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체여행 호흡계

3. 왜 나는 코피가 자주 나요?

by 임광자 2009. 3. 12.

1장. 호흡계 예습: 3. 왜 나는 코피가 자주 나요?



할머니가 밤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부추를 뽑아 엉킨 뿌리를 하나 둘 분리시켜서 다시 심고 있는데 유정이와 여명이가 기운이 하나도 없이 지친 모습으로 들어온다.

-오늘 일찍 오네?-

-할머니!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왜 이래요?-

여명이 축 쳐지듯이 현관으로 들어간다.

뒤이어 유정이가

-할머니! 나 코피 나요?-

유정이 콧구멍에는 휴지가 들어있다.

-들어 가 씻고 있어라! 이것마저 심고 갈 게.-


언제나처럼 유정이가 먼저 씻고 여명이가 씻는다. 그 이유는 남자는 여자를 항상 배려해 주어야 한다면서 할머니가 순서를 정해 주었다. 할머니가 들어와서 일 할 때 쓰는 챙이 넓은 모자를 벗으면서 힘없이 거실 바닥에 누워있는 둘에게

-그게 다 어제 연기를 너무 마신 것 때문이다.-

말하고는 목욕탕으로 들어가서 손을 씻고 나와서는 둘에게 구운 은행을 주면서

-아마도 너희들 허파에도 먼지가 끼었을 거다.-

여명이가 자기 가슴을 오른 손으로 살짝살짝 두드리면서

-아니 먼지가 이 속까지 들어갔단 말이에요?-

-그럼 너는 기관지가 약해서 유정이 보다 더 많이 들어갔을 거다.- 

여명이 힘없이 눈을 감는다. 어려서부터 기관지가 약하단 말을 많이 들어서다.

-저는 왜 코피가 나요?-

유정이가 묻자

-너는 어제부터 콧속이 까맣다고 휴지로 계속 쑤시고 코딱지를 일부러 떼어냈지. 그 코딱지 잘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 걸 떼었지?-

-어어~! 할머니!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어제 네가 떼어낸 코딱지에 아주 조금 피가 묻었더구나. 너는 너무 콧속을 쑤셔. 그러니 콧속에 상처가 나서 코피가 자주 나오지.-

-어려서는 그랬지만 지금은 덜 쑤셔요. 그런데 왜 콧속을 쑤시면 코피가 잘 나요?-

-콧속에는 혈관이 거미줄 보다 더 치밀하게 뻗은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의 표피는 아주 얇아서 겉에서 보면 그냥 붉게 보여서 피의 바다처럼 보이지.-

-왜 그렇게 피의 바다를 이루고 있을까요?-

-돌고 있는 피는 따뜻하다. 그곳은 열이 많이 난단다. 열이 많이 나기 때문에 그 곳을 통과하는 공기가 따뜻해진다. 우리 몸의 체온이 섭씨 36.5도에서 37.5도 사이라는 것은 알고 있니.?-

-네. 할머니가 우리가 열나면 체온계로 열을 재면서 알려 주셨어요.-

-우리 몸 속 보다 바깥 온도가 낮기 때문에 일차로 콧속으로 들어오는 공기를 그곳에서 덥힌단다. 찬 공기가 그대로 가슴 속 허파로 들어가면 체온이 떨어져서 좋지 않아서다.-

-콧속이 그냥 공기만 통과하는 곳이 아니고 먼지와 세균도 걸러내고 찬 공기를 따뜻하게도 해 주네요.-

-그렇다. 앞으로는 콧속을 쑤시지 말거라. 손에 세균이 엄청 많다. 우린손으로 별의 별것을 다 만진다. 그런 손가락으로 콧속을 쑤시면 표피가 얇고 연약한 피의 바다에서는 쉽게 상처를 입고 혈관이 터지고 상처를 막기 위해서 더 코딱지가 잘 생긴다. 상처를 보호하려고 만든 코딱지를 네가 자꾸만 떼어내니 피의 바다에서는 정말 화가 나겠다. 심하게 되면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혈관이 터져서 코피가 난다.-

-솔직히 말해서요. 콧속이 근질근질 하달까 좀 이상할 때 코딱지를 떼어내면 그런 증상이 없어져요.-

-아무래도 피의바다에 닿아있는 신경이 이게 뭐냐 떼어냐라고 뇌에게 신호를 보내는 거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 알았으니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도 대뇌가 너에게 코딱지 떼어내라고 해도 네 의지력으로 그걸 참아내면 대뇌의 의지력이 이겨서 코딱지를 파라고 안 한다.-

-대뇌에는 코딱지 파라! 하는 부분과 코딱지 파지 말라! 하는 부분이 따로 있어요?-

-우리가 꾹 참고 안하는 것들은 대뇌의 의지력이 그렇게 시킨단다. 이 의지력 부분이 강한 사람을 의지력이 강하다고 한다.-

 

-콧속을 쑤시지 않아도 아주 피로하면 코피가 나던데요?-

-맞다. 피로하면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혈액순환이 잘 안되면 콧속의 피의 바다에는 피가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혈압이 높아지겠지. 그럴 때는 혈액이 팽팽하게 몰려 있는데다. 표피가 아주 얇으니 쉽게 터져서 코피가 나온다. 코피가 나오고 나면 피가 몰려서 팽팽하고 순환이 잘 안되던 그곳이 헐거워져서 혈액순환이 잘되어 피로가 풀리기도 한다. -

-할머니! 앞으로는 절대로 콧속을 후비지 않을게요.-

할머니와 유정이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가 엄지첫마디를 서로 대고서

-도장 찍어요!-

를 속삭인다.


여명이는 많이 힘든지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로 누워서 할머니와 유정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


林 光子 2009.3.12



사업자 정보 표시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