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성문 아래 피열연골을 누르면 노래가 나와요.

 

 

 

2장. 호흡계 여행: 18. 성문 아래 피열연골을 누르면 노래가 나와요.

여진이 무언가를 보고 뛰어간다. 여진은 걷는 것 보다 뛰는 것을 좋아한다. 뒤따라 유진도 뛴다. 그 뒤를 여명과 유정이 뛴다. 후두강은 좁아서 훤히 다 보여서 부모와 할머니들은 아이들이 뛰어가는 쪽을 바라본다. 아이들이 뛰어가는 앞쪽에는 삼각문(성문)이 열려있다. 그 옆 벽에는 유리창이 있고 불빛이 사방을 비춘다. 여진과 유진이 삼각문 앞에 서서 뒤에 서있는 여명과 유정을 뒤돌아본다. 여명과 유정이 유리창 속의 스크린을 본다. 스크린에는 <인체여행> 노래 가사가 적혀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삼각문 주변의 그림이 있고 명칭이 적어있다. 그 아래에는

-피열연골을 누르면 성문이 닫히고 인체여행 노래가 나와요.-

스크린에는 조금 전에 청년 안내원이 보여 주었던 그림이 그대로 그려있다. 삼각문은 성문이다. 성문이란 소리를 내는 문이란 뜻이다. 모두 성문 앞으로 간다. 성문 좌우에는 세로로 줄무늬가 있는 천 같은 것이 기둥처럼 있고 그 둘레는 그냥 천이 둘러있다. 여진이 언니 오빠를 보며 말한다.

-저기 위를 봐 뼈 같아.-

-저건 아빠들의 목에 툭 튀어나온 아담의 사과를 만드는 갑상연골이야.-

그 때 막 여명과 유정이 두 아버지가 뒤에 선다. 갑상연골이 거꾸로 V자로 천장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는 자기 목에 있는 아담의 사과를 만지며

-남자들은 이게 이렇게 크게 나왔는데 여자들은 안 나온단 말이야.-

-여자들은 수염도 나지 않아요. 날마다 면도하는데 불편할까 보아서 하느님이 배려해주신 거지요.-

유정이 아버지를 보며 윙크한다.

-그러냐! 이 아담의 사과나 수염은 남성호르몬에 의해서 생긴다.-

여진이 여명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 하고 아빠의 팔을 잡아끌며 고개를 약간 들어 올려다보며 말한다.

-아빠! 여명이 오빠도 남자인데 왜 목에 혹 없어?-

-사춘기가 넘어가야 생기지.-

-사춘기?-

-조금 더 크면 사춘기가 온다.-

-사춘기가 어떻게 생겼는데?-

-어떻게 생긴 것이 아니고 괜히 신경질 부리고 멋도 내고 그런 시절이 오면 사춘기란다.-

-나도 사춘기 와?-

-오는데 목에 혹은 안 나온단다. 너는 여자라서 여성호르몬이 나오거든.-

-으응.-

여명이 삼각 성문의 아래 양각 아래 성대를 받친 뼈를 본다. 거기에는 각각 피열연골이라고 쓰여 있다. 오른쪽 피열연골 위쪽에 빨간 스위치가 있다. 스위치를 누른다. 피열연골의 사이가 좁혀지면서 성문이 좁아진다. 양쪽 성대가 가까워진다. 양쪽의 피열연골이 자동문처럼 스르륵 움직이며 가운데 쪽으로 온다. 천장의 갑상연골에 붙은 성대는 그대로이고 아래쪽의 두 개의 피열연골이 움직이면서 그 위에 붙어있던 성대가 함께 움직여 성문이 닫힌다. 그 때다. 좁은 성문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성대가 파르르 떤다. 곧 이어 노래가 나온다.

인체여행 오신 우리 님들이여

허파에서 코로 나가는 공기가

좁은 성문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성대에 부딪쳐서 진동을 시키고

그 진동이 소리가 되어

우린 목소리를 내요.

노래가 끝나자 피열연골이 좌우로 움직여 성문을 연다. 그걸 보고 있던 여명이

-알았다. 갑상연골은 움직이지 않아서 성대가 그대로 있는데 피열연골이 움직여서 성문을 열고 닫아요.-

그 말을 뒤에서 듣고 있던 할머니가

-소리는 성대가 내지만 목소리를 조절하는 것은 여기 여러 연골들을 이어주는 후두근들이 서로 당기고 늘여주면서 조절한단다.-

-그런데요. 가족들은 목소리가 비슷해요.-

여명이 엄마가 옆의 할머니를 보며 말한다.

-그건 후두강의 구조가 가족은 서로 닮으니까 비슷한 소리를 낼 꺼다.-

이번에는 유정이 엄마가 할머니를 보고 질문을 한다.

-발성연습을 하면 목소리가 달라져요.-

-그거야 발성하면서 성대와 후두근들을 단련시켜서 성대의 진동을 다르게 하기 때문일 거야.-

모두들 아아~~~~~~아아~~~소리를 내며 자기들의 목을 만진다. 그걸 보는 할머니는 잔잔한 미소를 보낸다.

林 光子 200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