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호흡계 예습: 9. 분노가 쉰목소리를 만든다.
토요일이다. 여명이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함께 유정이 고모 집에 문병을 갔다. 여명이와 여진이 그리고 유정이와 유진이는 아름 아파트 할머니 집에서 논다. 이 집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혜와 영양 떡이 있고 아파트 문만 잠그면 편해서 모여 놀기로 하였다. 원래 아이들이 모여 놀 수 있게 한다고 일층의 갓집을 얻었다. 거실에서 <강강 수월레>를 하다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다가 소파에서 뛰어내리기를 하며 신나게 놀고 있는데 누가 문을 탕!탕! 두드린다. 모두들 조용히 현관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유정이가 나서서 현관문 앞에서
-누구세요?-
-야! 문 열어?-
-누구신데요?-
-이층 사람이다.-
-웬일이신데요?-
-문 열고 말 못해?-
여진이와 유진이가 여명이 뒤로 숨는다. 여명이는 약간 불안한 표정이다. 유정이의 얼굴이 험상 굳어진다.
시끄러운 소리에 경비가 올라왔다. 경비 아저씨와 뭐라고 하는 소리가 난다.
-똑똑~~ 나 경비다 어른 안 계시니?-
-네.-
-문 열어라! 이층 학생이 할 말이 있다는 구나?-
경비 아저씨는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는 가 버린다.
유정이 현관문을 열고 아주 험상궂은 마귀할멈의 얼굴이 되어서는 이층에 산다는 남학생을 째려본다. 그런 유정이를 남학생이 더욱 못마땅하게 보면서 현관 안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닫고는
-몇 학년이야?-
-3학년-
-나는 중3이다. 지금 머리 터지게 공부를 해야 한단 말이야. 너희들 때문에 시험공부도 못하고 있잖아!. 공동주택에서 그렇게 떠들면 되냐? 도대체 네 부모는 아파트에서 이렇게 떠들라고 가르치니?-
유정이 얼굴이 더욱 험상 굳어진다. 입술을 꾹 다문다. 고개를 삐딱하게 들고서 남학생을 째려본다.
-어쭈. 너 그 태도가 뭐냐? 쪼그만 한 것이.-
-중3이나 되는 사람이 아이들한테 그런 식으로 훈계를 해도 되니?-
-이게 어따 대고 반말이야?-
-대접 받으려면 대접 받을 행동을 해.-
여진이와 유진이를 가리키며
-여기 이 동생들이 무서워서 떨고 잇는 것 안 보여!-
-건방진 것! 내 공부를 다 망쳐 놓고는 큰소리야!-
-먼저 큰소리 쳤잖아!-
유정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학생이 유정이 뺨을 찰싹 갈긴다.
-왜 때려!-
유정이 소리를 지르자. 여진이가 남학생 옆으로 가더니 오른 다리를 물어버린다. 그걸 본 유진이가
-우리 누나 왜 때려! 깡패!-
라고 소리치며 왼다리 허벅지를 물어버린다.
-요것들이.-
아이들을 발로 차고는 바지를 걷어 올려서는 이빨자국을 보고는
아이들을 때리려 하자 여명이가 유정이 앞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조용히 노~크를 하고 공부하니 조용히 해주라! 그렇게 말했으면 우린 조용히 했는데 험상궂은 얼굴로 신경질은 왜 부려.-
여명이를 찬찬히 보던 남학생이
-너 이제 보니 태권도장에서 본 얼굴 같네.-
-맞아 내가 처음부터 나서지 않는 것은 형을 알고 있어서야. 그리고 남자가 왜 여자를 때리고 그래. 치사하게.-
유정이 분을 이기지 못해서 씩씩거리고 있다. 여진이와 유진이 붉어진 유정이 뺨을 호호 불어준다.
옆집 아주머니가 외출했다 돌아와서 싸우는 광경을 보고는
-또 너야! 너 지난번에는 우리 애들하고 싸웠잖아. 이제는 이집에 놀러 온 아이들과 싸우니?-
-아주머니는 뭘 모르면 가만 계셔요! 얘네 들 때문에 공부를 하나도 못해서 그렇지.-
소리를 지르고는 이층으로 올라간다.
-할머니 어디 가셨니?-
아주머니가 유정이의 붉은 뺨을 보면서
-저 녀석 조심해라! 아주 불량하다.-
유정이 울음을 참느라 분노를 참느라 험상궂은 얼굴 그대로다 그걸 본 아주머니가
-야! 너 지금 얼굴은 평소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무섭다. 소름이 돋으려고 한다.-
여명이가 대신 나서서
-유정이 한번 화나면 무서워요. 저 남학생이 워낙 거칠고 등치가 커서 이길 수가 없어서 참은 거예요.-
네 아이들은 아름아파트 문을 잠그고 할머니 집으로 돌아 왔다. 아이들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렇게 싸웠는데도 금방 풀어져서 이제는 진짜 재미있게 논다. 마치 아파트에서 못 놀았던 것을 다 보상받으려는 듯이 노래하고 소리 지르고 난리다.
다음날 아침 유정이는 목이 잠겨서 쉰 목소리가 난다.
林光子 2009.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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