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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여행 호흡계

소설인체여행: 호흡복습-3. 시골에서 기운이 더 나는 이유?

by 임광자 2010. 1. 18.

소설인체여행: 호흡복습-3. 시골에서 기운이 더 나는 이유?


할아버지는 사랑방 아궁이에 군불을 땐다. 여명이와 유정이가 그 옆에 앉아서 아궁이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본다. 불꽃이 시뻘겋게 고래 속으로 들어간다. 둘은 얼른 나와서 굴뚝으로 하얀 연기가 둥근 기둥모양으로 나와서는 흩어지는 모습을 본다.


-할아버지! 이방에는 왜 보일러를 놓지 않았어요?-

-내가 어렸을 적에는 이 방에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손님들이 와서 묵고 가기도 해서 항상 사람들이 모였단다. 그런데 이제는 그분들 다 돌아가시고 지금은 마을회관이 사랑방이 되어서 이 방은 잘 사용하지 않아서 다른 방에는 보일러로 바꾸었지만 이 방은 그대로 아궁이 방으로 두었다가 이렇게 귀한 손님이 오면 불을 땐다.-

-보일러 방하고 아궁이 방하고 달라요?-

-오늘 저녁에 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보면 안다.-

-할아버지도 함께 자요?-

-그럼 너희들 손 꼭 잡고 자면서 옛날이야기 해 주마.-

-옛날이야기요?-

-유정이 넌 어릴 적에도 옛날이야기 해 주면 울다가도 그쳤다. 여전하구나.-

-어젯밤에는 왜 여기서 자지 않았어요?-

-여명이 넌 아직도 궁금한 것이 많구나.-

-방을 너무 비워 두어서 어제는 불을 때고 낮에 문을 열어 두었다. 칙칙하고 눅눅한 냄새 빠지라고. 아마도 오늘 밤에는 이브자리도 꼬실꼬실하고 기분 좋을 거다.-


아궁이 방의 아랫목은 아주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아랫목에는 왕할머니가 눕고 가운데쯤에 할아버지가 가운데 눕고 양쪽에 여명이와 유정이 눕고서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바닥에서 뜨끈뜨끈한 열기가 올라와 뼈까지 노근하게 만들었다. 땀이 촉촉이 피부를 적신다. 스르르 잠이 온다.


할아버지가 깨워서 둘이 일어났다. 일어나 팔을 위로 쭉 뻗어 기지개를 키고 습관처럼 자기들이 덮은 이불과 요를 털어서 개려고 하니 무겁다. 할아버지를 본다. 할아버지가 웃으며

-이건 목화솜으로 만들어서 너희들이 들고 털기엔 무겁다. -

하시며 개서는 아랫목에 차곡차곡 쌓는다.

-왜 장롱에 넣지 않고 이렇게 놓아요?-

-공기 통하라고. 너희들 흘린 땀도 말리고. 어때 서울과는 다르지?-

-아주 개운해요. 기운도 더 나고요.-

-자 아침 먹기 전에 뒷동산에 산책을 다녀오자.-


어제도 왔던 길인데 변한 것 같지도 않은데 새롭게 느껴진다. 심호흡을 한다. 가슴 속 깊이 차가운 공기가 들어간다. 상쾌한 맛이다.

-이곳은 나무가 많아서 공기가 맑고 산소도 많다. 우리가 숨 쉴 때 맑은 공기가 호흡기로 들어가니 콧속, 기관, 허파 속이 더러워지지 않고 깨끗하고 핏속에 산소가 많이 들어가니 세포에서 완전 연소가 일어나니 에너지도 많이 생산되고 피로하지도 않단다.-

-완전연소가 뭐예요?-

-우리가 나무를 태울 때 연기도 거의 나지 않고 불꽃이 활활 일며 완전히 다 타버리는 것을 말해. 그런데 공기 중에 산소가 부족하거나 나쁜 물질이 많으면 나무가 잘 타지 않고 연기도 많이 나고 그을음도 많이 생기고 타다 만 것이 많이 남는다. 그럴 때는 불완전연소라고 하지. 세포 속에서 산소가 부족하면 불완전 연소가 되는데 젖산이 생기고 에너지도 조금 밖에 생기지 않아서 아주 피로하다.-

-많이 달려서 숨차고 더 달릴 수 없고 다리가 아플 때는 산소가 부족하여 젖산이 쌓여서 그런데요.-

-여명아! 너 어디서 그런 이야기 들었어?-

-할머니한테서 들은 것 같아. 그럴 때는 목욕하고 자고나면 가장 빨리 피로가 풀린데.-

-할아버지! 시골에서는 피로하지도 않고 기운도 더 팔팔 나는 것 같아요.-

-숨 쉬는 공기가 맑고 마시는 물도 맑고 몸이 좋아하는 것만 먹으니까.-

-여기선 목도 칼칼하지 않아요.-

-너는 기관지가 약해서 칼칼해. 난 목이 칼칼하지 않아-

-우리 몸은 우리나라 음식을 가장 좋아해. 왜냐하면 우리 몸은 조상으로부터 물러 받고 조상들은 우리의 음식을 먹고 살아서 우리 음식을 소화시키고 이용하는 것이 가장 쉽단다. 여기서 이틀 보냈지만 우리 몸에 좋은 우리 음식을 먹고 맑은 공기로 숨 쉬었으니 너희들 몸속의 세포들이 엄청 기분 좋을 거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시골에 계시면서 병이 나았나보아요.-

-내 병은 왕할머니의 정성으로 나았다.-

-왕할머니도 건강하시고요.-

-할머니도 우리들 크면 시골로 내려오신데요.-

-우린 할머니의 정성으로 자라고요.-


벌써 여명이와 유정이는 할머니가 보고 싶다.


2010.01.18.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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