떨어지고를 세 번이나 하더니 결국에는 하나만 열렸어요. 묘목장사는 왜 거름을 하라고 했지?-

내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자

-내 말만 듣고 가서 바로 거름을 파내고 그대로 길러요.-

집에 와서는 컴을 켜고 네이버에 들어가 대추나무를 검색을 하니

-대추나무는 영양분이 너무 많으면 빗자루병이 생기고 약을 해도 일이년 살다가 죽으니 결국에는 밑동에서 베어버려야 한다. 완전하게 고칠 약이 없다.- 고 나온다.

부랴부랴 나가서 아직 흙속으로 스며들지 않아서 그대로인 거름을 삽으로 파다가 다른 곳의 텃밭에 구덩이를 파고 넣었다. 다 옮기고 나니

-다행이다. 입은 자꾸 나불거려야 뭘 배우게 되나봐.-

혼자서 중얼 거린다.


2010.03.03.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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