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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여행 소화계(구)

6. 달래 양념장에 머위 잎 쌈

by 임광자 2009. 3. 3.

3장. 소화계 복습: 6. 달래 양념장에 머위 잎 쌈


아침 일찍 대문 초인종 소리가 요란을 떤다. 할머니는 아침을 짓다가 누가 이렇게 아침부터 남의 집에 오나 생각한다. 현관문을 열고 대문을 바라보면서

-누구세요?-

약간 거친 소리로 묻는다.

-나.-

대문 밖에서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알아보고 부드럽게 그러나 반가움에 젖은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할머니는 대문 밖 사람의 목소리를 금방 알아채고는 신발을 끌다시피 달려 나가 대문을 연다. 진순이 할아버지를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들고 몇 번 컹컹 짓는다.

-소식도 없이.-

-그래야 반갑지.-

할아버지는 들고 온 가방을 할머니에게 건네며

-달래랑 머위 잎이 벌써 먹을 만큼 자랐어요. 당신 좋아하잖아? -

-내일 여진이랑 유진이가 와요. -

-그래. 온 김에 보고 가야겠네.-

할머니가 집안에다 대고서

-여명아! 유정아! 할아버지 오셨다!~~~~-

할머니는 오랜만에 보는 할아버지가 약간 야윈 것처럼 보이는 것이 조금은 불안하다. 그렇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어머님 건강은요?-

-그저 그렇지. 노인네 건강이야 장담할 수 없지. 이미 구순을 넘기셨으니..-

말끝을 흐린다.

-당신 건강은 요?-

-처음 보다는 나은 것 같아. 아무래도 공기 좋고 물 좋고 먹는 것 좋으니..-

여명이와 유정이 달려 나와 할아버지를 앞뒤에서 에워싸고 두 팔을 힘껏 벌려서 껴안는다.

-할아버지 몸에서 흙냄새 나요.-

여명이가 말하자.

-할아버지 냄새 나는데..-

유정이가 말하면서 할아버지를 올려다본다.


할아버지가 집으로 들어와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회상한다. 다시 내 집에 돌아왔구나. 떠날 때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앞이 흐렸는데 이제 이만큼 나았으니 다행이다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눈에 이슬이 맺힌다. 작년이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아침에 출근하려고 일어나다가 쓰러지셨다. 병원에 실려 가서 얻은 판결은 “위암이었다.” 위의 절반 이상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였다. 늙으신 어머니는 막내아들의 죽음을 넘나드는 병원생활을 지켜보시다가 무조건 시골로 데리고 가서 함께 생활하며 아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못하는 것이 없었다. 어쩜 이렇게나마 건강을 회복한 것은 어머니의 정성 때문이었다. “어머니! 어머니!” 할아버지는 어머니를 속으로 자꾸만 부른다. 할아버지의 눈에 맺히는 이슬을 할머니가 보면서 같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할아버지 손을 꼭 쥔다.


여명이와 유정이가 할아버지가 가지고 온 가방을 연다. 그 속에는 봄나물이 그득하다.

-아~ 이 향긋한 냄새!-

-이게 바로 봄냄새야!-

둘은 봄나물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좋아한다.

-할아버지! 이거 할아버지가 다 캐신 거예요?-

-왕할머니랑 같이 캐신 거예요?-

여명이와 유정이의 질문을 듣자 얼른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눈물을 수건으로 닦아드린다.

-그래.  텃밭에 있는 것을 캐왔다.-

할아버지가 아이들 앞으로 오면서 대답을 하고 할머니가 뒤따라 부엌으로 온다. 할머니가 여러 개의 락앤락 통을 꺼내서 나물이 펼쳐진 거실 상 앞으로 온다. 할머니가 양푼에 머위 잎과 달래를 골라 담으면서

-이건 아침에 반찬으로 하자. 다른 것들은 같은 것끼리 여기 통들에 넣어주라.-

여명이와 유정이 나물들을 락앤락 통에 넣는다. 할머니는 부엌으로 가서 달래를 씻어 달래장을 만들고 할아버지는 머위 잎을 씻어서 망 바구니에 담는다. 머위 잎은 딱 아이들 손바닥 만 하다. 이렇게 어린 머위 잎은 쌈으로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뱃속이 편안하다.


밥상에는 달래양념장과 머위잎이 놓여있다. 달래 양념장에서 양파 냄새, 깨소금 냄새, 참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할아버지는

-이 달래장은 비타민이 많아서 기운을 돋아주고 이 머위 잎은 소화를 잘 시켜준다. 너희들도 이렇게 머위 잎을 손바닥 위에 올리고 밥을 한 수저 올리고 달래 양념장을 올려서 싸서 먹어봐라. 나는 할머니를 싸서 줄 거다.-

할아버지가 머위잎 쌈을 할머니에게 주자 할머니는 입을 쫘~악 벌린다.

여명이가 머위잎 쌈을 싸서 할아버지에게 유정이도 질세라 할아버지에게 머위잎 쌈을 싸서

-아~ 해요.-

 

둘은 각자 처음 싼 머위잎 쌈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드리고 두 번째 싼 것부터 자기들의 입으로 가져간다.

-여명아! 머위잎 쌈이 쌉쌀하지.-

-응 조금 쓴 맛이 있다. 그래도 몸에 좋다니 먹어야지.-

-올해는 처음 먹는 머위 잎 쌈이다.-

할머니가 둘의 쌈 먹는 모습을 보면서 웃는다. 아이들은 좀 싫어하는 쌈이다. 그런데도 잘 먹는 두 아이가 기특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둘이 먹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다.


林 光子 200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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