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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여행 호흡계

2. 왜 코딱지가 까맣지요?

by 임광자 2009. 3. 11.

1장. 호흡계 예습: 2. 왜 코딱지가 까맣지요?



여명이와 유정이가 집에서 조금 떨어진 야산 앞에 있는 마당 공원에 갔다. 산 밑이라 나무가 많아서 새잎이랑 새싹이 얼마나 났는지 그걸 보기 위해서 갔다가 모닥불을 태우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 불 좀 쪼여도 되어요?-

-이거 낙엽을 쓸어 모은 건데 덜 말라서 그을음이 많다.-

-낙엽 타는 냄새 좋아해요.-

-집에서도 낙엽을 가끔씩 태우거든요.-

-다른 데 가서 놀지 그러니?-

-불이 타오르는 것 보기도 좋아요.-

-조금만 있다 갈게요.-

할머니가 둘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산으로 올라가서 솔향도 맡고 양지바른 곳에서 푸릇푸릇 자라는 풀들도 보는데 유정이가

-여명아! 냄새가 좀 이상한 것 같지 않니?-

-그래. 꼭 고기 타는 냄새 같아. 우리 모닥불 피우는데 가 보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모닥불 피우는 곳에 오니 할머니가 깜짝 놀란다. 둘은 모른 척 하면서 슬금슬금 모닥불을 본다. 모닥불 속에는 낙엽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 휴지통에서 나온 휴지들이 있고 한쪽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까만 연기를 내며 타는 덩어리가 있다.

-저게 뭐지?-

유정이 여명이 옆구리를 꾹 찌르며 검지로 까만 연기를 내는 물체를 가리킨다.

-정말 저게 뭐냐?-

둘은 서로 마주 보다가 눈짓으로 가 보자는 뜻이 통해서 살금살금 그쪽으로 갔다. 모닥불은 덜 탔는데 할머니가 저쪽 아파트 쪽으로 걸어간다. 둘은 모닥불 곁으로 가서 그 까만 연기의 정체를 보려고 할머니가 불을 뒤적이던 부지깽이로 뒤척여 보니 그것은 겉이 새까맣게 변한 돼지비계와 쇠기름이었다. 할머니가 물을 담은 스텐 들통을 가지고 오다가 둘이 하는 짓을 보고는

-요 녀석들 거기서 뭐하니? -

-비계 구워 먹으려고요. 비계는 싫어도 껍질은 맛있어요.-

유정이 능글능글 말하고는 껍질이 달린 비계를 두 개의 가지로 들어 올려서는 할머니에게 보여준다. 그걸 본 할머니가

-그건 집에서 고기를 사오면 비계하고 쇠기름은 먹지 않아서 많은데 말이다. 그것이 바로 기름이라 불이 잘 붙는다. 그래서 석유 대신 그것으로 낙엽을 태웠단다.-

-이게 잘 타요?-

-그럼 잘 타지. 그런데 너희들 연기와 그을음을 너무 마셔서 콧속이 까맣겠다.-

여명이와 유정이가 얼른 새끼손가락을 콧속에 넣었다 빼서 본다. 역시 새끼손가락이 까맣다.

-유정아! 이걸 어쩌니?-

여명이 유정이를 보고 말하자. 유정이도

-걱정이다. 얼른 집에 가서 화장지로 닦아내자.-

-그래서 내가 모닥불 곁에 오지 말라고 하였지. 집에 빨리 가서 세수나 해라.-

여명이와 유정이가 집에 와서 현관문을 살짝 열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는데 할머니가 방에서 거실로 나온다가 둘을 본다.

-무슨 일이니?-

둘은 헤헤 웃으며 할머니 앞으로 간다. 둘의 얼굴을 본 할머니가

-너히들 어디서 뭐를 했기에 얼굴이 그 모양이니? 유정이 이마에는 검댕이도 묻었다.-

여명이가 머리를 긁적이고 할머니에게 이실직고한다.

-실은요 저 야산 아래 있는 마당 공원에 갔는데요. 어떤 할머니가 모닥불을 피워서 옆에서 구경을 하였는데...히히히.-

웃으며 거울을 보고는 얼른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유정이는 목욕탕에서 세수를 깨끗이 하고 거실로 와서는 둥근 상위에 있는 클리넥스통에서 한 장을 쭉 꺼내서 달달 말라서 콧속으로 들이밀고 뱅뱅 돌려서는 꺼낸다. 새까맣다.

-할머니! 왜 콧속이 새까맣게 되었어요?-

묻고는 새끼손가락을 콧구멍에 넣어서는 코딱지 하나를 꺼낸다.

-할머니! 왜 코딱지가 까매요?-

-연기를 너무 마셔서 콧속이 굴뚝이 되었구나.-

여명이가 씻고 수건으로 닦으며 둥근 상 앞으로 와서 할머니와 유정을 마주 보고 앉는다. 할머니는 둘을 보면서

-우리가 마시는 공기 속에는 먼지도 세균도 많다. 깨끗한 공기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촘촘히 나 있는 코털이 먼지와 세균을 걸러낸다. 걸러진 먼지와 세균을 뭉쳐서 코딱지를 만든다.-

유정이 자기 콧속을 닦아낸 휴지를 들어 보이면서

-콧속에 휴지를 말아서 넣었다 빼면 까만 것은요?-

-코털에 묻은 것이 묻어 나오겠지.-

여명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오늘 저희들은 더러운 공기를 마셨네요?-

-그렇지.-


“여명이와 유정이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연기를 마셨으니 아마도 며칠간은 기관지가 불편할 것이고 특히 기관지가 약한 여명이는 며칠 후에는 까만 가래를 뱉을 거다. 내일은 은행을 구워 주어야겠다. ”고 할머니는 생각한다.


林 光子 2009.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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