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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자연의 이치(理致)

by 임광자 2009. 7. 15.


자연의 이치(理致)

 


오랜만에 하늘이 푸르다. 구름 한 점 없다. 공기 중에는 티끌하나 없어 보인다. 공기 맛이 다르다. 아주 상쾌하다. 갑자기 가을 하늘 생각이 떠오른다.

 


아~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청명한 하늘과는 달리 땅에는 비극이 하나 웅크리고 있다. 어제까지 말짱하던 복수박 한 덩이 처량하게 되었다. 복수박 꼬투리 양쪽에 붙은 줄기가 시들었다. 잎도 시들었다.

 

줄기를 따라 뿌리 쪽까지 가도 아무 상처도 없는데 하루 밤새 안녕!을 고하고 이렇게 시들어 죽어가나 무더운 한 여름에 잘 익은 너를 놓고 우리 가족 둘러 앉아 갈증을 해소 시키려 했는데, 아니, 해열작용이 있는 너의 힘을 빌려 올라가는 체온을 내리려 했는데 이게 웬일이냐 어쩌랴 이것도 하늘의 뜻이라면 너의 죽음을 받아 들여야지 어쩌겠느냐! 그런데 말이다. 너의 사인이 무엇이뇨? 그거나 알았으면 좋겠다. 무엇이 너의 생명을 이렇게 잔인하게 가져갔는지 그걸 알고 싶다.

 

죽은 아들 불알만 만진다더니 내가 너를 만지고 있다.

 

내가 너를 고이 묻어주마. 흙속에 들어가 잘 썩어서 내 옆에 있는 친구의 거름이 되어다오.


 

착잡하고 울적한 심정으로 고구마 밭에 갔더니 이게 또 웬일인가? 약간 썩은 고구마를 잘 썩어 거름이 되라고 묻어 주었는데 회춘이라고 계속되는 빗줄기에 싹이 터서 자라고 있다. 이건 희망이다. 세상사는 그렇다. 죽는 것이 있으면 태어나는 것도 있는 것. 복수박 대신 고구마를 먹어야겠다. 자연의 이치가 이런 것인가?

 


林 光子 2009.07.15.

 

 

 아침에 일어나 텃밭에 가보니 죽어가던 복수박이 살아나고 있다. 어젯밤부터 내리는 빗물을먹고 생각을 고쳐 먹었나? 무슨 이유가 있을 터 곰곰 생각해 보고 다시 살릴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林 光子 2009.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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