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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여행 호흡계

소설인체여행: 호흡복습-5. 우린 나무 없인 못 산다.

by 임광자 2010. 1. 20.

소설인체여행: 호흡복습-5. 우린 나무 없인 못 산다.


따끈따끈한 사랑방의 아랫목의 벽에 기대고 앉아있는 왕할머니의 어깨와 팔을 여명이가 옆에 서서 주무르고 유정이가 앉아서 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흐뭇한 미소를 띠우며 들어온다.

-어머니! 오늘 호강하시네요.-

-기분 좋다.-

-제가 해 드린다고 하면 싫다면서 손주들의 손맛이 더 좋은가 봅니다.-

-아주 적당하다. 네 손은 딱딱해. 나무토막 같고. 어쩔 땐 아픈데. 손주들 손은 부드럽고 나긋나긋하다.-

-어머니! 저 이 얘들 데리고 모양성에 갔다 올게요.-

-도시락 싸주랴?-

-아니요. 그냥 가서 김밥 사 먹을 게요.-

-다녀와라. 나는 아랫목에 지져야겠다.-

-장작불 좀 지필가요?-

-아랫목 이불을 깔았더니 아직도 뜨겁다.-

-이 방구들은 참말 잘 놓았어요. 지금도 한번 불 때면 오래가는 걸 보면요.-

-큰 돌로 구들도 크게 놓았지. 아마도 고래가 타나보다. 가면서 굴뚝을 봐라 연기가 나올 거다.-

왕할머니가 누운 요 밑에 손을 넣어 본다. 

-정말 고래 타나 보아요. 뜨거워요.-

-할아버지! 고래가 어떻게 타요?-

여명이가 질문을 하고 유정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할아버지를 본다.

-큰 돌을 일렬로 여러 줄을 세우고 그 돌 줄 위에 넓적한 돌을 올리면 속에 터널 같은 것이 생기는데 불을 때 면 그곳으로 뜨거운 연기가 지나면 돌을 덮히며 굴뚝으로 빠져나간단다. 그런데 연기 속의 끄을름이 돌에 붙어서 일종의 숯가루 같은 것이 만들어져. 불을 깊이 때면 불꽃이 고래의 끄을름, 즉 숯가루에 붙어서 타는 것을 고래 탄다고 한다.-

-그럼 얼 만큼 오래 타요?-

-일정치 않은데 3일 동안 탄 경우도 있었단다.-

-그럼 불을 때지 않아도 방이 뜨겁겠네요.-

-그렇지. 아주 오래된 사찰에는 한번 불을 때면 석 달 동안 따뜻했다는 말도 있다. -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어요?-

-아마 그곳에 사용된 구들돌은 특별한 돌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 당시 구들을 놓는 일류 기술자들은 어떤 돌이 열을 많이 품고 있다가 조금씩 발산 하는지를 알고 있었을 거야.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지?-

-정말 놀랍네요.-

-그 기술을 글로 남겨 두었으면 지금도 그런 구들을 놓을 수 있을 텐데요?-

여명이 할아버지를 보며 아쉽다는 표정이다.

-그러게나 말이다. 다 욕심이 너무 많아서 그랬을 거야.-


집을 나서며 할아버지는 둘을 보고 묻는다.

-차타고 갈까? 걸어갈까?-

-고창천 따라 가요.-

-그래요. 물고기랑 백로도 보고요.-


유정이는 물고기를 본다고 물속만 들여다보면서 가다가 백로를 만나면 살금살금 걸어가서 가까이서 한참을 본다. 백로가 어쩌다가 물고기를 잡아서 우물우물 먹으면 좋아서 소리 없이 입만 벌리고 웃는다.

여명이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고창천을 내려다보며 간다.


모양성 안에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소나무 숲길로 들어서서 산책하는 사람들 뒤를 따라 걷다가 숲 속 긴 의자에 앉는다.

-어떠니 기분이 좋아지지?-

여명인 긴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하늘을 가리고 있는 소나무 잎과 가지를 보다가 할아버지를 보고

-아주 상쾌해요.-

유정이는 일어나서 나무 위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녹색과 적색으로 짜진 그물 속으로 빠끔히 비치는 하늘을 보면서 그물눈 틈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퍽으나 신기로운가 보다. 고개를 이리 갸우뚱 저리 갸우뚱 거린다. 그러다가

-찾았다. 저 위에 다람쥐가 있어요!-

여명이가 달려와서 아무리 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들린다. 소나무 끝이 너무 아스라이 높아서 여명이의 시력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와서 둘의 모양새를 보고는

-적송이 울창하고 다람쥐가 줄기에 올라 있으면 잘 안 보일 거다. -

-적송이요?-

-줄기가 붉은 소나무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소나무다.-

-갈색도 있는데요?-

-그건 왜송이다.-

-송편 찔 때 사용하는 솔잎은 어디서 따요?-

-적송에서 딴다. 적송의 솔잎이 향기도 좋고 살균력도 강해서 송편이 맛있고 오래도록 쉬지 않는다.-

-그렇군요. 역시 우리나라 것이 좋군요.-

-그럼 거기서도 고창의 황토는 참 좋아서 농산물이 좋다.-

-할아버지! 지금 우리들 나무가 우거진 곳에 왔잖아요. 기분도 좋아지고 기운도 나고 머리가 맑아져요. 나무와 우리는 지금 통하고 있지요?-

-여명이 말처럼 저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고 몸이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우리 저 아래 약수터에 가서 물을 먹자.-


각자가 대롱대롱 파카에 달고 온 스텐 컵으로 물을 마신다.

-물맛 좋지?-

-네.-

-수돗물 보다 좋지?-

-그럼요. 그런데 왜 이렇게 물병을 댈 수 없고 물바가지로만 물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물을 날마다 물통으로 받아 가면 모양성엔 물 부족이 올 것이다. 작은 도랑엔 물이 흐르지 못 할 거고.-

-맞아요. 서울의 북한산에도 옛날엔 계곡물이 철철 흘렀대요. 그런데 지금은 말랐어요. 물을 하도 많이 받아가서요. 계곡으로 흐를 물이 없어진 거예요.-

-나무가 우거지면 이렇게 땅 속으로 흐르는 물맛이 좋아서 바로 약이 되는 물이 된다. 나무뿌리는 비가 오면 빗물을 가두어 저장하였다가 서서히 흘러 보낸다. 그리고 더우면 잎으로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을 뿜어내 공기의 습도도 조절한다. 숲 속에는 항상 습도가 잘 맞는다. 그리고 햇빛이 있을 때 지금 우리가 날숨으로 뿜어내는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녹말을 만드는 원료로 삼고 산소를 내놓는다. -

-할아버지! 나무가 햇빛이 없을 때는 호흡만 한다고 들었어요. 그럼 밤에는 숲속에 산소가 적을 가요?-

-나무는 우리처럼 움직이지 않고 가만 서 있어서 생활에너지가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나무에는 우리처럼 소화기관도 없고 호흡기관도 복잡하지 않잖아 그러니 생활에너지가 조금 사용하기 때문에 밤에 호흡으로 사용하는 산소는 적고 내놓는 이산화탄소도 적단다. 그래서 숲 속에는 밤에도 산소가 많단다. 햇빛이 쨍쨍 쪼이는 낮에는 엄청 많지.-

-그런데요. 왜 겨울에는 잎을 다 떨어뜨려요?-

-기온이 떨어지면 잎이 양분을 만들지 못하니 일부러 잎을 떨어뜨린단다.-

-잎은 무슨일을 해요?-

-잎은 영양기관이고 호흡기관이다. 오직 녹색인 잎에서만 녹말을 만들고 그것을 원료로 해서 단백질, 지방, 비타민, 호르몬 등을 만든단다.-

-호르몬도 만들어요?-

-그럼 식물이 자라고 꽃피는 데는 호르몬이 조절한단다. 효소도 만들어.-

-네 효소도요?-

-당근이 비타민C를 파괴하는데 바로 당근 속에 비타민C를 파괴하는 효소가 있어서란다. 녹말, 단백질, 지방 등은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3대영야소지. 모두가 다 식물이 만든단다.-

-식물과 동물 차이가 무어예요?-

-식물은 녹색물질인 엽록체를 가져서 스스로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 수 있고 동물은 먹이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얻기 때문에 소화기관이 있고 먹을거리를 구하려 다녀야하니 운동기관과 감각기관이 발달하였단다. 물론 기생을 하는 것은 동물이라도 소화기관이 없지. 비타민도 모두 식물이 만든단다.-

-고기 속에도 단백질, 지방, 비타민이 있잖아요?-

-고기를 제공하는 것은 모두 동물이고 그 동물들은 모두 식물을 먹고 영양소를 얻는단다.-

-육식동물은요?-

-육식동물이 먹는 동물은 식물을 먹지. 식물은 우리 몸을 만들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연료를 제공하고 연료를 태울 산소를 제공하고 우리가 버리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빨아들여 우리가 먹을 영양소를 만들지. 우리는 식물이 없으면 죽는단다.-

-식물은 우리가 없어도 사나요?-

-물론이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이 바로 식물이 제공하는 거란다. 그래서 나무를 심어야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거다. 봐라! 숲에 오니 공기가 맑아서 얼마나 좋니? 물맛은 얼마나 좋니? 식물은 공기와 물과 흙을 깨끗하게 만들어 준단다.-

-할아버지. 정말 좋은 말씀 감사 합니다.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을 실천하면서 살게요.-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시는 할아버지가 정말 좋아요.-


여명이와 유정이는 할아버지의 양손을 하나씩 잡고서 자랑스러운 할아버지를 두었다는 자부심을 가슴 가득 담고서 모양성을 나와 버스를 타고 집에 온다.


2010. 01.20.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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