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체여행 소화계(구)

8. 여진아! 유진아!

by 임광자 2009. 3. 5.

3장. 소화계 복습: 8. 여진아! 유진아!


여명이네 집은 오늘 사람들로 그득하다. 여진이와 함께 여명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오시고, 유정이와 함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셨다. 다들 여명이 할아버지 곁에 앉았다.

-그래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전화로 목소리를 듣고는 그냥 애들 따라 이렇게 왔지요.-

-저희도 며느리가 전화 받는 소리 듣고는 사돈이 오신 줄 알고 달려 왔어요. 왕사돈은 건강하시지요?

-건강은 해도 연세가 높으시니 장담할 수가 없지요.-

어른들은 안방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이들은 거실에서 논다.


-여진아! 이제 여기서 오빠랑 살아야 해.-

-그래그래 좋아! 그런데 왜 외할머니 집에 안 가도 돼?-

-내일 이사 올 집 보러 가실 거다.-

-그럼 외갓집 이사와?-

-그래 여기서 가까워.-

-아파트야?-

-어떻게 알았어?-

-외할머니가 시골집은 춥다고 아파트에서 살면 좋겠다고 외할아버지에게 말했거든.-

-그렇구나.-

옆에서 유진이가

-여진이는 좋겠다. 나도 할아버지에게 이사 오자고 졸라봐야지.-

-날마다 놀이터에 가서 놀아야지.-

여진이가 어깨를 으쓱 올렸다 내린다. 유진이는 시무룩하다. 유정이가 유진이를 안아준다.


여명이와 유정이가 거실에 있는 상을 한쪽으로 치운다. 바닥에 깔린 압축 스펀지가 들어있는 매트를 치운다. 그리고는 발재봉틀을 밀고서 창문 쪽에 놓는다. 발재봉틀에는 바퀴가 있어서 미는 곳으로 잘 간다. 치운 매트를 발재봉틀 앞에 두 단으로 높이 쌓는다.


-자 재봉틀 위로 올라가서 뛰어 내리는 거다.-

여명이 먼저 올라가서 높이 쌓은 스펀지 매트위로 펄쩍 뛰어내린다. 바닥에 앉으면서 내린다. 유정이가 뛰어내린다. 바닥에 선자세로 가뿐하게 내린다. 유진이가 겁먹은 표정으로 올라가서는 되돌아 내려온다. 그걸 본 유정이가

-사내 녀석이 뭐 그러냐. 여기 스펀지가 있어서 아무렇게 뛰어도 돼.-

하고는 여진이 앞으로 가서 손을 잡고 뛰게 한다. 그걸 본 유진이가 얼른 재봉틀 위로 올라가서 유정이한테 손을 내민다. 유정이 손을 잡아주자 뛰어 내린다. 몇 번 뛰기 놀이를 하더니 유정이가 여명이 더러

-우리 다 모였는데 술래잡기 하자.-

-그럴까. 다들 모여.-

여명이 앞으로 모인다.

-우리 지금 술레잡기 할 건데 술래를 가위바위보로 결정한다.-

유정이 세 사람을 둘러보더니

-자 가위바위 보!-

다들 주먹을 내는데 유정이만 가위를 내어 술래가 된다. 유진이와 여진이 살짝 안방 문을 열고 문 뒤에 숨으며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에게 검지를 일자로 내어 입을 막는 시늉을 한다. 여명이는 재봉틀 뒤에 숨는다. 유정이가 두리번거리며 부엌 식탁아래를 들여다본다. 구석에 세워진 평풍 뒤를 본다. 그러다가 재봉틀 뒤에서 삐꺼덕 거리는 소리를 듣고 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여명이를 발견한다. 그런데 여진이와 유진이가 보이지를 않는다. 거실의 커튼 뒤도 보았지만 없다. 혹시나 하고 안방 문을 열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만 있다. 이방 저방 다 뒤지고 다닌다. 창고까지도. 현관에 신발이 있는 것을 보니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다. 유정이 다시 안방 문을 열 때  여진이가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다 유진이 발등을 밟았다.

-야! 아퍼!-

유진이 소리를 지르자. 들통이 나고 유정이한테 잡혔다 둘은 들키자 싸우다가 그냥 웃어버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여전히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 옆집 아저씨가 한 달 전에 밤에 피를 토해서 서울 병원으로 밤중에 실려 가서 한 달 동안 입원했다 그제 퇴원했어요.-

여진이 할머니가 말한다.

-건강하게 보이시던데요?-

여명이 어머니가

-어디가 아팠었데요?-

-십이지장이 안 좋대.-

-그 아저씨 술이 너무 과해요. 아버지한테도 가끔씩 술을 사 주시지 않았어요. 이사하기로 한 것 잘 하셨지요.-

-아파트라 텃밭이 없어서 그게 좀 서운하다.-

-일층이라 텃밭이 조금 있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하고 어머니 아버지 연세가 자꾸 많아지시니 아파트가 좋아요. 저는 계속 아파트에 살아서 시간이 많아요. 그냥 문 잠그고 어디 가기도 좋고 문만 닫으면 자기 세상이잖아요.-

-너희 집 가면 그래서 편하기는 하겠더라.-

여명이 어머니는 무남독녀다. 그래서 친정 부모님이 나이가 자꾸 들어가시니 가까이계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니 오랫동안 설득을 하여 여명이네 집 가까이 이사 오기로 하였다.


여진이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만난 손녀와 외손자를 양팔을 벌려서 한품에 껴안는다. 여진이가 할아버지 왼쪽 볼에 뽀뽀를 하자 유진이는 오른쪽 볼에 뽀뽀를 한다.

-여진아! 유진아! 너희들 재롱도 못보고 이렇게 커버렸구나. 노래하나 할래.-

둘은 할아버지 품에서 나와 앞에 어깨동무를 하고 서서는 몸통을 좌우로 흔들며

-숲 속의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이른 아침 토끼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여기까지 밖에 몰라요.-

유진이와 여진이 입을 가리고 웃는다.

할아버지 눈에 눈물이 고인다.

다들 박수를 친다.


林 光子 2009.0305



사업자 정보 표시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